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문지원 작가 "버스 옆자리에서 우영우 보는 사람들, 이게 무슨 일인가!" [인터뷰M]

요즘 누구나 만나면 이야기하기 바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 유인식, 극본 문지원, 제작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의 대본을 쓴 문지원 작가를 만났다. 26일 오후 스탠포드호텔 서울에서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유인식 PD와 함께한 문지원 작가는 모든 질문에 주저없이 시원시원하게 답하며 우영우 재미의 원천이 자신임을 단박에 알게 했다.


작품의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문지원 작가는 "연락되지 않던 많은 분들이 연락 오시더라. 커피 사러 커피숍에 가면 자리에 앉아계신 분들끼리 태수미는 왜 우영우를 버렸는지를 토론하시고, 버스 탔을 때도 옆에서 우영우를 보고 계신 걸 보며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하루하루 감탄하며 보고 있다."라며 뜨거운 반응을 실감하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우영우'는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문지원 작가는 "사실 저는 넷플릭스를 통해 다른 나라 시청자를 만나는 걸 걱정했었다. 대사가 너무 많아서 작가가 제정신인가 의심할 것 같았고, 또 한국의 법, 한국식 법정 용어, 한국어 말장난이 중심이기에 세계의 반응은 기대를 안 했다. 다른 사람이 재미있게 봐 주는 게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기적 같은 일인지를 알기에 이런 반응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라며 해외의 인기는 더더욱 생각지도 못했음을 이야기했다.

영화 '증인'의 각본을 쓰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극본을 쓴 문지원 작가는 "3년 전 어느 날 제작사 대표님이 저에게 '영화 '증인'을 잘 봤다. '증인'의 지우가 성인이 되었을 때 변호사가 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그게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재미있을 것 같은지를 물어봤다. 가능하고, 재미있을 것 같고, 그 이야기를 제가 쓴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답했고, 그렇게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라며 '우영우'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증인'과 '우영우'의 세계관은 연결된 걸까? 문지원 작가는 "우영우는 영화 '증인'을 보지 않을 것 같지만 '증인'의 지우는 '우영우'를 본방사수할 것 같고 재미있게 보며 영우의 말투를 복사하듯 따라 해도 비난받지 않을 유일한 사람일 것. 이런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저는 지우가 성장해서 우영우가 되었다기보다는 각자 따로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만든 작품 속 인물은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것 같다는 바램을 드러냈다.

두 작품 연달아 자폐를 가지고 있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그려낸 문지원 작가는 주변에 자폐를 앓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걸까? 그는 "친구, 가족 중에 아무도 없다. 예전에 스릴러 장르 영화를 구상하다가 목격자를 자폐인으로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해 자료조사를 한 게 시작이었다. 당시 자폐인이 가지고 있는 많은 특성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조사 과정에서 깨달았다. 독특하고 강한 윤리의식, 정의감, 특정 관심 분야에 대한 지나치게 해박한 지식, 엄청난 기억력, 시각과 패턴으로 사고하는 방식 등이 모두 매력적이었다. 모든 자폐인이 그런 건 아니지만 자폐로 인해 강화되는 특성에 호감을 느끼고 매력을 느껴서 원래는 어두운 스릴러를 계획했다가 '증인'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며 자폐 소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문지원 작가는 "실제 제가 자폐인의 가족이라면 우리 드라마를 보는 게 편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너무 드라마가 잘 돼서 '우영우, 우영우' 하는 이 상황에 대해서도 복잡하고 심란할 것임에 공감한다."라는 말로 이 작품 때문에 자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며 "조심스러운 작업이기 때문에 특별히 두드러지는 안타고니스트를 설정하지 않았다. 영우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자폐 자체와 자폐인에 대한 편견일 거라 생각해서 특별한 사람 형상의 적대 대상은 만들지 않았다"라는 말로 왜 시청자들이 '우영우'를 보며 편을 갈라 누군가를 비방하거나 욕하지 않고 한마음으로 우영우를 응원하게 되는지를 이해하게 했다.

문지원 작가는 "만약 우리 사회를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뭔가가 있다면 그건 드라마를 계기로 쏟아져 나오는 여러 이야기일 것이다. 저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그 이야기를 최대한 겸허하고 진지하게 경청하려 하고 있다. '우영우'는 모든 드라마가 그렇듯 의도를 가지고 창작된 캐릭터다. 하지만 저는 세상 어딘가에는 이런 자폐인이 존재하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 어떤 분들은 자폐인의 긍정적인 게 많이 부각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하시더라. 그런데 저는 자문 교수님의 '장점 중심의 접근을 하는데 마음에 든다'라는 말씀에 힘을 받아 글을 썼다. 이 작품이 불편하다고 하시는 분들의 말씀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작품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며 '우영우'의 흥행으로 인해 불거지는 장애인 관련 다양한 의견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 최근 에피소드였던 '권모술수 권민우'를 통해서도 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형 로펌이라는 공간에 우영우 같은 인물이 던져지면 우영우는 어떤 심정이 될까를 고민해 봤다 영우는 사회적 약자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이기려 해도 따라갈 수 없는 강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영우 주변의 인물들은 심경이 복잡할 것 같다. 그래서 봄날의 햇살같이 영우를 보호해 주면서도 힘들어하는 최수영 같은 인물도 있고, 권민우처럼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억울해 하는 인물도 있을 것이다. 가능한 현실적인 입장을 보여주려고 대사를 썼다. 요즘 시청자들은 창작자가 뭘 말하려고 하면 빨리 시시해 하는 것 같더라. 그래서 뭘 말하려고 보다 말하지 않으려고 경계하는 입장이다. 어느 입장을 대변하려고 쓴 대사는 아니다"라는 답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