19일(수) 방송된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에서는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가 '그리스 로마 신화 도장 깨기'라는 테마로 디오니소스의 탄생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날 김헌은 "제가 얼마 전에 충북 진천의 한 도서관에 가서 강의를 했다. 강의 시간이 7시부터 9시까지였고 일 끝나고 운전해서 갔다오느라 좀 힘든 일정이었다. 그런데 강의 끝나고 어느 한 분이 예쁜 리본을 넥타이처럼 묶은 박카스 한 병을 주시더라. 마시지도 않았는데 피로가 싹 가셨다"라며 감사를 표하고 "박카스는 디오니소스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앞으로 한달 동안 디오니소스 특집을 할 건데 오늘은 디오니소스가 어떻게 태어났는가에 대한 탄생 스토리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헌이 "디오니소스의 아버지는 제우스다. 디오니소스의 '디오'가 제우스를 가리키는 말이고 '니소스'는 학자들마다 해석이 다른데 '니사'라는 산의 이름과 연관되어 있다 라고 해석하는 분들이 많다. 그곳이 디오니소스의 고향이라고 알려져 있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가 니사산에서 낳은 아들이다'라는 뜻인 것이다"라고 설명하자 DJ 김영철이 "엄마가 낳은 게 아니고 아버지가 낳았다는 거냐?"라고 물었고 김헌은 "족집게처럼 잘 포착하셨다"라고 답했다.
"그리스 비극 중에 '바커스의 여신도들'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거기에서도 제우스가 디오니소스를 직접 낳았다 이런 말이 있다"라며 김헌은 "후대의 많은 작가들도 제우스가 디오니소스를 직접 낳았다, 엄마가 낳은 게 아니라 아빠가 낳았다 라고 얘기를 한다. 원래 디오니소스의 어머니는 테베의 공주 세멜레였다. 제우스가 어느날 세멜레를 보고 반해 평범한 청년으로 변신해 그녀에게 접근했다. 그 사실을 알고 분노한 헤라는 세멜레의 유모로 변장해 세멜레에게 요즘 제우스라고 속이고 접근해 순결을 빼앗는 불한당 같은 놈들이 많다고 하더라, 조심하라 라고 말하고 계략을 꾸민다. 세멜레에게 제우스를 만나면 소원을 말해보라 라고 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헌이 "세멜레는 헤라가 시킨 대로 제우스를 만나 소원이 있다고 말하면서 먼저 스틱스강에 대해 맹세할 수 있냐 라고 물어본다. 스틱스강에 맹세한다는 건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철칙이 있다. 제우스는 맹세하겠다고 했고 세멜레는 제우스가 헤라를 만날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달라는 소원을 말했다"라고 설명하자 김영철이 "제우스가 자기 모습 그대로 나타나면 큰일이 생기냐?"라고 물었고 김헌은 "신이 인간을 만날 때 신의 광채 때문에 인간에게 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항상 신들은 변신을 해서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제우스가 제 모습으로 나타나자 세멜레는 그의 번개빛, 광채, 열기를 견뎌낼 수 없었고 결국 타죽고 말았다"라며 김헌은 "타죽어가던 세멜레의 몸에서 태아를 발견한 제우스는 아이를 꺼내 자기 허벅지에 집어넣고 꿰맸다고 한다. 그렇게 아이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태어난 것이다. 제우스의 허벅지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헌은 "다른 이야기도 전해진다"라며 "제우스가 자신의 누이였던 데메테르와 결합해서 디오니소스를 낳았다는 것이다. 역시 분노한 헤라가 거신족인 기가스들을 시켜서 디오니소스를 산산조각으로 찢었는데 엄마가 그 찢어진 아이 조각들을 다 모아서 삼켰고 자궁에서 조각들이 결합되어 온전한 아이가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디오니소스의 '디오'가 제우스가 아니라 두 번이라는 뜻도 있다. 죽을 뻔한 아이가 다시 태어났다고 해서 '두 번 태어난 아이' 이런 뜻도 있다고 한다"라고 다른 버전의 디오니소스 탄생 이야기를 소개했다.
"어쨌든 디오니소스는 죽음을 이긴 부활의 신으로서 계절하고 비슷한데 겨울을 이겨내고 활짝 되살아난 봄의 축제를 주관하는 주신이 되었다 라고 한다"라며 김헌은 "이런 탄생의 비밀, 즉 죽었다가 살아나는 두 번의 탄생의 비밀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봄마다 디오니소스 제전을 열었고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풍요를 기원했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영철의 파워FM'은 매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SBS 파워FM에서 방송되며, PC 및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SBS 고릴라'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