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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킬미힐미> 김진만PD, "산후우울증 걸린 기분"

킬미힐미홈페이지 2015-03-20 18:45
[인터뷰] <킬미힐미> 김진만PD, "산후우울증 걸린 기분"
최근 드라마 <킬미, 힐미>를 끝내고 ‘현망진창’의 삶을 살고 있다는 김진만PD를 만났다. 아직 끝나지 않은 쫑파티는 물론 <킬미, 힐미> 팀과의 체육대회 겸 소풍도 남겨두고 있었다. 아직까지 <킬미, 힐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매일 이벤트 속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는 그에게 다시 <킬미, 힐미>에 대해 물었다.
*현망진창: 현실의 일이 엉망진창이 되다



Q. <킬미, 힐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제가 선택한 건 아니지만. (웃음) 보직pd를 하고 있을 당시 진수완 작가의 시놉시스를 미니시리즈 어디쯤에 라인업 할지 고민하던 중, 제작사로부터 연출을 제의 받았어요. 그렇게 <킬미힐미>를 시작하게 된 거죠.
사실 처음 진수완 작가의 시놉시스가 나왔을 때 다들 무겁고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어요. 게다가 기획 당시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힘들어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어떻게 끌어 가야 할 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치유가 되는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 지나고 보니 그런 걱정 덕에 더 조심히 살피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Q. 초반에 캐스팅 난항을 겪었는데.
마음 고생을 많이 했죠. 그런데 배우들이 고사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편으론 수긍이 가요. 이 드라마가 지성과 황정음이라는 배우가 잘 표현을 해줬기 때문에 쉽게 보이는 측면이 있지만 3부까지 대본이 나왔을 땐 다들 걱정이 많았어요. 저걸 정말 어떻게 해낼까, 너무 마이너하지 않나 등등. 사실 대중적인 코드는 아니잖아요. 대신 계속 캐스팅이 무산되는 그 시기에 저는 머리 속으로 정말 수백 번을 찍었어요. 각각 거론되는 배우들마다 톤을 달리해서 찍어보고. 그래서 마지막에 지성과 황정음이라는 배우가 왔을 때 지금의 <킬미, 힐미>를 만들 수 있었던 거죠. 제가 제작발표회에서 했던 말에 정말 1%도 거짓이 없어요. 그때의 고통과 숙고 때문에 지금의 <킬미, 힐미>가 있을 수 있었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 당시 고사해 준 배우들에게 감사하기도 하고, 모든 게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김진만PD : 이 배우들 만나기 위해서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현장 스태프와 모든 제작에 관련된 분들한테 정말로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킬미, 힐미> 제작발표회 中





Q. 지성-황정음, 두 배우와의 특별한 인연?
지성이라는 배우는 저랑 10년 전에 <떨리는 가슴>이라는 드라마를 함께 했어요. 그때 같이 작업을 하면서 정말 건강한 배우구나, 굉장히 열심히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우스운 얘기를 하나 하자면. <떨리는 가슴>에서 제가 맡았던 그 회 주제곡이 ‘제비꽃’이었어요. 극중에서 그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지성 씨가 녹음을 해왔더라고요.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여러 번 부를 때마다 음정도 달라지고 그러는데 그거 신경 쓰다 보면 연기가 틀어질 것 같았다고. 그래서 자기가 촬영 끝나고 새벽에 녹음을 해가지고 온 거예요. 참 깜짝 놀랐어요. 대단히 드문 배우구나 그런 기억이 있죠.
이번에도 지성이라는 배우에게 제안을 하고 바로 그 날 지성 씨를 만나서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캐릭터 설명을 쭉 한 뒤 배우의 의지와 다짐 이런 것들을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을 했어요.


