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수) 방송된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에서는 미술사학자 양정무가 수요일 코너 '무식탈출-미술'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초기 작품들을 소개했다.
이날 양정무는 '우리가 사랑하는 빈센트 반 고흐' 특집 두번째 시간을 맞아 고흐의 1886년작 '구두'를 소개하며 "한 켤레의 구두 정물화다. 반 고흐는 늦깎이로 화가에 데뷔한다. 거의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며 화가의 길로 들어섰는데 초기 그림들은 이 '구두'처럼 어둡고 칙칙하다. 그의 초기 작품 중에 유명한 '감자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작품도 굉장히 어둡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정무는 "그 당시 화가가 되기 위해 공부한 방식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베끼는 것이었다. 고흐가 롤모델로 삼었던 화가는 '이삭 줍는 여인들'을 그린 밀레였다. 그도 밀레처럼 농민 화가를 꿈꾸었을 수도 있다. 그러다 파리로 가면서 우리가 잘 아는 인상파 화가들과 교류하며 화풍이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감자 먹는 사람들'에 대해 양정무는 "고흐가 1885년에 그린 작품이다. 그는 1880년에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5년 동안 독학하며 그림을 베끼기도 하고 드로잉도 하며서 자신만의 화풍을 다듬어간다. 그러다 밀레와 같이 노동자 계급, 농민 계급의 그림을 그리는데 이 그림을 보면 열심히 사는 농민의 모습을 애정 넘치게 그리고 있다"라고 소개하고 "한국 미술계에 이런 말이 있다. '득의작'이라고, 뜻을 얻었다는 의미다. 반 고흐는 이 '감자 먹는 사람들'을 자신이 화가로 명함을 내밀 수 있게 한 일종의 '득의작'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DJ 김영철이 "'구두'는 언제 그린 거냐?"고 묻자 양정무는 "그 이듬해 1886년에 그렸다.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그림을 그리던 고흐가 큰 곳으로 가서 공부를 하겠다며 파리로 갔는데 이 그림은 파리에 갔을 때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구두 그림을 7~8점을 그렸는데 이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이 가장 유명한 이유에 대해 양정무는 "이 그림을 놓고 학자들 간에 격돌이 벌어졌다. 이 구두는 누구의 것이냐. 이 논의를 제일 처음 시작한 사람은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다. 그는 1935년에 이 구두의 주인은 농부 여인일 거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20년 후 미국의 미술사학자 마이어 샤피로가 하이데거의 주장을 반박한다. 그는 이 구두가 반 고흐가 파리에서 신었던 반 고흐 자신의 구두라고 주장했다. 다시 20년 후인 1997년에 프랑스 포스트 모더니즘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또 다른 멋진 해석을 내놨다. 누구의 것도 아니다, 짝짝이다 라고. 자세히 보면 둘 다 왼쪽 신발인 것 같기도 해서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김영철이 "교수님은 어디에 표를 던지시겠냐?"고 묻자 양정무는 "저도 훈련받은 게 미술사라 다 따져보면 두번째 미술사학자의 해석이 신빙성이 있다"고 답하고 "정말 재밌는 건 이런 논의가 있어서 반 고흐의 그림의 가치가 계속 유지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영철의 파워FM'은 매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SBS 파워FM에서 방송되며, PC 및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SBS 고릴라'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