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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킬미힐미> 김진만PD, "차기작은 지성과 히말라야에서?"

킬미힐미홈페이지 2015-03-20 18:47
[인터뷰] <킬미힐미> 김진만PD, "차기작은 지성과 히말라야에서?"
김진만PD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얻어걸린다’였다. 천재 혹은 ‘갓(God)’진만이라고 불렸던 김진만PD만의 겸손한 표현법이었다. 사전 대본리딩, 현장리딩, 리허설 등 그 누구보다 촬영 전 철저한 준비를 끝낸 뒤에야 자신만의 도화지를 채워가는 김진만PD는 여전히 <킬미, 힐미>의 모든 공을 제 몫을 다해준 배우, 스태프, 그리고 팬들에게 돌리고 있었다.



☞ <킬미, 힐미> 김진만PD 인터뷰 1편 먼저보기 




Q. <킬미, 힐미>는 처음 기획대로 쭉 진행됐나
제가 현장에서 ‘얻어걸린다’라는 표현을 써요. 저는 현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약간의 오해가 있을 수도 있는 말이지만 저는 대본 스크립트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봐요. 진수완 작가의 경우 글의 구조가 굉장히 탄탄하고 세밀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때에는 대본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하거든요. 그 이유는 현장에서 그 대본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잘못되거나 안 좋을 때가 많아요.


지금 <킬미, 힐미>의 톤 역시 초반에 1회를 찍으면서 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세기가 “너에게 반한 시간” 이런 대사를 하면 리진이가 두근거리는 식의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였죠. 하지만 그러면 대중들이 뻔한 로맨틱 코미디로 받아들일 거 같았어요. 그래서 두 배우에게 각각 다른 드라마를 찍는다고 생각하라고 주문했죠. 세기는 장난이 아니라 진지하게 하는 거고 리진이 입장에서는 거의 <하이킥> 때 식으로 빵 터지자고요. 그러면서 드라마가 무겁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는 톤으로 계산이 됐고 이후에 드라마의 여러 요소들이 아까 말씀 드린 대로 예상치 못하게 ‘얻어걸리는’ 상황들이 생기게 됐어요. 그런 것들을 즐기고 하나씩 켜켜이 쌓인 거죠.
여기에는 지성과 황정음이라는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도 있었지만 저와 지성, 저와 황정음의 케미스트리도 컸어요. 현장에서 그런 것들을 담아내면서 진수완 작가가 좋은 구성으로 기초를 닦아놓은 이야기들을 훨씬 더 매력적으로 승화시킨 거죠.
*케미스트리: 사람 사이의 화학반응을 지칭하는 말

Q. <킬미, 힐미>의 완성도는 대본의 힘? 연출의 힘?
이번 작품은 갓수완, 수완아버지의 힘이에요. 제가 MBC PD가 된 지 딱 20년 됐는데 이번처럼 작업한 건 처음이에요. 저는 워낙 대본에 관여 많이 하기로 유명한 감독이고 예전 단막극 시절엔 정말 30번까지 수정을 하고 그랬죠. 그래서 처음에 진수완 작가를 만났을 때 진수완 작가도 제가 그런 감독인 걸 알기 때문에 약간은 우려도 했었어요. 하지만 진수완 작가는 구성이 뛰어나고 자기 힘으로 가요. 또 <해를 품은 달>로 40%를 넘긴 작가인데 왜 발언권이 없겠냐 하면서 제가 10장의 프리패스권을 드리겠다고 했죠. 만약에 진수완 작가와 제가 대본 때문에 이견이 생겼을 때 무조건 10번은 작가님의 뜻대로 가겠다는 의미로요. 작가님도 의외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또 재미있는 건 캐스팅과정에서 진수완 작가에게 물어봤었어요. 이렇게 배우들이 다 고사하고 이런 상황이 됐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이런 이런 사람인데 작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때 진수완 작가가 그런 이야길 하더라고요. 감독님이 나에게 10장의 프리패스권을 준 것처럼 그 부분은 감독님에게 맡기겠다고. 나의 생각과 다를 수 있지만 믿고 따라가겠다고 말이죠.


그런데 사실 프리패스권을 쓸 이유도 없이 대본작업이 이루어졌고 사후 대본 수정을 할 필요가 없었어요. 적어도 2-3주 전에 미리 대강의 얘기들만 주고 받고 대본 작업은 전적으로 진수완 작가가 한 거예요. 워낙 구성과 대사가 좋았으니까요. 하지만 그 이외의 것들은 사실 다 창조를 한 거예요. 지문이라든지, 배우들의 연기나 이런 부분이요. 제가 배우들에게 주문한 거는 “’사랑해’라는 말을 가지고도 욕을 할 수 있고, ‘개XX’를 가지고도 사랑하는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거다.”였거든요. 언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감정이 중요한 거죠. 이번에 진수완 작가와 일을 하면서 대본 그대로의 대사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무궁무진하게 다른 색깔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를 배웠어요. 저한테도 굉장히 새로운 작업이었죠.
그리고 <킬미, 힐미>라는 프로그램 자체는 종방연 때 말씀 드린 것처럼 배우와 작가와 저와 촬영감독과 음악감독 등 모든 사람들이 퍼즐의 한 조각이에요. 누가 뭘 잘해서가 아니라 각각 자기 입장에 맞는 역할들을 해줬기 때문에 전체 그림이 그려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Q. 감독님이 뽑는 명장면은?
사실 제가 생각해도 명장면이 많아요. (웃음) 압권은 딱 한 커트. 14회 엔딩에서 도현이 세기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서 모든 학대 현장을 목격하고 진실을 알게 되죠. 그 씬에서는 “아, 오리진씨였어?”말고 특별한 지문이나 그런 건 없었는데 지성 씨가 감정을 다 표현하자고 했어요. 거기에서 “아아아악!!!” 절규하는데 제가 목이 메여서 컷 소리가 안 나오는 거예요. 그 커트를 찍고 저랑 성이랑 “야, 드라마 다 찍었다. 이제 14횐데 어떡하냐.” 얘기하기도 했죠.

