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와 성별, 직업과 경력 등 시청자들의 모든 편견을 깨는 <복면가왕>에서 ‘복면’을 담당하고 있는 디자이너 황재근을 만났다. 예능 프로그램을 위해 매주 8개의 가면을 제작하는 일이 디자이너의 작업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판단은 단언컨대 ‘편견’이었다.
Q. 어떻게 <복면가왕> 가면 디자인을 맡게 됐는지.
여러 가지가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사실 우리나라에 가면 만드는 전문가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하회탈 같은 장인 느낌의 가면도 아니다보니 디자이너 나름의 감각이 있으면서 또 방송 콘텐츠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되고, 아이디어가 독특한 사람이 필요했다고 하더라고요. 테스트 겸 처음 만든 가면이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였는데 제작진도 그 가면을 보고 믿음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옛날에 추석특집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한테 하라 그러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인연이 닿아서 신기하죠.
그러진 않았어요. 다른 방송 할 때 가면은 아니지만 액세서리보다는 좀 더 큰 개념으로 머리장식이라든가 모자 이런 걸 많이 해왔는데, 그런 것들이 가면과 일맥상통하는 요소가 있어요.
Q. <복면가왕> 가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컨셉’이에요. 가면의 의도. 컨셉. 이게 뭘 보여주고자 하는 아이디어인가. 그게 가장 중요해요. 컨셉이 명확할수록 직관적이고 재미있는 가면 이름이 나오기도 하고요. 그 외에는 작업을 하면서 저도 하나씩 쌓여가는 점들이 많아요. 이제는 출연자들이 노래할 때 불편하지 않기 위해 어떤 점을 신경 써야 하는지, 또 화면엔 어떤 색깔과 장식이 예쁘게 나오는지 그런 것들을 알게 됐죠. 더 나아가서는 시청자분들이 어떤 가면을 좋아하는 지도 생각하게 됐고, 전 연령층에 어필할 수 있는 가면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한 번 틀이 잡혔다고 해서 똑같이만 하면 지겨우니까 가면 작업에서 중요한 부분 역시 계속 연구하면서 진화하게 되는 거죠.
Q. 작업하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
사실 제작진, 출연자 개개인의 취향이 다 다르니까 수정사항이 많이 발생하기도 하고, 방송 특성 상 이걸 바로바로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 처음엔 굉장히 힘들었어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특수직인 거잖아요? 이런 미개척 분야에서 디자이너 출신인 제가 새롭게 길을 만들면서 방송 콘텐츠를 통해 그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보람도 있고, 자부심도 있어요. 또 사람들이 호기심을 보이면서 “가면 멋있다. 예쁘다.” 이런 얘기 해주면 기분도 좋고요. 물론 “내 스타일 아니다. 정신 사납다.”라고 댓글 남기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웃음)
Q. 댓글 반응도 직접 확인을?
한 번 읽어보긴 했는데 그 다음부턴 안 봐야겠다 싶더라고요. 저는 무엇이든 취향이 분명히 드러나게 만드는 편인데 이게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거니까. “별로다. 그것도 디자인이냐.” 하는 사람들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생각은 해요. “그럼 네가 한 번 해봐!” 이러면서 댓글을 달고 싶어지기는 하지만요. (웃음) 안 보고 사는 게 속 편한 것 같아요.
Q. 가장 만들기 힘들었던 가면?
수작업이 많아서 어려웠던 건 ‘로맨틱 쌍다이아’. 붙이는 게 너무 많고 하다보니까 욕심이 나서 계속 붙이고 붙이고 하다보니까... 되게 예뻐졌어요. (웃음) 수정을 정말 많이 했던 건 ‘따끈따끈 떡 사세요’. 떡시루를 올렸다 내렸다 바꾸고 하다 보니 나중엔 떡만 봐도 토 나올 것 같더라고요. (웃음) 계속 고치다 고치다 이번 방송 때 못 쓰고 나중에 송편으로 바꿔서 추석특집 때 써야하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웃음)
Q. 가면과 가장 잘 어울렸던 출연자?
‘질풍노도 유니콘’과 배다해 씨가 아니었나 싶어요. 배다해 씨도 가면을 굉장히 좋아했던 거 같고 그 분위기와 오페라의 유령 노래가 아주 잘 어울렸어요. 아! ‘상암동 호루라기’ 태일 씨도 굉장히 잘 어울렸었고요!
Q. 아이디어가 안 나오거나 할 땐...
없어요! 한도 끝도 없이 나와요. 왜냐하면 모든 걸 다 가면 소재로 볼 수 있거든요. 여기 지금 보이는 천막 천, 에어컨, 리모콘, 정수기, 서랍, 손잡이, 물통, 시계, 자 전부 다 가면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것들, 평범한 것들을 평범하지 않게 가면으로 옮겨서 보여주는 거죠. 막 요즘에는 꿈에서도 가면 아이디어를 찾고 있어요. (웃음)
Q. 가장 뿌듯했던 순간?
녹화가 딱 끝났을 때. 가면이랑 출연자 노래 이런 분위기나 궁합이 되게 잘 맞는 회차가 있거든요. 그럴 때 너무 좋죠. 물론 사소한 작업 과정 하나하나에서 오는 보람들도 있지만 프로그램이 잘 되고, 또 왠지 거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 때 기분이 가장 좋아요. 프로그램에 애정을 갖고 있고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사람이니까 프로그램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똑같은 거죠.
Q. <복면가왕>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프로그램 이름은 ‘복면가왕’이지만 전 ‘가왕의 복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노래가 제일 중요한 거고 가면은 조연같은 거죠. 두드러지진 않지만 꼭 필요한, 그런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처음엔 가면에 집중을 해줬으면 하는 그런 마음도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많이 느껴요. 눈으로는 가면을 보고 있지만 귀로는 노래를 듣는 거고, 그러면서 전체적인 무대의 감동을 느끼고 또 그 다음에는 연예인 판정단들의 익살스러운 얘기들까지 모든 게 종합적으로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니까요. 그래서 그냥 그 분위기를 즐겨달라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가 했을 때 잘 하는 것보다 남들이 쉽게 못 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낀다는 디자이너 황재근은 “못하는 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아이디어가 떨어진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답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가면에 디자인을 입히고, 이를 어떻게 프로그램에 녹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의 모습이 앞으로 또 어떤 ‘가왕의 복면’을 탄생시킬지 기대해 볼 일이다.
☞ "가면 중 甲은 클레오파트라" <복면가왕> 디자이너 황재근이 말하는 김연우!
iMBC연예 김은별 | 사진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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