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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최민식 "장르에 대한 편식은 없다. 드라마, 코미디, 35금 멜로도 하고 싶다" ②

기사입력2017-10-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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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침묵>으로 중년 남자의 깊은 감성과 인생의 회환이 묻어나는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최민식을 서울 팔판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워낙 대단한 연기자이고, 이름이 곧 실력이고 장르이고 곧 믿음을 주는 분이기에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무엇이 배우를 꿈꾸게 했는지를 물어보는 건 의미 없었다. 그저 이번 영화에서 인물에 대해 어떤 해석을 했는지, 영화를 보며 느낀 느낌이나 장면에 대한 해석이 맞는지에 대해 주로 이야기 했다. 영화에 대해 일부 스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기도 하다.
언론시사때 배우 이하늬는 최민식과의 연인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최민식의 눈이라고 했었는데 과연. 50대 후반의 중후함이 묻어나는 외모였지만 짙은 속눈썹 사이로 보이는 소년같은 눈빛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조금 남은 커피를 스탭이 치우려하자 "아까운데 그걸 왜 버려~ 이리줘. 내가 다 마시게"라며 소탈한 모습으로 시작된 인터뷰는 정해진 시간이 너무 훌쩍 가버려 아쉬울 정도로 이야기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Q. 많은 관객들이 궁금해 할텐데 이하늬와의 연인 연기는 어땠나?

A. 유나라는 역할은 극중 사랑하는 대상이 돈많은 재벌이고 더군다가 전처의 소생도 있는 나이 많은 남자인데 그걸 끌어안는 역할이다. 사랑하기에 썩 내키지는 조건이지만 유나는 사귀는 남자의 딸에게 먼저 다가가고자 했던 인물이다. 유나 생일날 요트에서 시계주고 컵라면 먹는 씬이 이하늬와의 첫촬영이었다. 그 장면에서 아히늬는 여자로서 사랑하는 남자에게 당신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도 보여주지만 임태산의 딸에 대한 탐탁지 않음도 동시에 보여줬어야 했다. 과연 이하늬가 해날수 있을까에 대한 갸우뚱이 좀 있었다. 그런데 보란듯이 잘 하더라. 감동했다. 속이 깊은 친구구나 생각했다. 세상에 대한 이해나 인간에 대한 이해가 그만큼 되니 표현을 해내는 거 아니겠냐.
그리고 이후에 나이트클럽에서 임태산의 딸 미라를 만나고 모욕적인 말을 듣는데 얼마나 인간으로나 여자로 얼마나 한없이 꾹꾹 참아내야 했겠냐. 그런데 그 장면에서 그렇게 참는 것부터 극한의 한계치까지 끌고가는 대단함이 있더라.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도 같이 작업을 안해봤고 그친구가 나오는 영활르 챙겨보지 못했었다. 아히늬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없어서 갸우뚱 했었던 거다. 이 영화는 어찌보면 유나가 처음을 열고 마지막도 유나가 닫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굉장히 복합적이고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고 사랑의 깊이가 절절하지만 짧게 잘 표현해야 했다.

Q. 유나가 임태산의 환상을 통해 인사를 할때 눈물이 나더라.
A. 나는 유나가 배를 타고 해맑게 웃으며 손흔들고 갈때가 정말 슬프더라. 우는 모습이 아니라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인사하는 게 진짜 슬펐는데 이하늬가 짧은 순간에 깊은 감성을 표현해 내더라. 정말 이하늬의 덕을 많이 봤다.

Q. 배우들이나 스탭들이 현장에서 최민식 선배가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는 말을 하더라. 연기에 대한 이야기보다 삶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고.
A. 술마시면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한다. 지금 말하는 거의 한 500배는 많이 할거다.(웃음) 나는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한다. 술자리가 가장 개인적이고 허물 없는 자리다보니 서로의 고민도 이야기하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거 아니겠냐.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서로가 어색해하지 않고 가까이 들여다보게 되고 그게 작품에 시너지로 작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같이 작업한 후배들이 술자리에 전혀 빼는 게 없었다. 술도 잘 하고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잘 하더라. 그렇게 서로 알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Q. 50대 후반의 한국 배우로 많은 장르를 해보셨고 심지어 헐리웃 진출까지 해보셨다. 어찌보면 더 도전할 새로운 게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혹시 아직도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으신가?

A. 항상 할때마다 장르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세상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면 되고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세상이 다르고 다른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연기에 있어서 나는 편식이 없다.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35금 멜로도 하고 싶다. 아직도 알지 못하는, 아직도 감성이 미치지 못했던 것에 대해 하고 싶다. 멜로건 잔혹극 스릴러건 드라마건 어떤 시각이냐따라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꾸 변주를 원하는 건 어쩔수 없는 본능이긴하다. 장르에 대한 편식은 없지만 지난번 했던 레시피를 그대로 쓰지는 않는다. 변주가 재미있고 더 땡긴다. 그런데 이건 혼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같이 공유하는 동료가 있어야 한다. 그걸 항상 갈구한다.


Q. <신세계>가 프로퀼이었다. 다음편은 언제쯤?
A. 글쎄... 아쉬울때 끝나는 것도 좋지 않겠냐. 더 가서 좋아지면 모르겠는데 이제는 액션이 부담스럽지고 하고. 죽고 죽이는 험한 영화들 지긋지긋하다. 예전에 했던 <파이란> 같이 옹기종기 드라마로 알찬 영화, 사랑이건 가족이 담겨져있건 짧지만 두고두고 생각나게 되는 드라마가 하고 싶다. 그런게 좀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다양하게 보여지긴 했지만 이제는 휴머니즘이 짙게 깔린, 가족을 돌아보고 삶을 돌아보는 작품을 보고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걸 하고 싶다. 이런 영화들은 제작비도 덜들어서 부담도 적다.(웃음)

Q. 많은 작품을 했었는데 혹시 후회되거나 아쉬운 작품이 있으신가? 아니면 최애(愛) 작품이라던지.
A. 후회되는 작품은 없다. 흥행이 안됐다고 후회하는 건 말이 안된다. 다 내가 했던 작품이고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이 어디있겠냐. 다 애정을 가지고 했던 작품이고 최선을 다했었다. 방금도 이야기 했던 <파이란>의 경우는 조금 더 생각이 나는 작품이다. 그런 스타일의 작업을 또 해보고 싶다. 지금 내 나이, 이 모습, 지금의 생각과 감성으로 3류 건달이 아니라 문학적 향기가 물씬 풍겨나는 작품을 해석해서 표현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굴뚝같다.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침묵>은 11월 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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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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