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조차 취업난을 피해가는 어려웠던 것일까?

불과 2연승, 화려한 그의 이력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수치다. 하지만 가왕의 자리를 위협하는 쟁쟁한 복면가수들의 도전에는 모험이 담긴 단 한번의 '선곡'조차 용인되지 않는 냉정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 모험을 불사하는 복면가수의 도전은 값지다.

'하면된다 백수탈출'의 첫 등장은 파란 트레이닝복, 삼선 슬리퍼, 덥수룩한 머리와 뿔태 안경, 그리고 취업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하면된다'라고 쓰인 머리띠까지, 모두의 웃음을 자아낼만큼 가볍고도 유쾌했다. 하지만 그가 <복면가왕> 무대 위에서 보여준 가창력의 수준은 결코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다. 그는 바로 '슈퍼주니어', 'f(x)', '소녀시대' 등 쟁쟁한 아이돌 그룹의 보컬 트레이너이자 <나가수2>의 우승자이며, 중국판 <나가수>로 대륙까지 삼킨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 바로 '더원'이었기 때문이다.

'하면된다 백수탈출'이 '더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나면, 그가 썼던 '백수' 가면은 다분히 역설적인 데가 있다. '백수'라 하기엔 그의 이력과 경력이 지나치게 고스펙이기 때문이다. 연예인 판정단 김구라의 말처럼 그가 신입 취준생이 아니라 경력 취준생이라면 일리는 있다. 또한 <복면가왕> 제작진이 작금의 취업현실을 가면에 반영한 것이라면 더원의 행보에 비추어보았을 때 '과연!'이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스스로 백수의 삶을 택하는 어떤 이들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취업을 '거부'하기도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더원의 마지막 선곡 '좋은 날'은 과연 그다운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더원은 자신의 주전공인 발라드를 선곡해 손쉽게 3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댄스곡을 택하는 모험으로 쉬운 길을 가지 않았다. 유리하게 노래 부르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는 비록 2연승에 그쳤지만, 6주라는 시간은 노래를 향한 그의 고집과 자존심, 그리고 그가 경연을 초월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경연의 고수, 가왕 중의 가왕임을 드러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던 기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원은 "발라드를 부를 걸 그랬나 보다."라는 말을 우스갯소리처럼 반복하며 <복면가왕> 무대와의 헤어짐을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나가수2> 종영 이후 중국 활동으로 인해 국내 활동이 한동안 뜸했던 그는 국내 시청자들과 다시 만날 기회를 찾고 있었고, 이를 위해 직접 <복면가왕>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더원'이라는 가수의 모든 수식어를 내려놓고 오직 '목소리'만으로 시청자와 만나고 평가받는 <복면가왕> 무대만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그와의 만남을 조금 더 연장시킬 수 있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겠다는 게 시청자로서의 욕심이라면 욕심이겠지만, 다행인 것은 그가 <복면가왕>에 더이상 '출근'하지 않아도 그의 직업은 여전히 '가왕'이라는 것이다. 그는 끝내 백수를 탈출하지는 못하였지만, '그'가 하면 '가왕'이 된다는 사실을 멋지게 증명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