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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 "천자문에서 시공간을 오가는 스토리 힌트 얻어" [인터뷰M]

영화 '외계+인'으로 7년 만의 신작을 내놓은 최동훈 감독을 만났다. '외계+인'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전우치' '도둑들' '암살' 등으로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최동훈 감독은 "부담이 많았다. 전작이 다 잘 되었다고 해서 이번에도 잘 된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 흥행 부담도 있었지만 시나리오를 어떻게 하면 더 현시로 하 해서 보여줄까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라며 작품을 제작하면서 가졌던 심정을 밝히며 "어떤 일이 벌어지든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영화를 볼 관객의 반응을 생각하며 혼자 초조하고 즐거워하는 중"이라며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다.

최동훈 감독은 "장르 특성상 호불호는 갈릴 것 같다. 그런데 지금 6번째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그런 이야기는 매번 듣는다. 새로운 걸 도전할 때마다 매번 듣는 이야기라 저는 매번 새로운 작업을 하기에 작품을 할 때마다 신인감독이라고 생각을 한다"라며 새로운 도전이기에 관객들에게는 낯설다는 반응이 오는 게 당연한 것이라는 마인드를 드러냈다.

외계인이 등장하는 작품을 내놓게 된 배경으로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이 왜 지구에 왔을까를 상상하면 즐겁다. 지구 정복을 위해, 지구에서 자원을 구하기 위해, 실험을 하기 위해, 다른 행성으로 향하는데 방해가 되기에 등등 여러 이유들이 많을 것이다. 영화 '빠삐용'을 보면 죄수들을 대서양의 작은 섬에 가둬둔다. 죄수에게는 그 섬이 넓은 감독이지만 외로운 곳에서 지내야 하는 게 정말 가혹한 형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외계인과 지구인에 대입하고 싶었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제작 PD의 아이디어였는데 거기서 모든 게 뻗어 나왔다. 죄수 설정이라 '가드'가 탄생하게 되었고, 완벽한 '가드' 옆에 호기심 많은 '썬더'가 분신처럼 있어서 인간에게까지 확장이 되는 이야기"라며 외계인이 인간의 몸에 갇힌다는 설정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외계+인'에는 이렇게 지구인과 외계인이 함께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들은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이야기를 펼친다. 시공간을 오가는 스토리의 배경에는 뜻밖에 천자문이 있었다. 최동훈 감독은 "천자문을 열어보니 맨 처음 나오는 글이 하늘 천, 따지, 검을 현, 누루 황이더라. 왜 하늘을 검다고 생각했을까 고민을 해보니 아마도 이들이 말하는 하늘은 우주 같더라. 그다음 나오는 글이 집우 집주 넓을 홍 거칠 황이다. 여기서 '우'자는 시간을 뜻하는 것 같더라. 예전의 동양인들은 우주를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그리고 우주가 넓고 거칠다는 건 어떻게 알았나 싶어 신기했다. 가래서 시간과 공간적인 제약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쓰려고 목표했다. 이걸 어떻게 편하게 받아들일지를 고민하느라 2년 반 동안 구조를 계속 바꿔가며 썼다. 왜 관객이 과거와 현재가 나올지를 추측하길 바랐다"라며 이런 시나리오를 쓰게 된 이유와 시나리오를 쓰며 힘들었던 부분을 밝혔다.

최동훈 감독은 "이렇게 시나리오를 쓰고 보니 영화가 4시간짜리가 될 것 같더라. 그래서 1,2부로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1부가 한 편의 영화로 가능할 정도로 완결성이 있어야 했기에 어느 부분에서 1부를 종결시킬까를 많이 고민했다. 미스터리를 가진 한 편의 영화를 완성시킬 1부의 엔딩 지점을 결정하기까지 시나리오를 만들고 3년의 시간이 걸렸다."라며 1부와 2부를 나눌 결정을 하게 된 배경과 그 기준을 설명했다.

고려 시대와 현대 시대, 지구와 외계를 표현하는 영화여서인지 이 작품에는 류성희, 이하준 2명의 미술 감독이 참여했다. 최동훈 감독은 "두 분 모두 세계 수준의 미술감독이라 애초에 함께 모실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암살'을 류성희 감독과 했었고 그래서 이 작품 이야기를 했을 때 어떤 일이 있어도 같이 하자고 하셨고 전체 디자인을 프리프로덕션부터 했는데 일이 점점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이하준 감독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었고 크게 과거는 류성희, 현대는 이하준 감독이 작업을 해주셨다"라며 두 감독의 분업을 이야기했다.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 디자인은 엄청난 숙제였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의 외계인을 찾되 인간과 좀 비슷하길 바랐다. 입과 눈이 없는 것 같지만 인간과 유사함이 느껴져서 두려움이 생기길 바랐다. 아주 많은 외계인 디자인을 그려가며 외계인 셋을 만들었는데 셋이 다 틀리다. 외계 비행선의 경우는 '콘택트'를 모티브 삼았다. 그보다 더 심플하고 지구에 가깝게 접근했던 암석 덩어리 같은 느낌으로 가려 했다. 김우빈이 변신하는 로봇은 전투용으로 듬직하게 보이려 했고, 붉은색 외계 로봇은 디자인하기가 어려워서 영국 아티스트 BEEDIE G의 카피 라잇을 사서 만들었다. 이런 디자인에만 8개월이 걸렸다"라며 존재하지 않는 사물과 생명체의 디자인에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음을 밝혔다.

