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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장철수 감독 "나에게 반성문 같은 영화" [인터뷰M]

2013년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이어 9년만에 신작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내 놓은 장철수 감독을 만났다. 원작 소설을 읽고 시나리오를 쓴지 11년 만에 완성된 작품으로 관객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는 장철수 감독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렇게 오래 걸릴줄 몰랐다. 혼자 애쓴다고 되는게 아니더라.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10년을 넘기지 않은 건 다행이라 생각한다. 건강하게 계속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고, 오래 쉰 만큼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며 오랜만의 복귀 소감을 밝힌 장철수 감독은 첫 청불영화를 제작하며 "접시 돌리면서 외줄타면서 저글링하는 느낌이었다. 배우들이나 제작자, 감독들이 노출있는 영화를 안하려고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 체력적으로 힘들고 다들 너무 예민해지더라. 처음이라 그런 연출하는게 어려웠다."며 얼마나 힘들게 작품을 완성했는지를 이야기했다.

장철수 감독은 2010년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끝내고 원작 소설을 접했다고 했다. 장 감독은 "원작의 첫 구절부터 끌렸다. 삶의 수 많은 진실들은 허구라는 교량을 통해 표현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진실이라는 게 어찌보면 실제 있었던 일보다 더 허구적인 이야기를 통해 잘 표현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도 영화의 시작에 '삶의 수 만은 진실들은 영화라는 교량을 통해 표현될 필요가 있다'라고 썼다"며 원작 소설에 매료되어 이 작품을 영화화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음을 밝혔다.

장 감독은 바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가 캐스팅과 투자도 알아봤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 "과연 이런 게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겠냐,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그러던 중 '은밀하고 위대하게'의 작품 제안을 받았고 그 이후면 가능할 것 같더라며 상황을 다시 보게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은밀하고 위대하게' 이후에도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고 했다.

장철수 감독은 데뷔작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63회 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고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관객 695만을 동원하며 흥행성도 인정받았었다. 그랬던 그가 완전히 결이 다른 작품을 하게 된 이유는 뭘까?

장철수 감독은 "어떤 감독이라고 규정되는 걸 피하고 싶었다"며 이유를 밝혔다. 그는 "한 작품을 하고나면 그 작품과 비슷한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한 작품만 해도 그런 스타일의 감독으로 규정하려는게 많은데 두 작품이나 하게되면 그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전작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하려고 했다.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 뒤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이상한 감독이 되지 않으려 했다. 세 번째 작품은 상업적이고 예술적인게 결합된걸 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메시지도 있고 대중성도 있는 작품으로 이 작품을 선택했다"며 덧붙였다.

작품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 동시에 자극적인 수위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하고, 그 사이의 밸런스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연출자로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장철수 감독은 "무조건 작품의 수위가 셀수록 좋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상황에 맞는 장면이어야 표현이 살아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가장 적절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영화의 표현 수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장감독은 "제 작품 속에는 목숨을 걸고 짧은 시간안에 자기 인생을 강 한번이라도 주도적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나온다. 그래서 표현수위도 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같이 보수적인 곳에서는 참 어려운 일이었다. 시간, 예산의 여유가 없어서 쫓기듯 쉴틈 없이 테이크를 가다보니 나중에는 지쳐서 배우가 제 이야기를 못 알아 들을 정도가 되더라"며 영화 촬영을 하며 어려웠던 지점을 이야기했다.


오랜 공을들여 시작하게 된 작품이지만 시간, 예산의 여유가 없었다는 건 장 감독에게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그는 "차떼고 포까지 떼어낸 상황에서 게임에서 이기라는 상황 같았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이상 그 안에서 끝을 봐야 했다. 요즘같이 촬영 시간의 제한도 있고 코로나로 인해 여러 제약이 생겨한 상황이기에 더 제약이 많은 상황이었다"며 연출 외적으로도 많은 부담과 압박감이 있었던 현장이었음을 밝혔다.

장 감독은 좋아하는 영화를 '색계'와 '인연'을 꼽았다. 그르며 "이 영화들과 다르게 어떻게 배드신을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되더라. 감정을 적절히 담아내면서 여러번 나오는 장면이지만 식상하거나 반복되지 않고 계속 상승되는 분위기를 내려면 어째야 하는지 고민스러웠다. 억지로 아름답기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캐릭터들이 쌓아놓은 내면의 아름다움 덕분에 배드신이 아름답게 보인것 같다"라며 자극적인 요소를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한 자신만의 고민을 밝혔다.

장 감독은 "두 인물이 격렬한 몸짓을 보여주기 전까지 최대한 억누르게 했고 많이 다지려고 했다. 그래서 관객들이 많이 기다리게 했고, 기다리던 장면이 나왔을때 각자 여러 감정을 느끼길 바랬다"며 첫 청불영화를 연출하며 신경쓴 부분을 이야기했다.

감독으로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에 대해 장 감독은 "모든 장면이 다 좋다.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 하지만 '무광'의 첫 등장 장면과 '무광'과 '수련'이 하나되는 장면과 그들의 마지막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고 애착이 간다"며 가장 애정어린 장면을 선정했다.

장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반성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좋은 답을 제시하는 작품도 있지만 좋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답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좋은 질문만 던진다면 작품의 역할을 하는거라 본다."라고 이야기하며 "하지만 이 작품은 나에게 주어진 삶을 제대로 살고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내가 중요게 생각하는게 정말로 중요해서인지, 사회가 중요하다고 강요하는 것에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그런걸 스스로 반성문 쓰듯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라며 영화에 가지는 개인적인 의미를 밝혔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2월 23일 개봉예정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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