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이 가장 로스쿨다운 엔딩으로, 의미와 재미를 다 잡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9일 방송된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연출 김석윤, 극본 서인) 최종회에서 마침내 최후 ‘법비’ 고형수(정원중)는 살인 교사, 댓글 조작 등의 혐의로 법의 판결을 받았다. “이대로 무너지지 않겠다”며 끝까지 여론 몰이에 나섰지만, 양종훈(김명민) 교수는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그 ‘법’으로 그를 심판대 위에 세웠다. 서병주(안내상) 살인교사를 알게 된 진형우(박혁권) 검사는 “의원님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꼬리를 잘랐고, ‘스모킹 건’ 에리카 신, 즉 ‘강단’(류혜영)은 직접 법정에 출두, 그의 협박 통화 녹취본을 증거로 제출, 고형수에게 징역이 선고됐다.
학교에서 배운 법을 몸소 체험하며 ‘정의로운’ 성장사를 쓴 ‘로스쿨즈’는 새로운 시작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한준휘(김범)는 “공정한 저울질로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던 삼촌 서병주의 소신을 밑거름 삼아 검사가 됐다. 강솔A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법적 근거를 조목조목 짚어낼 줄 아는 변호사로 성장했고, 강솔B(이수경)는 부모님과 건설적인 관계를 다시 쌓으며, ‘판사’라는 집착에서 벗어나 변시를 준비했다. 서지호(이다윗)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바로 서지 못했던 진검사를 심판하기 위한 형사 재판 준비를 시작했다. 전예슬(고윤정)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데이트 폭력을 ‘내 탓’이라 자책하는 리걸 클리닉 의뢰인에게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며 용기를 북돋았다. 유승재(현우)는 재판에서 선처가 아닌 엄벌을 처해달라며, 잘못된 선택에 대한 책임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무엇보다 이날 방송의 압권은 첫 회에서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을 던졌던 양종훈의 엔딩이었다. 앞서 고형수를 면회한 그는 서병주에게 준 땅의 진실에 대해 물었고, 뇌물로 인정한다고 한들,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자괴감만 들 것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뇌물로 세운 로스쿨 모의 법정에 등장한 서병주의 환영은 “법은 정의롭지 않다는 걸, 내가 틀렸다는 걸 보여줬다”는 회한을 드러냈다. 하지만 양종훈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자괴감을 먹고 자랄 또 다른 신입 제자들에게 ‘공포의 양크라테스’의 존재감을 알렸다. 법이 불완전한 정의일지라도, “법을 가르치는 순간, 그 법은 완전해야 한다. 법을 배우는 순간, 그 법은 정의여야 한다. 정의롭지 않은 법은 가장 잔인한 폭력이다”라는 걸 가르쳐, 단 한 마리의 ‘법꾸라지’도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한준휘와 강솔A처럼, 그의 가르침을 받아 어딘가에서 “진실과 정의를 오로지 법으로” 실천하고 있을 법조인들의 존재는 희망 그 자체였다. 첫회부터 최종회까지 관통했던 이 메시지로 끝까지 전율을 일으킨 ‘로스쿨’의 지난 여정을 되돌아봤다.
#1 길이 남을 ‘웰메이드 법정물’의 탄생
전대미문의 캠퍼스 살인사건으로 출발한 이야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관련 인물들의 사건으로 줄기를 뻗으며 흥미가 배가됐다. 수업에서 다뤘던 사례가 실제 사건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법을 알아가는 재미를 더했다. 살인, 데이트 폭력, 디지털 성범죄 등 현실적 강력 범죄를 자극적으로 혹은 드라마틱하게 다루는 대신, 그 안에 얽힌 법적 쟁점에 집중, 사건의 파장과 무게를 실감케 했다. 적재적소에 흘러나온 배경 음악은 극적 긴장감을 끌어올렸고, 로스쿨이라 가능했던 독특한 유머 코드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틈을 마련했다. 이렇게 치밀한 구성력을 가진 촘촘한 대본, 섬세한 배려와 틈새 재미까지 챙긴 완벽한 연출, 더할 나위 없었던 모든 드라마 장치까지, 작품 구석구석 세심하게 고심한 흔적을 느낄 수 있었던 제작진의 노력에 길이 남을 ‘웰메이드 법정물’이 탄생했다.
