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3일 MBC FM4U의 <배철수의 음악캠프>(이하 <배캠>)가 방송 1만회를 맞이했다. 무려 27년 동안 저녁 퇴근 시간대를 지켜온 DJ 배철수. 일반 직장에서도 장기 근속은 큰 상을 받을 만한 일인데 심지어 라디오 프로그램을 자신의 이름으로 장기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어떤 비결이 있었던 걸까? 희끗한 헤어스타일에 청바지, 자연스럽게 걸친 자켓이 트레이트 마크인 DJ 배철수를 MBC 상암사옥 라디오 주조에서 만나보았다. |
Q. 많은 축하를 받았던 어제는 어땠는가?
A. 10,000일째 방송하나 100일째 방송하나 똑같다. 10,001일째 방송도 똑같다. 일상의 변화는 없다. 라디오는 매일 진행이라 특별하지 않고, 특별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늘 일상 같은 방송이어야 하고, 듣는 사람에게도 늘 라디오를 켜면 똑같이 들리는 게 좋은 것 같다.
Q. 어제 1만회 방송의 첫 곡은 메탈리카의 'The Memory Remains'였다. 선곡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혹시 특별한 날엔 꼭 이 곡을 들어야지 라고 생각했던 곡은 없었나?
A. 그 곡은 직접 선곡했다. 김경옥 작가가 쓴 오프닝과 제일 맞는 내용의 노래가 뭘까 생각해 보니 그 노래 같았다. 매일 매일 비슷한 날 같지만 조금씩은 다른 날이다. 기후도 다르고 온도도 다르고 내가 만난 사람도 다르고 거리의 풍경도 조금씩 다르다. 그렇게 매일 그날 떠오르는 느낌이나 기분으로 선곡을 하다 보니 특별한 날을 위한 선곡을 미리 해 두는 건 의미가 없더라."
Q. 27년 동안 몇 명의 PD와 몇 명의 작가와 함께 했었는지 기억하시는지?
A. PD는 35명 정도 바뀌었나? 내가 DJ를 10년 정도 할 때 까지는 PD의 숫자를 세었었는데, 그 이후로는 무의미한 것 같아서 세어보지 않았다. 음악작가는 배순탁 작가가 4번째다. 그 전에는 신윤호 작가도 함께 했었고, 지금 메인 작가인 김경옥 작가와는 거의 23년 이상을 함께 하고 있다.
Q. DJ도 한 프로그램을 길게 하는 게 대단하지만 작가 분도 대단한 것 같다. 이렇게 길게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A. 서로 자기 맡은 분야에 대해 확실하게 일을 하니까 같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들 프로페셔널들인데 이 프로그램이 잘 안 되면 다 같이 망하는 것이니까 다들 제 자리에서 일을 잘 해 주었다.
Q. <배캠>에는 정말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많이 출연했다. 27년 동안 인생 게스트라고 꼽을 수 있는 아티스트들을 5팀만 선정해 달라.
A. <배캠>에는 해외 팝 스타 뿐 아니라 국내스타도 많이 출연했다. 국내 분들은 기사를 보시고 혹시나 서운해 하실 수 있으니 말 할 수는 없고, 해외 스타들은 기사를 못 볼 테니 (웃음) 생각해 보면...... 어릴 때 진짜 좋아했던 스타들인, 유명 락밴드 딥퍼플의 보컬리스트 이안 길런, 키보드 돈 에어리 형님을 봤을 때는 막 떨리더라. 또 블랙 사바스의 기타리스트 토니 아이오미 형님도 인상적이었고. 정말 잘 나가는 세계적인 스타였던 비욘세, 리아나 같은 매력적인 가수들은 만나면 마음이 설레더라.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에릭 울프슨이나 최근에 세상을 떠난 포플레이의 척 로브라는 기타리스트 등이 생각난다. 에릭 울프슨이나 척 로브의 경우는 내가 인터뷰 한 이후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묘하면서 생각이 나더라.
Q. 27년간 DJ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는지?
A. 매일 똑같은 시간에 방송을 하다 보니 특별한 날이라는 게 따로 없다. 음...... 굳이 따져보자면 10주년 특집 공개 방송을 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같은 외국 가수들이 왔었다. 20주년 특집 방송, 25주년 특집 방송도 생각난다. 특별했던 건 다 특집 방송들이다. 나머지는 다 늘 같은 일상들이다.
Q. 오랫동안 방송을 하면서 특별히 희열을 느꼈던 순간이 있으신지?
A. 요즘은 실시간으로 청취자들이 미니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문자로 반응들이 온다. 27년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들이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거나 좋은 음악을 선곡했을 때 사람들이 기뻐하거나 공감해주면 그런 소소한 작은 기쁨들이 모여서 큰 기쁨이 되는 것 같다. 사실 내 말을 다들 잘 안 믿던데, 나는 하루 일과 중 <배캠> 생방송 하는 2시간이 가장 즐겁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매 순간이 희열이다.
Q. 긴 시간 동안 <배캠>에는 위기의 순간이 없었나?
A. 방송을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은 몇 번했었다. 10주년때도 '10년 했으니 충분했다'라는 생각을 했었고, 2002년쯤에는 건강이 안 좋아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20주년때도 다른 일을 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아무리 생각해봐도 좋으니까! 디스크 자키 하는 일 이상으로 기쁠 수 있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생각해 봤더니 없더라. 그래서 오늘도 하고 있다.
[人스타] 방송 1만회 맞이한 배철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그 시대 가장 첨단의 문화를 접하는 것" ②
iMBC 김경희 | 사진 이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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