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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망' 권익준-김정식PD "'논스톱' 대본을 '하이킥'화 해서 연출, 청춘시트콤 시너지 있었다" [인터뷰M]

청춘 시트콤이 사라진지 10여년만에 넷플릭스를 통해 청춘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이하 '지구망')를 공개한 권익준-김정식PD를 만났다.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권익준-김정식PD는 '전세계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시트콤 제작'이라는 미션을 어떻게 클리어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권익준-김정식 PD는 입을 모아 "오랜만의 작업에 너무 즐거웠다. 좋은 기회를 준 넷플릭스에 고맙다. 200% 이상 만족스러웠다"라며 넷플릭스를 통해 청춘시트콤을 공개한 소감을 밝혔다.


권익준 PD는 "우연하게 시작되었다. 2018년쯤부터 '미스틱'이 콘텐츠 회사로 변모하면서 미드폼 정도의 콘텐츠가 대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짧은 드라마에 대한 기획을 윤종신 대표와 상의했었다. 그때 넷플릭스도 이런 고민을 한다는 소문을 듣고 만났는데 우리와 생각이 비슷했고, 오히려 청춘시트콤에 대한 확신은 넷플릭스가 더 강했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라며 '지구망'의 기획 배경을 이야기했다.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을 연출했던 권익준 PD와 '하이킥', '감자별 2013QR3'을 연출했던 김정식 PD의 만남이었기에 그야말로 '레전드'의 조합이 아니냐는 이야기에 권익준 PD는 "레전드라는 말은 민망하다. 한국 시트콤계의 레전드는 송창익, 김병욱이다. 저희는 운이 좋아서 그들에게 일을 배웠던 후배일 뿐"이라며 겸손을 보였다.

김정식 PD는 "'논스톱'의 대본을 '하이킥'화 해서 연출했다. 그런 부분에서 분명 시너지가 있었다"라며 서로간의 시너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권익준 PD는 "시트콤은 드라마와 달리 스토리보다는 캐릭더가 더 중요하다. 청춘 시트콤이어서 신인 배우들을 데리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새로운 케미를 만드는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리스크가 적어서 더 용감하게 시도할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박세완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은 거의 신인으로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지구망'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논스톱'의 조인성 같은 대성할 신인을 찾는 것이다. '지구망'에서도 새로운 한류스타가 탄생하는 순간을 직관하는 역사적 순간이 될거라 확신한다"라며 출연하는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시트콤이라는 장르는 우리에게 일주일에 5번 방송을 하고, 거의 일년 내내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함께 공감하며 웃는 것으로 익숙해져 있다. 이번주는 누구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지, 주변의 어떤 인물이 합세해 성공 또는 실패를 하는지, 특히나 시즌이 거듭될수록 성장하고 친숙해진 인물들로 인해 더 가깝게 느껴지고 더 뜨겁게 응원하게 되는 장르였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시트콤은 12개의 에피소드로만 이뤄졌다.

권익준 PD는 "예전에는 데일리 방송이었고, 한 해에 300개를 만들었다. 그렇게 제작을 해 오다가 이번에 갯수가 12개로 한정되니까 당황스럽고 고민되긴 했다. 예전에는 캐릭터를 만드는데 2~3개월이 걸렸었다."라며 예전과 달라진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며 "우리가 해왔던 시즌1의 내용을 12개 에피소드 안에 다 해야했다. 이야기도 연결되어야 하고, 인물들간 관계도 보여야 하고 유행어도 한두개 만들어내야 했다"며 이번 작업에서는 예전에 1년에 걸쳐 만들었던 것을 한번에 응축해내는 작업을 했음을 밝혔다.

김정식 PD도 "보통 배우들도 '언제부터 연기를 잘 하나요?'라고 물어오면 '3개월 지나면 잘해요'라고 했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 박세완을 빼고 모두 신인에 외국인도 있어서 한국말로 대사도 잘 해야 하고 연기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 걱정과 부담이 컸다."라며 연출을 하기 전 가졌던 걱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들은 이런 고민과 부담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김정식 PD는 "예전 시스템은, 전주에 대본이 나오면 이번주에 촬영하고 다음주에 방송하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시트콤을 17년 정도 했었는데, 항상 작품이 끝나고 나면 꼭 병원에 입원해서 링겔을 맞았다. 120부작 안에 240개의 에피소드가 있어야 했는데 적은 인력으로 하다보면 정말 지치고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전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제작비도 충분했다. 사전에 많이 노력하고 집중해서 우려했던 부분들이 해소되었다."라며 사전제작 시스템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 배우들간의 케미를 끌어 올린 뒤 촬영했다고 이야기했다.

오랜만의 청춘 시트콤이었다. MZ 세대들의 현실을 그리는 국제기숙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토리인데 이 세대에 맞춘 특별한 연출이 있냐는 질문에 두 PD들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 TV에서 작업했을때는 '한국의 2030'이라는 타깃이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세계의 다양한 인종, 문화에 연령대도 너무 다양해서 타깃에 집중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할수 있는 걸 하자는데 집중했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뭘까를 고민했다"라며 김정식PD는 이야기했다.

권익준 PD도 "요즘의 트랜드, 요즘의 웃음을 반영해야 하나 고심하다 어느순간 시대를 넘어서서 어제봐도 웃긴 이야기를 하자고 마음을 놔 버렸다. 트랜드라는 건 3개월마다 바뀐다. 저희가 기획했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2년이 흘렀는데 트랜드를 쫓았다면 결국 맞출 수 없었을 것"이라며 청춘들이 출연하지만 웃음의 코드는 본질적인 것에 초점을 맞춰 연출했음을 이야기했다.

시간도 제작비도 여유가 있었는데 왜 신인의 외국인들을 배우로 캐스팅했을까? 권익준 PD는 "인지도가 있는 배우가 연기를 하면 몰입은 쉽겠지만, 우리가 아무리 유명한 사람을 캐스팅 해봤자 '현빈' 정도가 아니면 넷플릭스에 내놨을때 누가 알아볼까싶더라. 인지도에 집착했다면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까? 저희의 선택사항인데, 저희는 차라리 새로운 얼굴로 새 이야기를 만드는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히며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1회에서는 자막으로 캐릭터를 설명해 주는 형식을 쓰기도 했다"며 시청을 돕기 위해 고심한 부분도 이야기했다.

김정식PD는 "한국에 있는 모든 외국인 배우들은 다 만나본것 같다. 정말 많이 만났는데 캐스팅을 하고 보니 이 친구를 찾으려고 이 고생을 했구나 싶었다"라며 배우들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수백만 팬이 있는 아이돌도 캐스팅되었고, 그 아이돌의 팬이었던 사람도 캐스팅이 되었다. 모두가 친구같이 마음을 열고 세트에 앉아 있는데 정말 자연스럽게 케미가 나오더라. 의미를 모르는 대사에 발음도 안되서 고민했던 배우들이 결국 촬영 전에는 다 극복하고 열심히 해줬다"라며 배우들의 노력도 칭찬했다.

특별히 애정이 가는 배우가 있냐는 질문에 두 PD는 "8명 모두에게 다 애정이 있어서 누구 한명만 꼽기는 어렵다"라며 "조연들에게도 애착이 간다. 분량이 더 많았으면 이들과 할게 정말 많았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로 배우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오늘도 정답없는 하루를 사는 국제 기숙사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 웃음을 담아낸 단짠 청춘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는 통통 튀는 캐릭터를 완성한 신예 배우들의 맛깔난 연기와 탄탄한 에피소드로 전 세계에 유쾌한 웃음을 불어넣고 있으며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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