Q. 혹시 아쉬운 부분도 있는지.
소위 ‘병맛’이라고 하는 그 코미디. 제 안에도 그 끼가 있거든요. 그걸 표현하곤 하는데. 그런 부분들을 여러 제약 때문에 좀 더 디테일하게 담아내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요. 후반작업을 하면서 좀 더 손 볼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예고에는 나왔지만 본방에서는 편집된 장면들이 있는데 그거는 블루레이를 위한 특전이라고나 할까. (웃음)



Q. 촬영 당시 재미있는 에피소드?
이번에 하면서 정말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어요. 우리 조연출이 금손이에요. 재방송 분을 편집하면서 음악을 빼먹어서 TP파일이 돌면서 무브금 사태가 벌어졌죠. 다른 드라마 같았으면 방송사고라고 난리 났을 거예요. 그런데 다들 그 다음에 음악 안 들어간 파일을 찾아보는 바람에. (웃음) 그게 보통 음악이 들어가는 장면들은 더빙할 때 효과를 더 세게 넣어요. 그 키스씬은 당연히 음악이 들어갈 거니까 소리를 더 높여놓은 거죠. 지성 씨랑 황정음 씨도 그거 보면서 되게 재미있어 했어요.
*금손: 손재주가 있어서 이것 저것 잘 만드는 사람의 손재주를 칭찬하여 붙여주는 말
*무브금: 없을 무(無)와 브금(BGM)의 합성어. 배경음악이 없다는 의미




Q. 미미 팬을 자처하셨는데.
네. 우리 모두 다 미미 팬이에요. 처음에 그들이 이 드라마를 소비하는 방식이 저에게는 굉장히 새로운 충격이었어요. Mr.X도 사실 미미들이 하도 궁예질을 해서 그걸 피해나가느라고 많은 버전들 속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한 거예요. 최근에는 기부문화 이런 것들을 조성해가는 걸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저는 제작진이긴 하지만 제작진도 미미의 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미미도 <킬미, 힐미>를 이루는 커다란 퍼즐조각의 하나라고 봅니다.
*미미: 킬'미'힐'미'에서 각각 글자를 따와 만든 말로, 드라마 <킬미, 힐미>의 팬들을 가리킴
*궁예질: 자신이 사람의 마음을 읽는 관심법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던 ‘궁예’에서 비롯된 말로, 어떠한 사건에 대해 정확한 근거 없이 추측만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


Q.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며칠 전에 지성 씨하고 황정음 씨하고 셋이서 이런 얘기를 했어요. 우리가 할 일은 다 했고 미미들이 어떤 이벤트를 한다면 우리도 미미의 일원으로서 그들이 원하는 것, 예를 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라든가 그런 것들을 언제든지 기부하겠다고요. 만약에 그들이 바자회나 이건걸 통해서 모금을 더 하고 싶다면 제 바지부터 시작해서 (웃음) 나나 3종세트라든가(불에 그을린 나나, 등 터진 나나, 마지막 선물 나나) Mr.X 가방, 요나 교복, 요나 틴트 등 준비해놓은 것들이 많아요. 사실 종방연 날 그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너무 홍보성이 될까 싶어 아껴뒀지만 미미들에게 이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를 포함해서 모두가 동참해서 아동학대에 대한 담론들이 더 확장되었으면 좋겠어요. 기부도 그 중 한 방법이라 생각하고요. 예전에 한 다큐멘터리에서 봤는데 대한민국의 많은 부모들이 학부모가 되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굉장히 많은 학대를 하고 있다고 해요. 학업, 공부, 소위 말해서 수능 몇 점 맞는 것만이 자식들의 행복을 보장한다는 착각과 집착 속에서 많은 학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거죠. 사실 대부분의 학대는 부모로부터 이루어지거든요. 단지 어린 시절 어두컴컴한 지하실뿐만 아니라 부모 세대들이 자식을 위한다는 생각 하에 벌어지는 학대에 대해서도 좀 더 함께 고민을 했으면 좋겠고, 이런 이야기들까지 포함해서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여러 방식을 통해 더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시즌2를 만들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김진만PD는 “<킬미, 힐미>는 유일하다”고 대답했다. 짧고 간결하지만 그다운 표현이었다. 차기작은 히말라야에 가서 정기를 받으며 준비해보려 한다고. 6월에 태어날 아기를 위해 가정을 지켜야 하는 지성에게는 휴식 이후 복귀할 때까지 작품을 준비하고 있겠다고 얘기를 마친 상태란다. 김진만PD가 자신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기꺼이 선택할 만큼 애착을 가진 <킬미, 힐미>에서처럼 두 사람의 환상의 호흡을 다시 볼 수 있게 될까. 팬들의 기대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 <킬미, 힐미> 공식홈페이지 김진만PD 인터뷰 영상 확인하기 





iMBC 김은별ㅣ취재 김경희 | 영상 이혜진 | 사진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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