"어벤저스만큼 재미있는 영화 찍고 싶었다"라는 최동훈 감독은 "마블은 80년의 역사를 가진 창작 집단이다. 저는 비록 혼자지만 이 영화에 한국인만 가지는 상상력의 세계도 보여주고 싶었다. 미국에서도 개봉이 될 텐데 그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아시아 사람들은 어떻게 볼지 반응이 궁금하다. 이 영화를 통해 서양적이고 동양적인 게 충돌한다는 걸 관객들이 느껴주면 좋겠다"라며 한국형 히어로 SF 장르를 선두하는 입장에서 가지는 바램을 드러냈다.


영화에는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가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최동훈 감독은 "김태리를 처음 본 건 '아가씨'에서였다. 표정이 너무 살아 있고 진실한 연기를 하는, 극적인 감정을 잘 표현하는 배우라 생각 들어서 '아가씨' 행사를 할 때마다 가서 김태리를 관찰했다. 김태리가 연기한 '이안'은 내적인 에너지가 강하고 고독하고 절실한 인물인데 그걸 연기할 배우는 김태리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류준열은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에서는 무뚝뚝했는데 배시시 웃는 게 너무 매력 있더라. 그가 해맑게 웃을 때는 귀여운 느낌도 있고, 천진난만함이 보여서 여기에 호기심을 부여하면 어떤 모습일지가 궁금했다."라며 두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우빈과는 '도청'이라는 작품을 준비했던 (김우빈의 암 판정으로 인해 중단됨) 최동훈 감독은 "반항아 같은 짓궂은 역할을 많이 했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까 되게 편하고 신뢰감이 가는 배우더라. 기대고 싶고 싶은 느낌도 들었고, '도청'은 사람이 중요한 영화여서 김우빈에게 맡겼었다. 이후에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같이 하자고 하고 김우빈이 나아지는 걸 지켜봤는데 점점 욕심이 생기고 그에게 1인 2역을 하게 하고 싶었다. 연기의 즐거움도 느끼게 하고 싶었다"라며 '가드'와 '썬더'에 김우빈을 캐스팅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했다.

최동훈 감독은 "'썬더'의 인물들은 김우빈이 알아서 정했다. 핑크색 옷을 입은 화려한 친구와 얌전한 모범생 같은 안경 쓴 친구도 직접 설정해왔고, 힘든 장면이었는데 옷 갈아입느라 김우빈이 힘들었고 현장은 너무 재미있었다. 핑크 썬더의 경우 의상의 도움과 김우빈의 즉흥성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며 김우빈이 캐릭터의 많은 부분에 아이디어를 많이 냈음을 이야기했다.

이들 외에도 영화 속 '흑설'과 '청운'의 신선을 연기한 염정아, 조우진도 꽤 큰 웃음을 주는 캐릭터였다. 그는 "염정아는 감정 연기를 너무 잘하는 배우다. 연기가 좋은 배우가 코미디도 잘 한다고 생각한다. 염정아를 신선 중 하나를 하게 하고 옆에 누구를 대동할까 고민하다가 조우진을 너무 좋아해서 캐스팅했다. 이들은 사실 웃기지 않고 진지한 사람들이다. 현장에서도 100년씩 산 사람들이라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주입해서 아주 진지하게 연기했다"라며 관객들의 웃음을 훔친 비결이 진지한 연기였음을 밝혔다.

이처럼 '외계+인' 속 캐릭터들은 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매력과 개성이 뚜렷했는데 최동훈 감독은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배우로 뜻밖에 아역배우 최유리를 꼽았다. "아역배우와 일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이번에 연기와 나이는 상관이 없다는 걸 알았다. 너무 감동적인 배우였다"라며 "이 아이의 호기심이 영화의 드라마를 계속 촉발시킨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꼭 눈으로 확인하는 아이이고, 최유리의 눈에 그 의지가 보인다"라는 말로 눈빛만으로도 서사를 만들어 낸 최유리의 활약을 칭찬했다.

최동훈 감독은 "2부에서는 이하늬가 많이 나오고 김태리가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두가 현대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라는 예고를 하며 "2부의 편집은 90% 정도 끝났다. 빨리 2부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말로 기대감을 높였다.

최동훈 감독은 "매번 영화는 어렵고 할 때마다 힘들다. 전작 '암살'도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더 외롭고 힘들더라. 이번에는 다른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이 영화는 한국 CG 수준의 최대치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년에는 더 최대치가 될 거고 그 다음 해에도 최대치일 것이다. 저는 VFX 팀의 덕을 계속 보게 될 것 같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VFX 팀이었다."라며 스태프들의 도움에 감사했다. 이어 "배우들은 정말 저에게 많은 질문을 해줬다. 쉽게 답변할 수 있는 것부터 답변하기 어려운 것까지 계속 질문을 던져줘서 저도 계속 고민하고 시나리오의 허점을 보강할 수 있었다. 저희 현장에서는 젊은 스태프가 와서 이 장면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편하게 아무 이야기나 할 수 있는 현장이기에 너무 재미있었고 많은 도움을 받았고 저 자신도 많이 변화할 수 있었다"라며 주변의 쓴소리 단소리 덕에 얻은 게 많았음도 이야기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열린 마음으로 주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기에 한계 없는 도전을 계속 이어갈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드는 면모였다.

최동훈 감독은 "제 상상력은 SF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좀 더 괴랄한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더 거친 상상력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시키는 영화를 보고 싶다."라며 장르적 한계 없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며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보고 너무 감동받았다. 그걸 보고 나니 멜로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 사랑에도 스펙터클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최동훈표 멜로 영화도 기대하게 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케이퍼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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