#2 연기 구멍 없었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총집합’으로 캐스팅부터 화제를 모았던 ‘로스쿨’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배우들의 팽팽한 연기 대결이 이어졌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연기 본좌 김명민과 현실 연기의 대가 이정은을 비롯해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을 빛냈던 안내상, 길해연, 오만석의 ‘로스쿨 교수 군단’, ‘정의로운 법조인’이란 하나의 목표로 희망찬 성장사를 쓰며 각기 다른 캐릭터에 개성 만점 매력을 완벽하게 덧입힌 김범, 류혜영, 이수경, 이다윗, 고윤정, 현우, 김민석, 이강지의 ‘로스쿨즈’, 너무나 얄미워서 더 현실적이었던 검사 박혁권, 그와 함께 묵직한 긴장감을 더한 정원중과 조재룡, 그리고 단 한 번도 웃음을 놓치지 않은 뜻밖의 콤비 우현과 이천희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것. 그 어디서도 연기 구멍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그만큼 모든 인물들의 특징이 더욱 매력적으로 완성된 탓에, ‘로스쿨’ 시청자들은 누구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캐릭터들을 갖게 됐다.
#3 키워드로 담아낸 법과 정의
법을 잘 아는 법조인이 자행하는 편법은 그만큼 더 잔인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양종훈 교수는 악명이 자자한 혹독한 가르침으로 그 악순환의 뿌리를 뽑고자 했고, 그의 지도 아래 성장한 학생들은 진실과 정의를 오로지 법으로 실천하는 법조인으로서의 희망찬 새 출발을 알렸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나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을지 모르는 생소한 법이 얼마나 현실과 맞닿아 있는지 알게 됐다. 무엇보다 법률가를 양성해내는 유일한 통로가 됐지만, 아직까지도 일반인들에겐 미지의 세계인 로스쿨을 배경으로, 드라마 ‘로스쿨’은 “법과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예비 법조인의 시선으로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양종훈이 내린 결론대로, 법은 완전한 정의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법을 정의롭게 가르치고, 정의롭게 배운 법조인들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참으로 ‘로스쿨’다운 해피 엔딩이었다.
지난 9일 방송된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연출 김석윤, 극본 서인) 최종회에서 마침내 최후 ‘법비’ 고형수(정원중)는 살인 교사, 댓글 조작 등의 혐의로 법의 판결을 받았다. “이대로 무너지지 않겠다”며 끝까지 여론 몰이에 나섰지만, 양종훈(김명민) 교수는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그 ‘법’으로 그를 심판대 위에 세웠다. 서병주(안내상) 살인교사를 알게 된 진형우(박혁권) 검사는 “의원님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꼬리를 잘랐고, ‘스모킹 건’ 에리카 신, 즉 ‘강단’(류혜영)은 직접 법정에 출두, 그의 협박 통화 녹취본을 증거로 제출, 고형수에게 징역이 선고됐다.
학교에서 배운 법을 몸소 체험하며 ‘정의로운’ 성장사를 쓴 ‘로스쿨즈’는 새로운 시작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한준휘(김범)는 “공정한 저울질로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던 삼촌 서병주의 소신을 밑거름 삼아 검사가 됐다. 강솔A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법적 근거를 조목조목 짚어낼 줄 아는 변호사로 성장했고, 강솔B(이수경)는 부모님과 건설적인 관계를 다시 쌓으며, ‘판사’라는 집착에서 벗어나 변시를 준비했다. 서지호(이다윗)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바로 서지 못했던 진검사를 심판하기 위한 형사 재판 준비를 시작했다. 전예슬(고윤정)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데이트 폭력을 ‘내 탓’이라 자책하는 리걸 클리닉 의뢰인에게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며 용기를 북돋았다. 유승재(현우)는 재판에서 선처가 아닌 엄벌을 처해달라며, 잘못된 선택에 대한 책임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무엇보다 이날 방송의 압권은 첫 회에서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을 던졌던 양종훈의 엔딩이었다. 앞서 고형수를 면회한 그는 서병주에게 준 땅의 진실에 대해 물었고, 뇌물로 인정한다고 한들,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자괴감만 들 것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뇌물로 세운 로스쿨 모의 법정에 등장한 서병주의 환영은 “법은 정의롭지 않다는 걸, 내가 틀렸다는 걸 보여줬다”는 회한을 드러냈다. 하지만 양종훈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자괴감을 먹고 자랄 또 다른 신입 제자들에게 ‘공포의 양크라테스’의 존재감을 알렸다. 법이 불완전한 정의일지라도, “법을 가르치는 순간, 그 법은 완전해야 한다. 법을 배우는 순간, 그 법은 정의여야 한다. 정의롭지 않은 법은 가장 잔인한 폭력이다”라는 걸 가르쳐, 단 한 마리의 ‘법꾸라지’도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한준휘와 강솔A처럼, 그의 가르침을 받아 어딘가에서 “진실과 정의를 오로지 법으로” 실천하고 있을 법조인들의 존재는 희망 그 자체였다. 첫회부터 최종회까지 관통했던 이 메시지로 끝까지 전율을 일으킨 ‘로스쿨’의 지난 여정을 되돌아봤다.
