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보라가 몰아치던 겨울 밤 태어난 백설공주. 온정이 넘치던 왕국에서 모두의 사랑을 받았지만, 강력한 어둠의 힘으로 왕국을 빼앗은 여왕의 위협에 숲으로 도망친다.
마법의 숲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백설공주는 신비로운 일곱 광부들과 만나게 되며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 마음속 깊이 숨겨진 용기와 선한 힘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여왕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백설공주'는 디즈니 첫 번째 프린세스 백설공주가 악한 여왕에게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선한 마음과 용기로 맞서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담은 2025년 첫 판타지 뮤지컬 영화다.
▶비포스크리닝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실사 영화 '백설공주'다. 각종 시비와 논란의 방점은 주연 레이첼 지글러의 인종 문제다. 디즈니는 '눈처럼 새하얀' 피부로 설정된 원작 속 백설공주 캐릭터와는 다른, 라틴계 배우인 레이첼 지글러를 택했다. "지글러의 외모가 백설공주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원작 팬들의 반발이 빗발쳤던 까닭은 이 때문.
캐스팅 단계부터 불거진 갖은 구설 탓에 해외에서의 프로모션 역시 살얼음판이었다.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 프리미어 시사회는 축소 진행됐고, 영국 런던 시사회는 레드카펫 행사와 함께 취소됐다. 언론 인터뷰 또한 생략됐다.
주연 지글러의 과거 부적절한 언행이 도마에 오른 바, 영화 흥행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글러는 자신의 캐스팅 논란과 관련해 "난 백설공주지만 그 역할을 위해 내 피부를 표백하진 않을 것"이라 밝히면서도 지난 2022년 한 인터뷰에서 "1937년 원작 영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시대에 뒤떨어졌다. 왕자는 백설공주를 스토킹하는 남자다. 이상하다"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디즈니의 실사 영화가 입길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개봉된 영화 '인어공주'는 흰 피부에 빨간 머리를 가진 주인공 에리얼의 실사 연기를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에게 맡겨 구설에 올랐다. 수억달러 제작비를 들인 '인어공주'는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이러한 논란들을 돌파할 수 있는 건 결국 '백설공주'라는 메가 IP 애니메이션이 가진 오리지널리티, 이야기의 힘이다. '인어공주' 혹평의 이유를 굳이 베일리의 피부색에서 찾을 필요가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백설공주'의 관전포인트는 원작이 만들어진 약 90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시대의식을 얼마나 충실하게, 독창적으로 반영했는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기존 서사를 그대로 답습하거나 기술적으로만 진보시키는데 그친다면, 수천억원을 들인 실사 영화의 존재 의의가 없을 터다. 디즈니는 변화한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를 공주의 피부색 교체로 게으르고 편리하게 해결하려 했고, 한 차례 실패를 맛봤다. '백설공주'에선 디즈니의 절치부심을 엿볼 수 있을까.
▶애프터스크리닝


'인어공주'에서 잔뜩 들어간 뱃심을 거리낌없이 털어낸 듯하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1937)는 디즈니 최초 장편 애니메이션으로서 업계에서도 상당한 기념비적 작품이지만, 디즈니는 약 90년 뒤 실사 리메이크로 재현한 이 '백설공주'를 구태여 예쁘게 금칠하려 들지 않은 점은 오히려 의문을 자아내기도 한다.
군살을 더하지 않고 이야기의 본질을 해치지 않은 '백설공주'다.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임팩트있게 압축해 보여주고자 한 '백설공주'의 의도는 '영리하다'는 생각을 먼저 들게 한다. 입길에 오른 '스노우 화이트'의 피부색은 차치하더라도,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충실히 반영하되 달라진 시대에 부합하는 미(美)의 기준을 변주해 보여주는 방식이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달라진 여러 설정들이 눈길을 끈다. 백설공주의 탄생 비화부터 '전지적 작가 시점'의 마법 거울까지. 여왕 그림하일드가 대표하는 겉치레의 미(美)는 구식으로 치부되는 한편, 내면의 미(美)에 대한 예찬이 그 자리를 채운다. 백설공주의 내면을 가득 채운 담대함, 용기, 공정함, 진실함 같은 것들은 주인공의 피부색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는다.

난쟁이와 독사과, 마법 거울 그리고 진실한 사랑의 키스 같은 원작 속 상징들은 투박하게 느껴질 정도로 충실히 구현되면서도, '겉모습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가치있다'는 변화한 담론은 훼손되지 않고 제 형태를 유지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나 백마 탄 왕자에게서 구원받는 공주는 없고,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주인공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맺는다. '라푼젤'(2010) 이후 디즈니가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는 '공주는 더 이상 왕자가 필요없다'는 서사의 반듯한 연장선이다. 90년 전에 만들어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이러한 서사의 극단적인 반대 지점에 있기에, '백설공주'가 시대적으로 훨씬 진일보했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군살을 뺐다는 건 이야기의 메시지가 선명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보는 맛도 줄어들었다는 아쉬움을 자아낸다. 바다가 생생하게 구현된 화려한 스케일의 전작 '인어공주'와 비교해본다면, '백설공주'의 주요 배경인 숲과 왕국은 훨씬 초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백설공주의 주체적인 성장에 방점을 뒀기 때문일까. 주요 인물들 간 관계성이 헐겁다. 백마 탄 '도둑'과 일곱 난쟁이들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이미지는 병풍처럼 소모된다. 백설공주의 안타고니스트 여왕 그림하일드는 메인 빌런으로서의 임팩트가 전체 관람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매력도가 떨어진다.
디즈니의 2025년 첫 판타지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는 오는 19일 개봉된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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