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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키 크고 잘생겼는데 평범함을 연기하는 남주혁, 대단해" [인터뷰M]

영화 '리멤버'에서 80대 알츠하이머 환자 '한 필주'를 맡아 일제강점기 때 가족을 모두 죽음에 이르게 한 친일파들에게 복수를 감행한 노인을 연기한 이성민을 만났다.


아직 50대의 나이이지만 특수분장으로 80대로 변신, 실제 70~80대 배우들과 연기를 펼친 이성민은 "선배님들이 있는 현장은 설레었다. 그 어르신들과의 연기도 설렜고 그분들을 함부로 다루는 것도 재미있었고, 비슷한 연령대로 분장을 하는 것도 경험하기 힘든 부분이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점이 있는 현장이었다"라며 송영창, 박근형 등 쟁쟁한 선배들과 연기를 펼친 소감을 밝혔다.

이성민은 엘리베이터에서의 액션을 선보인 박병호 배우와의 장면을 이야기하며 "생각보다 육체적으로 힘든 액션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액션은 속도가 빠른데 이번에는 많이 느려야 했다. 느린 게 의외로 힘들더라. 대역을 했던 무술팀도 그 장면이 제일 힘들다고 할 정도로 일반적인 액션이 아니었다. 박병호 선배는 실제로 80대시고 옛날에 액션 영화도 많이 하셔서 굉장히 잘 하셨지만 약간의 부상도 있으셨고 좁은 공간에서의 액션은 힘들더라"라며 느리지만 격렬했고, 목숨을 건 사투였기에 감정적으로도 힘든 액션이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성민은 "노인들은 감정을 많이 안 들어낼 거라 생각했다. 좋든 싫든 분노하든 얼굴에 많이 드러나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감정이나 근육의 움직임은 컨트롤 하려 했다. 노인들의 행동은 젊은 사람보다 정제되고 절제되어 있어서 다른 것보다 눈빛이 선명하게 대조되어 보일 수 있었다"라며 노인 연기의 특징과 장점을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빠른 액션을 해야 할 때는 뜻밖의 어색함도 있었다며 "자동차 신을 찍을 때는 엄청 긴장이 됐다. 포르쉐가 급 출발을 하면 속도감 때문에 살짝 현기증이 나기도 하더라. 빠른 속도로 달리고 후진하며 질주하는 장면에서 특히나 남주혁이 운전할 때는 더 많이 긴장이 되었다. 남주혁은 다리가 길어서 쭈그리고 앉아 운전해야 했는데 엄청 신경이 쓰였다"라며 극중 카 체이싱 장면에서 엄청 긴장하며 촬영했음을 알렸다.

극 중에서 가장 관객들의 공감을 많이 받는 대목은 박근형과 대조되게 친일이 왜 처단되어야 하는지, 친일이 왜 필요했는지를 각자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순간일 것이다. 이성민은 "시나리오의 대사들은 다 공감이 되는 대사였다. 그 장면이 관객들에게 주는 숙제나 메시지가 있으니까 둘의 논쟁이 몰입도가 있어야 했다. 누군가는 박근형의 주장에 공감할 수도 있을 테고, 저의 주장에 공감할 수도 있을 것. 옳고 그름이 아닌 심념의 연기여서 저보다는 박근형 선생님이 많이 힘 드렸을 것이다. 누구보다 신민 사관을 당당하고 떳떳하게 이야기했어야 하는 거라 쉽지 않으셨을 장면이다"라며 해당 장면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이 영화는 80대 노인과 20대 청년의 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의 또 한 축을 담당한 남주혁에 대해 이성민은 "처음부터 남주혁과의 호흡은 너무 좋았다. 전에 본 적도 없이 처음 호흡이었는데도 덩치도 크고 듬직해 보이고 내 아들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나이여서 너무 편했다. 워낙 맑은 아이더라. 경계심이 별로 없고 제가 뭐라고 해도 늘 이견이 없었던 배우였다"라고 칭찬부터 늘어놓았다. 그러며 "영화 속 경찰서 앞 주차장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니 남주혁이 참 연기를 잘 했고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는 '필주'의 동선을 따라가지만 관객이 '필주'에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건 남주혁이 연기한 '인규' 캐릭터였다. '인규'가 관객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간다고 생각하는데, '인규'가 설득력이 없었다면 노인이 가는 길을 동참하며 휩쓸리는 것에 공감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정말 연기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너무 잘해줬다."라며 남주혁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설명했다.

