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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성적표]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웹툰 원작의 이행, 외모지상주의 사회의 하이퍼리얼리즘


못생긴 외모 때문에 어릴 때부터 놀림 받으며 자존감 바닥으로 자란 여자가 대학 입학 전 성형 수술로 미녀가 된다. 그녀의 목표는 '이뻐지고 싶다'가 아니라 '평범해지고 싶다'였다. 외모 지적을 당하며 자란 덕분에 남의 외모에도 민감해져 속으로 점수로 외모 평가를 하는 그녀의 이름은 강미래. 외모가 달라져도 여전히 자존감 바닥인 미래가 대학에 입학한 후 생기는 각종 '외모'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현실적으로 풀어낸 웹툰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원작으로 한 JTBC 주말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 7월27일 첫방송됐다.


GOOD
하이퍼리얼리즘, 누구나 한번쯤 했거나 들었을 '외모평가'질
만화에서 튀어나온 캐스팅


"오늘 초췌해 보이네, 피곤해?" "요즘 살쪘어?" "너 예뻐졌다" 칭찬이든 비하이든, 마치 인삿말처럼 서로에 대한 외모 평가를 쉽게 하는 한국 사회에서 '외모'는 가끔 모든 것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면접에서도 노력으로 쌓은 스펙과 조리있는 말솜씨보다 중요한 것이 '인상'이라고 취직용 성형수술까지 있지 않은가. 더구나 그냥 예뻐서도 안 된다. 자연스럽게 예쁘거나 잘생겨야 하고, 의술의 도움을 얻은 성형미인보다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예쁨을 장착하고 태어나야만 진정한 미인으로 인정받는다. '미녀는 괴로워'가 성형으로 예뻐진 여성의 좌충우돌 코미디라면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성형'보다는 '외모'를 둘러썬 사회의 시선들에 초점을 두는 웹툰이다. 예뻐지면 모든 게 달라질 줄 알았던 여자가 이번에는 지나치게 예쁜 외모 때문에 각종 폭력에 노출되는 이야기가 살벌하게 현실적이라 큰 공감을 샀다.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미래가 성형 하는 장면과 자라면서 친구들로부터 외모 때문에 괴롭힘을 당했던 장면들을 교차 편집하며 시작한다. 그녀가 왜 성형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셈인데, 미래는 '예뻐지고 싶다'가 아니라 '평범해지고 싶다'고 말한다. 친구도 사귀고 싶고, 잘 추는 춤도 추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지만 그녀의 별명은 '강오크'였다. 살을 빼면 '긁지 않은 복권'처럼 달라질 줄 알았건만 살만 빠진 못생긴 여자애였던 미래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단순히 외모 때문에 뭐 저렇게까지 사람들이 괴롭히나 싶지만, 분명 세상에 없는 일이 아니다. 만화 원작이니만큼 상황은 극적으로 포장되어있고, 인물들은 상황을 더욱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 '외모 지상주의'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인기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면 캐스팅을 누구로 하면 좋을지, 시청자들이 1순위로 꼽았던 배우들이 전부 캐스팅된 점도 만화적인 상황들에 시청자가 진입하기 쉽게 돕는다. 특히 예뻐진 미래가 대학에 입학한 후 처음 가는 과 엠티에서 겪고 듣고 보는 일들은 누구나 한번쯤 사회에서 겪었을 일들이라 매우 현실감이 높다. '외모 지상주의'의 세상은 실제로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 않나. 예뻐져서 오히려 폭력의 대상, 질시의 대상이 되어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의 이야기의 현실적인 사례와 여자 친구들끼리도 서로 외모를 품평하는 장면들은 소름끼치도록 현실적이다.


BAD
원작만 옮겼지 드라마만의 해석은 없다
극적 상황 고조를 위해 설계된 캐릭터들, 새로운이 없다
착한 여주-츤데레 남주-예쁘지만 못된 서브여주, 도식적인 인물 구조

성형으로 예뻐졌지만 여전히 컴플렉스가 강하고 자존감이 낮아 어두운 여자 주인공, 물론 그녀는 마음만큼은 착하다. 자연미인이라는 자부심에 외모 자신감이 지나치지만 '예뻐서 괴롭힘 당했던' 트라우마 때문에 착한 척 하면서 속으로는 타인에 대한 질시를 쌓아가는 나쁜 서브여주, 재력-외모-머리 모든 것을 가진 완벽남이지만 엄마에 대한 상처 때문에 차가운 남자 주인공. 여기에 '성형과 외모 지상주의'라는 소재만 얹었을 뿐이지 '내 아이디는 성형미인'의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는 지나치게 단선적이고 익숙하며 뻔하다.

거기다 신입생 외모 품평을 하고, 화려하게 예쁜 여자에게는 '어디서 좀 놀아봤'냐는 편견을 덧씌우고, 예쁜 여자를 여신이라며 자연스럽게 추근대는 남자 선배들의 장면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한다.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고 '진정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충분히 예측가능하게 흘러간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만화 원작을 드라마로 옮기는 데만 충실했지 드라마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요소는 적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가져왔지만 그것을 자극적이고 단선적으로 그려내는 덕분에 이야기는 충분히 예측가능하게 흘러간다.

더구나 자신의 과거 사진과 성형 사실을 숨기느라 고생하게 될 강미래(임수향), 그녀를 질투하고 괴롭히게 될 현수아(조우리)의 구도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편견을 더욱 강화시켜줄 것이 뻔하다. 또한, 모든 것을 다 가진, 그래서 차가워 보이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한 도경석(차은우)과 미래의 로맨스 역시 아마 예측대로 흘러갈 것이다. 그 예측 가능한 뻔함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니라 내면'이라는 역시 도식적인 교훈을 이 드라마는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역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iMBC연예 김송희 | 사진 JTBC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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