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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최민식 "어쩔수 없이 함축되어진 이야기들이 있다" ①

기사입력2017-10-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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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침묵>으로 중년 남자의 깊은 감성과 인생의 회환이 묻어나는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최민식을 서울 팔판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워낙 대단한 연기자이고, 이름이 곧 실력이고 장르이고 곧 믿음을 주는 분이기에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무엇이 배우를 꿈꾸게 했는지를 물어보는 건 의미 없었다. 그저 이번 영화에서 인물에 대해 어떤 해석을 했는지, 영화를 보며 느낀 느낌이나 장면에 대한 해석이 맞는지에 대해 주로 이야기 했다. 영화에 대해 일부 스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기도 하다.
언론시사때 배우 이하늬는 최민식과의 연인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최민식의 눈이라고 했었는데 과연. 50대 후반의 중후함이 묻어나는 외모였지만 짙은 속눈썹 사이로 보이는 소년같은 눈빛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조금 남은 커피를 스탭이 치우려하자 "아까운데 그걸 왜 버려~ 이리줘. 내가 다 마시게"라며 소탈한 모습으로 시작된 인터뷰는 정해진 시간이 너무 훌쩍 가버려 아쉬울 정도로 이야기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Q.영화 <침묵> 너무 잘 봤다. 개인적으로 너무 괜찮았다. 완성된 영화를 언제 처음 보셨었나?

A. 언론시사에서 최종본을 봤다. 초기부터 꾸준히 편집과정을 보기는 했다. 완성본이 나오기 전까지 계속 이야기하고 의견교환을 했었다. 정지우 감독이 중간중간 이렇게 저렇게 고쳤다는 걸 공유해 주더라. 너무 세세하게 말해줘서 그만 알아서 하라고도 했다.(웃음)

Q. 최종본을 보고 나니 어떠신가?
A. 의도했던 바가 주어진 여건 속에서 다 나왔다고 본다. 100% 만족스러운 건 없지만 정지우 감독이 의도한 것이나 제 생각, 제작사 대표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화가 좀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램은 있다. 더 보여졌으면 충분한 설명이 될텐데 하는 부분들이 어쩔수 없이 생기니까 그런게 아쉽다.

Q. 어떤 부분이 짧아서 아쉬웠나?
A. 한식당에서 유나와 미라가 만나는 장면이다. 유나의 사망사고가 미라와 아주 밀접하기 때문에 둘의 전사가 보여져야 했다. 중간의 편집단계에서 이 장면을 통으로 들어내 본 적도 있다. 유나가 노래를 부르는 것 부터 시작하는 버전이었는데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깔끔하고 오프닝이 더 신선하게도 보였다. 하지만 도저히 안되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유나와 미라가 클럽에서 만나는 장면에 대한 감정의 구축이 부족해서 미라가 단순히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중이고 그래서 아빠의 새 애인을 거부하는 불량한 아이로 비춰지게 되는데 그건 단편적이고 평면적이었다. 미라와 유나를 위한 씬이었는데 짧게라도 넣어서 다행이긴 하다.

Q.또 다른 장면은 없는지?
A. 저의 어릴때 경험을 미라에게 반영해서 임태산이 이야기 하는 걸로 했던 대사가 있다. 정지우 감독에게 '내가 한번 할테니 어떤지 봐달라'고 해서 테이크를 갔었는데 내가 말을 너무 길게 해서 잘렸다. 적당히 했어야 했는데... (일동 웃음)



Q. 얼마나 긴 이야기였길래?

A. 내가 어릴때 버스타는 걸 좋아했었다. 4~5살때쯤인데 높은 차의 제일 뒷자리를 그렇게 좋아했다고 한다. 당시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 잘된게 있어서 식구들이 다 같이 불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했었다. 그당시 불고기라면 엄청나게 귀한 음식이었는데 나는 불고기보다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게 더 좋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가려고 하는 식당이 집에서 10분 거리여서 버스를 타지 않는다는 거였다. 왜 버스타고 안가냐고 울고불고 땡깡을 부리다가 화를 주체하지 못해 쌍코피까지 흘렸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이 내가 코피를 흘리며 우니까 누가 때린줄 알고 신고를 해서 경찰까지 왔었다. 이 이야기를 면회실 장면에서 미라가 어릴때 했던 것 처럼 이야기 했다. "니가 어릴때 그랬었잖아~"이러면서 옛날 이야기 할때 좀 짠한게 있었을텐데...

Q. (웃음) 고집센 유년시절을 보내셨나보다. 너무 긴 이야기다.
A. 영화 속에 동성식과 임태산의 과거사도 자세히 안 나온것도 아쉽긴 하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동성식은 임태산이 어떻게 할 거라는 걸 짐작 가능하고, 임태산 역시 동성식이 어떻게 반응을 보일지 계산이 되는 설정이다. 아마도 감독판이 나오면 이런 장면들이 다 들어가지 않을까?

Q. 이 영화는 시나리오도 보기 전에 하기로 하셨다고? 감독이 정지우라는 것이 그만큼 컸나?
A. 정지우와 함께 하는 거면 <침묵>이 아니어도 됐다. 지금껏 해온게 있는데 설마 이상한걸 가지고 하자고 했겠나. 정지우 감독이나 임승용(용필름 대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랜만에 전우를 만나 회포를 푸는 기분이었다.


