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이지은의 무심히 던지는 팩트가 우리의 마음에 씁쓸하게 박히고 있다. 스물한 살의 사회초년생, 아직은 몰라도 될 것 같은 현실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그녀의 고된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매주 새로운 명대사를 탄생시키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 제작 스튜디오 드래곤, 초록뱀미디어). 특히 지안(이지은)의 건조한 대사에는 씁쓸한 진실이 담겨있다. 차가운 현실을 저격하는 거친 여자 지안의 팩트 폭격 세 가지를 짚어봤다.
#1. “왜 우리 아버지가 궁금할까?”
지안이 버린 뇌물봉투로 인해 위기에서 벗어난 동훈(이선균). 두 사람의 첫 식사자리에서 동훈은 “아버지는 뭐하시니?”라고 물었고, 지안은 “아저씨 아버진 뭐하세요?”라고 되물었다. 그리고는 “난 아저씨 아버지 뭐하시는지 하나도 안 궁금한데, 왜 우리 아버지가 궁금할까?”라면서 당돌하게 되물어 동훈을 당황케 했다. 아마도 “어른들은 애들 보면 그냥 물어봐”라던 그의 대답처럼 어색한 분위기를 메워보려는 평범한 질문이었을 터. 하지만 별것 아닌 무심한 질문도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지안의 “잘사는 집구석인지 못사는 집구석인지 아버지 직업으로 간 보려고?”라는 말 속에는 오랜 시간 묵혀온 그녀의 상처가 담겨있다. 이는 상대를 고려하지 않은 무심함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지도 모르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했다.
#2. “나 좀 싫어해 줄래요?”
사람 싫은데 이유 있냐면서 도준영(김영민)은 왜 싫은지 이유도 생각하기 싫은 사람이라는 동훈. 지안은 “그런 사람이 잘 나가서 괴롭겠다”라고 말했다. 자조하는 듯한 동훈의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은 다 잘 돼”라는 말에 이어지는 지안의 답변은 자신을 싫어해달라는 것. 무표정한 얼굴로 “나 좀 싫어해줄래요?”라고 말하는 지안은 어쩐지 안쓰러웠다. “엄청나게. 끝 간 데 없이. 아주아주 열심히” 이유 없는 미움을 받더라도 괜찮다는 지안에게서 퍽퍽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3. “잘 사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 되기 쉬워.”
퇴근 중이던 동훈은 마트 앞에서 홍시를 떨어뜨린 것도 모른 채 카트를 밀며 정신없이 달리는 지안을 발견했다. 지안이 떨어뜨린 홍시를 주워들고 인적 없는 골목을 서성이던 동훈은 골목길을 위태롭게 내려오는 지안을 발견했고, 밀려 내려오는 카트를 붙들었다. 그리고 카트 안에는 이불을 뒤집어쓴 봉애(손숙)가 앉아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에 당황했지만 동훈은 아무렇지 않은 듯 지안과 봉애가 골목길을 내려서는 것을 도왔다.
카트에 앉아 황홀한 눈으로 달을 바라보던 봉애는 “좋은 사람이지? 좋은 사람 같아”라며 동훈에 관해 물었다. 하지만 지안은 차가운 얼굴로 “잘사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 되기 쉬워”라고 답했다. 잘 살기 때문에, 마음이 여유롭기 때문에, 가진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 되기 쉽다는 말은 실제로 나보다 어려운 이를 위로하며 위안을 얻는 세상의 많은 사람을 저격하는 비수 같은 한마디였다.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치유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매주 수, 목 밤 9시30분에 방송되며, 국내 방영 24시간 후 매주 목, 금 밤 9시 45분 tvN 아시아를 통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도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