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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이병헌 ② "미국에서의 경험이 나를 많이 열리게 했다"

기사입력2017-10-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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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에서 이병헌은 치욕을 견디고 청나라와 화친을 도모하고자 하는 최명길 역으로 <광해> 이후 5년만에 사극 연기를 선보였다. <광해>에서 이병헌은 광대와 왕의 1인2역을 하는 팩션 사극으로 코믹과 진중함의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었다면 <남한산성>에서는 사실에 충실한 스토리에 한 인물의 고뇌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깊이있는 연기를 펼쳤다. 그런 그를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충무로의 내노라 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모였다. 특히 가장 큰 대립을 보여주는 두 배우 이병헌과 김윤석은 러닝타임 내내 팽팽한 연기 시너지로 몰입은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배우들의 열기는 뜨거웠을테지만 혹한의 겨울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한 겨울에 촬영했으며 영화 상영 내내 배우들의 입에서는 입김이 피어올라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는데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Q. 영화 전반에 걸쳐 현장의 추위가 연기가 아니라 실제였음이 느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들이 대사를 할때 마다 입김이 나오더라.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A. 입김은 춥기만 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더라. 진짜 추운날도 있었는데 그런 날은 오히려 입김이 안 나오기도 하더라. 과장이 아니라 감독님이 한 테이크는 연기가 좀 더 괜찮았고 한 테이크는 입김이 더 많이 나왔는데 둘 중에서 입김이 더 많이 나온 씬을 고민하시더라. 첫씬에서 최명길이 적진 앞에 말 타고 있는 장면은 처음에 찍었는데 감독님이 "나중에 일기예보 봐서 추운날 다시 찍자"는 말도 했다. 실제로 2개월인가 3개월 후에 다시 상반신만 입김 더 나오게 찍었다. 그 당시의 남한산성 임시궁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디테일이라 생각했었다. 수라상도 반찬이 적은 걸로 준비하고 세트나 미술에서 노력을 많이 했다. 실내 촬영을 할 때도 카메라 비춰진 쪽의 문은 닫혀 있지만 나머지 3면의 문은 다 열어놓고 했다. 한겨울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고 그랬다.

Q. 디테일이 살아 있었던 건 인정한다. 수염도 다른 사극에 비해서 많이 긴 편이었다. 지폐에서 볼 법한 길이었다. 요즘 사극에선 그렇게 길지 않던데.
A. 원래는 엄청 더 길었다. 사전에 카메라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수염이 너무 길어서 바람이 불면 수염이 얼굴을 다 덮어버리더라. 그래서인지 점점 짧아졌다. 하지만 김윤석, 송영창의 경우 수염이 긴 채로 연기했다. 수염때문에 사극 시나리오 제안이 오면 읽어보기도 전에 한숨을 쉬고 읽게 된다. 부담을 가지게 되는데 그럼에도 선택한 건 마음에 들어서다.

Q. 김윤석 배우와의 연기는 어땠나? 두 사람의 스타일과 연기, 성향이 너무나 달라서 그 다름에서 오는 케미가 영화를 살린것 같던데.
A. 김윤석과는 처음 같은 작품을 해봤다. 물론 조우진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 심지어 감독님도 이번에 처음 작품을 같이 했다. 현장에서 김윤석은 분위기 메이커였다.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김윤석도 연극을 했었고 대신들로 나오시는 배우분들이 다들 연극쪽에 계셨던 선배들이어서 그들은 예전부터 알고지내는 사이었고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만나면 엄청 이야기꽃을 피우더라. 신기한 이야기 듣듯이 재미있게 현장에서 지냈다. 그런데 그날 중요한 씬을 촬영할때는 다들 신중하고 긴장해서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물론 몇달 전 대본리딩 할때 한번 맞춰 봤지만 그 이후 오랜만에 실제 연기를 하다보니 연기 패턴이나 여러가지가 너무 달랐다. 나의 스타일과도 달랐지만 지금까지 상대했던 배우들과도 많이 달랐다.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 몇 번 대사를 주고 받다보면 서로 호흡이 맞아지기 마련이다. 서로 강조하는 부분, 죽이는 부분이 있으니 그러다보면 상대의 호흡이 알아지는데 김윤석은 매 테이크마다 호흡이 다르더라. 나도 순발력있게 그 호흡에 맞춰서 내 것을 말해야지 기존의 내 연기대로 하면 이상해 질것 같았다. 그날 촬영하면서 되게 다르고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결과물이 재미있어졌던 거 같다. 시사회때 봤더니 묘하게 다른데 묘한 케미가 생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Q. 고수씨와 친분이 있다고 했는데 현장에서 힘들어하지 않던가?