Q. 막상 시나리오를 보니 어떠셨나?

A. 리메이크작을 이야기 하더라. 내가 한 첫말은 "말이 되는 이야기냐. 아무리 허구지만 대중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였다. 딜레마였다. 그런데 그점이 끌렸다. 돈밖에 모르는 동물같던 임태산이 인간으로의 회복을 한다는 의미에서 끌렸다. 그런 극적인 회복을 하려면 영화에서 진행되는 스토리로 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으니 돈으로 발라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임태산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리라... 임태산의 회복 말고는 이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아버지로의 존재감이 딸이 용의자가 된 걸 보고 그제서야 가슴에 와닿았다. 늘그막에 찾아온 사랑도 그랬다. 임태산이 지금껏 여자를 사랑의 대상으로 알고 살아왔겠냐. 임태산이라면 재벌과 젊은여가수의 사랑은 일단 부정적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랬겠지만 만나고 보니까 이 여자에게 처음으로 따뜻함을 느끼고 처음으로 모성의 따뜻함 같은 걸 느끼지 않았겠냐. 그래서 괜찮다는 위안도 받고 싶고, 미안하다는 말도 하고 싶은 생각이 생에 처음으로 들었을거다. 그 동안 재벌총수로 누려왔던 막강한 경제력, 수많은 인맥을 내팽개쳐버리는 게 마지막에 되는 계기가 되었을거다. 그런점이 끌렸다. 이걸 제대로 표현해보고자 했다.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Q. 법정드라마인줄 알았는데 영화가 끝나고 안겨주는 울림은 다른쪽이었다.
A. 오랜만에 이런 드라마를 해보고 싶었다. 장르적 재미도 충분히 주면서 경쾌한 템포이고 추리극보다는 드라마로 관객들에게 울림을 주고 싶었다. 원작도 그렇지만 임태산이 이 많은 페이크를 꾸미는 이유는 단지 자식사랑이기 때문인가?라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것보다는 임태산 개인의 인간적인 참회라고 생각했다. 그가 참회하는 방법은 아주 임태산스러웠다. 그래서 원작보다 막판의 휴머니티에 방점을 더 크게 찍고 고민도 더 했던거다.

Q. 영화 중반 김동명이 유나와 미라 사이에 오갔던 말을 들으면 임태산이 유나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식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더라.
A. 임태산 정도의 연륜이라면 젊은 친구가 객기 부리는 것에 대해 필터링을 했을 것 같다. 적어도 이 친구를 어두컴컴한 사무실에서 기다릴때는 동명이 유나에게 미친 일종의 '빠'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무슨 이야기를 해도 오로지 그날 사건 현장의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겠다는 것만 생각했을 거다. 동명의 입장에서 임태산이 얼마나 밉겠냐. 우리 천사같은 유나를 돈으로 매수한 늙은이라 생각할텐데... 그런데 김동명의 이런 생각을 돌리게 하는 계기가 플래시 백 장면에서 나온다. 그 장면이 원래는 더 길었었다. 임태산이 김동명을 설득하는 과정들인데, 김동명과 임태산은 결국 같은 사람을 서로 사항하고 있었는데 임태산이 유나를 그저 데리고 논게 아니라는 걸 김동명이 알게 되는 과정들이다. 나중에 김동명이 최희정 변호사에게 "살면서 이렇게 나이 많은 사람이 내 앞에서 무릎꿇고 펑펑 우는 건 처음봤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 또 동성식에게 전화하는 걸 연습하는 장면들도 있는데 그런 장면들이 많이 함축되고 최소화되면서 관객들이 조금 헷갈릴 것 같기는 하다. GV(관객과의 대화)를 많이 해야겠네. (웃음)

Q. 정승길과의 태국에서의 장면도 참 인상적이었다.
A. 정승길은 여지껏 임태산의 개로 살아왔던 사람이다. 평생 임태산의 뒷치닥거리를 하다가 이제는 살인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하게 될 상황인데 왜 그렇게 맹목적인 충성을 하는지는 보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오랜시간을 같이 보낸 인연이기에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모시던 사람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마음으로 일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충성의 마음이 우러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정승길은 임태산이 어떻게 재벌총수가 되고 어떻게 살아오며 이런 것들을 이뤘는지 알기 때문에 임태산이 그 모든걸 버리는 게 큰 울림이 되었을 것이다.
쌀국수 먹을때 그릇을 줬다 뺐는 장면이 나올 수 있는 게 둘 사이에 그런 인간적인 이해,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Q. 아 그장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런 디테일한 연기는 대본에 있었던 건가?
A. 정지우 감독의 디렉션이었다. 나는 그 장면이 정승길은 맛있게 국수를 먹고, 나는 담배를 피우고, 들려오는 태국 현지 소음으로 페이드아웃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정승길이 그 장면에서 울더라. 그순간 나도 울컥해서 울뻔했다. 조한철의 연기가 정말 대단했다. 친한 사람들끼리만 할 수 있는 행위로 정승길과 임태산 사이에 쌓인 과거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침묵>은 11월 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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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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