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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詩 <킬미힐미> 속 안요섭의 '바람이 분다(le vent se leve)'




단 한 번의 한숨으로 단축되는, 시간의 신전이여,
고요의 더미여, 눈에 보이는 보유물이여…
아름다운 하늘, 참된 하늘이여, 변하는 나를 보라.

일어서라. 연이어 오는 시대 속에서.
마셔라, 가슴이여. 바람의 탄생을.
파도로 달려가 거기서 힘차게 다시 솟구치자.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le vent se leve, il faut tenter de vivre)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중 일부 발췌-



12일(목) 방송된 MBC 수목미니시리즈 <킬미, 힐미>에서 자살지원자 '안요섭'이 떠나가며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le vent se leve, il faut tenter de vivre(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숱한 문학인들의 소재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이유가 된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조인성, 송혜교 주연으로 인기를 모았던 노희경 작가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시작해, 가수 이소라의 대표곡이기도 한 <바람이 분다> 등 사실상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소재들로 쓰인 경우도 있다.


지난 1월 7일(수) 첫 방송을 시작한 <킬미, 힐미>는 어릴 적 상처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도현(지성)이 7개의 인격을 만들어낸 한 남자의 고군분투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그런와중 단연 도현과 나머지 인격들, 리진을 가장 위협했던 것이 바로 죽음을 담당하는 '안요섭'이다.
세상의 생명이 있는 삶들은 필연적인 죽음을 맞이하지만, 스스로를 죽이겠다는 '자살지원자' 요섭의 경우가 사실은 리진(황정음)의 손길이 제일 필요했던 인물 중 하나다. 그런 그가 극의 마지막화에서 "살아야겠다"는 말은 시청자에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는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색적 고민과 시대의 풍파에 맞서는 한 지식인이 마침내 '바람이 분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삶의 의지를 재인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시간과 삶이 흐름이고 물결이라면, 그로인해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은 바람이다.
그의 시를 읽노라면 나와 타인, 혹은 의미모를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지지 않는 삶이 오히려 죽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전해진다.

다중인격의 한 남자과 그의 비밀주치의가 된 여자의 힐링 로맨스 <킬미, 힐미>. 마지막까지 주제를 담은 대사 속 잔잔한 감동이 종영 후 시청자들의 감성을 적시고 있다.

한편, MBC 수목미니시리즈 <킬미, 힐미>는 총 20부작으로 종영했으며 후속작으로는 <앵그리 맘>이 방송된다.






iMBC연예 차기자 | 화면캡쳐 MBC, iMBC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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