A. 촬영장에서 박해일, 김윤석과 붙어 있느라 고수, 박희순은 현장에서 거의 볼 수 없었다. 고수와 친분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작품을 같이 한건 처음인데 원래 불평불만을 하는 성격은 아니다. 몸이 힘든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Q. 현장에서 늘 붙어 있었다는 박해일씨는 어땠나?
A. 인조 역할에 박해일이 캐스팅되었다고 해서 '너 어떡하냐'라고 걱정을 해줬다. (웃음) 이번 영화에서 박해일이 제일 어려웠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인조 역할을 하라고 했으면 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초반에 나와 대화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카메라가 박해일을 비출때는 박해일의 연기를 볼 수 있었는데 적절하게 우유부단함과 답답함, 괴로움, 불안함 사이의 선을 잘 타서 박해일 스타일의 왕 캐릭터를 잘 만들었던 것 같다.
촬영장에서는 계속 웃음이 터졌다. 웃길려고 의도한 것도 아니고 웃어서도 안되는 장면인데 송영창 선배의 연기때 참 많이들 웃었다. 극장에서도 웃을거라고 생각은 안했는데 극장에서도 웃음이 나오더라. 박해일이 잘 받아쳐줘서 그런 효과가 생긴것 같다.

Q. 조우진과는 두번째 만남이다.
A. 조우진과는 <내부자들> 찍을때 처음 봤다. 영화 찍기 전까지는 사실 누군지 몰랐는데 그 씬을 찍으면서 '진짜 물건이 나왔다'고 생각했고 영화가 보여지고 나면 관객들이 이 친구 이야기를 많이 하겠다 했는데 그 작품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조우진을 찾고 많은 작품에 출연했더라. 이번에 다시 만났을 때 처음 봤을때의 감동을 또 줄것인가, 혹은 <내부자들>의 역할이 잘 맞아서 운이 좋았던 건가 한번 보자 했는데 역시나 참 잘하는 배우더라.


Q. 황동혁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A. 내가 모니터링을 안 하면서 촬영한 영화는 이게 유일할 것이다. 황감독과는 처음 만났고 성향이나 스타일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초반에는 내가 생각하는 오케이 컷과 감독의 오케이 컷이 달라서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까 아주 미세한 것인데 감독이 의견을 달리한 이유가 분명히 있더라. 거기서 놀랬다. 그 이후에 내가 모니터링을 안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독이 잘 골랐다고 생각해서 믿고 맡겼고 내가 어떻게 나오는지 어떤 감정으로 이끌어 갔을지 결과물이 궁금했다. 편집도 잘하고 후반작업을 잘해서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기분 좋았다.
황감독은 굉장히 날카로운 사람이었고 똑똑한 사람이었다. 배우의 의견도 섭렵하지만 자신의 의견이 분명한 분이라 배우들이 감독을 많이 믿고 의지하고 따라갔던 현장이었다. 좋은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뭘 원하는지 뭘 찍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어서 때로는 걱정이 될 정도였다. 나는 모두가 만족했을 때 마음 편히 다음 씬을 찍을 수 있는 성향이고 거기에 적응이 되어 있는데 이 감독은 그런게 없기도 했고 그럴 필요도 없더라. 처음에는 내 스타일대로 다시 가자고 하면 다시 찍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아까 감독이 오케이 한게 진짜 오케이 할만 했구나를 느끼고 나서는 다시 찍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Q. 연기 베테랑다운 모습 같다.
A. 미국에서 찍을 때는 클로즈업에 대해 아쉬운 경험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늘 주인공이었고, 뭔가 중요한 장면일 경우 풀샷도 찍고, 바스트도 찍고, 감정을 제대로 보여주게 클로즈업도 찍는 게 당연한 과정이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촬영할 때는 내가 네번째, 다섯번째로 중요도에서 쳐지다 보니까 중요한 장면에서 풀샷을 찍고 이제 클로즈업도 찍어주겠지 했는데 안 찍고 그냥 넘어 가더라. '왜 안찍어주지? 아 이거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감정이 더 드러났어야 했는데.. 풀샷에서 다 보여줬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촬영에 대한 아쉬움도 너무 컸고, 내가 너무 연기라는 기능에 익숙해져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너무 내 중심의 세계에 갇혀 있거나 치우쳐서 익숙한 게 있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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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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