이어 이성민은 "저렇게 키 크고 잘생긴 아이가 평범함을 연기하는 건 대단한 거라 생각한다. '인규'는 20대의 복합적인 걸 다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남주혁은 묘하게 평범함을 잘 그려낸다. 이 영화를 통해 남주혁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라는 생각도 드러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이성민은 곧 입대 예정인 남주혁에 대해 "좀 전에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다 가는 건데 뭐' 싶었는데 그래도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닌 거 같다. 무조건 건강하게 마치고 오라고 해주고 싶다"라며 마치 아버지 같은 말을 했다.

이성민은 '리멤버'가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영화를 준비하고 찍을 때도 계속 생각했었다. 개봉할 때쯤 '또 이런 영화야?'라는 소리가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다. 이 영화는 그냥 그 시대를 겪은 할아버지와 현재의 아이가 동행하는 이야기다. 어쩌면 화합하고 화해하고 같이 가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라고 본다. 공교롭게도 이런 이슈가 최근 정치계에 있어서 오히려 아직도 여전히 이런 메시지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걸 공감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안타까운 일이긴 한데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게 이 영화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라는 말로 반일 프레임이 아닌 내부의 친일파 처단이라는 프레임으로 영화의 메시지를 정리했다.

아직까지도 현장이 너무 좋고 편하다는 이성민은 "참여한 작품이 흥행까지 되면 더 행복할 텐데 이렇게 개봉을 앞두고 있을 때는 늘 뭔가 큰 짐을 진거 같다. 어떤 때는 왜 연기를 한다고 했을까 후회되기도 하지만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으면 그게 더 큰 원동력이 되는 거 같다"라며 쉴 새 없이 작품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 뭔지를 이야기했다. 그러며 "사실 제가 거절을 잘 못한다"라고 덧붙이며 계속해서 작품을 선보이는 비결을 덧붙여 웃음도 안겼다.

이성민은 "지금 내 인생을 돌아보면 그냥 나로 산 시간보다 캐릭터로 산 시간이 더 많을거 같다. 그게 나도 모르게 내 삶이 됐고 그래서 내 옷을 입고 사는 것 보다 캐릭터의 옷을 입고 사는게 더 편한거 같다. 이건 영화나 드라마 뿐 아니라 연극할때도 쉰 적이 없다. 연극도 진짜 많이 했었다. 그게 이미 내 삶이 되어버린거 같다. 작품과 작품 사이의 휴식은 굉장히 달콤하고 좋은데 딱히 하는건 없다."라며 배우로서의 삶을 돌아보았다.

최근 엄청나게 다이어트를 하고 나타난 이성민은 "'형사록' 촬영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잘 먹고 다니며 열심히 했는데 촬영을 끝나고 보니 몸이 많이 불어서 일부러 살을 뺐다. 저탄고지로 2개월간 7kg 정도 뺐다. 쌀을 안 먹으니 짜증은 나는데 국수의 유혹은 지금도 못 끊겠다. 나이 들어서 다이어트하려니 정말 힘들다"라며 배우로의 고충을 하소연했다. 또 이어 "재벌집 막내아들'에 대해서도 "송중기와 작업을 너무 하고 싶었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결과물도 괜찮을 것 같고 품위 있는 작품이 나오길 기대한다. 주 3회 방영한다는데 저도 처음 기사를 보고 뭐지 싶었다. 왜 그런 편성을 했는지는 저도 모르겠다"라며 곧 방영 예정인 드라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뇌종양 말기 알츠하이머 환자의 복수라는 신선한 설정과 이성민과 남주혁이 그려낸 세대 초월 버디 호흡, 그리고 친일파를 향한 거침없는 단죄에서 오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로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리멤버'는 10월 26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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