#1 길이 남을 ‘웰메이드 법정물’의 탄생
전대미문의 캠퍼스 살인사건으로 출발한 이야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관련 인물들의 사건으로 줄기를 뻗으며 흥미가 배가됐다. 수업에서 다뤘던 사례가 실제 사건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법을 알아가는 재미를 더했다. 살인, 데이트 폭력, 디지털 성범죄 등 현실적 강력 범죄를 자극적으로 혹은 드라마틱하게 다루는 대신, 그 안에 얽힌 법적 쟁점에 집중, 사건의 파장과 무게를 실감케 했다. 적재적소에 흘러나온 배경 음악은 극적 긴장감을 끌어올렸고, 로스쿨이라 가능했던 독특한 유머 코드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틈을 마련했다. 이렇게 치밀한 구성력을 가진 촘촘한 대본, 섬세한 배려와 틈새 재미까지 챙긴 완벽한 연출, 더할 나위 없었던 모든 드라마 장치까지, 작품 구석구석 세심하게 고심한 흔적을 느낄 수 있었던 제작진의 노력에 길이 남을 ‘웰메이드 법정물’이 탄생했다.
#2 연기 구멍 없었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총집합’으로 캐스팅부터 화제를 모았던 ‘로스쿨’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배우들의 팽팽한 연기 대결이 이어졌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연기 본좌 김명민과 현실 연기의 대가 이정은을 비롯해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을 빛냈던 안내상, 길해연, 오만석의 ‘로스쿨 교수 군단’, ‘정의로운 법조인’이란 하나의 목표로 희망찬 성장사를 쓰며 각기 다른 캐릭터에 개성 만점 매력을 완벽하게 덧입힌 김범, 류혜영, 이수경, 이다윗, 고윤정, 현우, 김민석, 이강지의 ‘로스쿨즈’, 너무나 얄미워서 더 현실적이었던 검사 박혁권, 그와 함께 묵직한 긴장감을 더한 정원중과 조재룡, 그리고 단 한 번도 웃음을 놓치지 않은 뜻밖의 콤비 우현과 이천희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것. 그 어디서도 연기 구멍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그만큼 모든 인물들의 특징이 더욱 매력적으로 완성된 탓에, ‘로스쿨’ 시청자들은 누구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캐릭터들을 갖게 됐다.
#3 키워드로 담아낸 법과 정의
법을 잘 아는 법조인이 자행하는 편법은 그만큼 더 잔인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양종훈 교수는 악명이 자자한 혹독한 가르침으로 그 악순환의 뿌리를 뽑고자 했고, 그의 지도 아래 성장한 학생들은 진실과 정의를 오로지 법으로 실천하는 법조인으로서의 희망찬 새 출발을 알렸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나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을지 모르는 생소한 법이 얼마나 현실과 맞닿아 있는지 알게 됐다. 무엇보다 법률가를 양성해내는 유일한 통로가 됐지만, 아직까지도 일반인들에겐 미지의 세계인 로스쿨을 배경으로, 드라마 ‘로스쿨’은 “법과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예비 법조인의 시선으로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양종훈이 내린 결론대로, 법은 완전한 정의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법을 정의롭게 가르치고, 정의롭게 배운 법조인들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참으로 ‘로스쿨’다운 해피 엔딩이었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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