그리고 지성이면 황정음이라고. (웃음) 황정음이라는 배우는 저와 <에덴의 동쪽>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인연이 있어요. 그때 중간 투입해서 잠깐 하다가 사라지는 역할이 되어버렸지만. 그땐 특별한 이미지나 그런 건 없었어요. 그 이후에 제가 CP를 할 때 <내 마음이 들리니>라는 드라마에 정음씨가 출연했거든요. 그때 김상호PD에게 “연출이 확신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말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가끔 술자리에서도 정음 씨가 그 얘기해요. “감독님이 저 별로라고 했다면서요!” 하면서. (웃음) 하지만 그 이후로 황정음의 연기들을 쭉 보면서 상당히 기대감이 있는 배우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특히 <돈의 화신>에서 코믹과 감정연기를 넘나드는 것을 보면서 다음에 한번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지성과 황정음으로 캐스팅한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우려를 했었고, 많은 분들이 저를 지지해 주지 않았지만 저의 독단으로 지성-황정음으로 밀고 나갔어요. 정말 절실한 사람들과 함께 절절한 것을 만들어 보겠다는 심정으로 시작했었는데 그래서 정말 열심히, 힐링이 되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었지 않나 싶어요.

Q.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호흡은 좋았죠. 무엇보다 정말 배우들이 저를 끝까지 잘 믿어줬던 게 큰 힘이 됐어요. 어떻게 보면 말 같지도 않은 리액션을 시키고 말 같지도 않는 주문을 하는데도 그걸 최선을 다해서 연기를 해주는 배우들이었어요. 사실 이런 리액션 시키고 했을 때 많은 경우에 배우들이 “저 그거 못 하는데요.”, “저 캐릭터랑 안 맞는데요.”, 심지어는 “대본 수정 안 하면 촬영 안 나올래요.” 이러는 현실인데 저희 현장에는 그런 거 요만큼도 없었어요. 모든 배우들이 저의 씬 해석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고 믿어줬고, 연기를 해 주었구요. 저는 그런 배우들한테 고마운 게 아니라 감동스러웠어요. 배우들이 그렇게 안 해주면 지금의 <킬미, 힐미>는 만들 수 없었을 거니까요.


Q. 황정음 씨가 감독님을 천재감독님이라고 부르던데.
사실 황정음 씨의 경우 초반에 대본에 나오는 감정을 많이 어려워했어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되지? 리액션을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고민이 많았죠. 사실 우리 대본이 결코 쉬운 대본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정음 씨에게 “지금은 어떠한 상황이고, 그러니 어떤 식으로 해 봐.” 주문을 했는데, 정음 씨는 본인이 얘기했던 것처럼 스스로 수긍하지 않으면 절대로 연출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처음에는 제가 주문하는 것에 대해 반신반의한 마음도 있었던 거 같은데 1회 방송을 보고 “저런 드라마가 나올 줄 몰랐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 이후부터였던 거 같아요.

Q. ”진짜 캐스팅 잘했다” 생각한 순간?
20화 세기 엔딩씬 찍을 때 정말 두 사람한테 제가 놀랐어요. 사실 거기가 진정한 의미의 엔딩이거든요. 마지막 키스를 나눈 후 리진이는 노을 속에 남고, 세기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둘의 실루엣은 아름답게 보여지지만 많은 감정이 함축된 장면인데 노을이 떨어지기 전에 끝내야 해서 한 20분 만에 찍었어요. 원래 제가 현장에서 반드시 대본리딩과 리허설을 하는 걸로 유명한데, 그날은 도저히 그럴 시간이 안 되는 거예요. 심지어 세기 아이라인 분장할 시간도 없었죠. 그래서 제가 “성아, 그냥 가자. 이것도 포기. 이것도 포기. 다 포기. 그냥 연기로 가자.” 했죠. 딱 하나 양치만 하고 왔어요. (웃음)


두 배우도 마찬가지로 NG를 내면 안 되는 상황이었죠. 다시 테이크를 갈 여유도 없었으니까요.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얼굴이 엉망이었던 두 배우가 실루엣을 찍는 그 와중에도 “NG나면 안되니까 입술 떼고 난 다음에 웃지마, 절대 웃으면 안돼”라고 서로 챙기면서 촬영했다는 걸 그 씬 끝나고 성이가 이야길 하더라고요. 그 씬을 20분 정도에 몰아쳐서 찍고 두 배우를 보는데 참. 너희들 대단하다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죠. 그런데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정음이가 연기한 리진이의 그 감성, 세기가 사라진 뒤의 도현을 연기하는 지성의 디테일이 어마무시합니다. 저는.


김진만PD는 인터뷰 도중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하다 잠시 울컥하며 말을 멈추기도 했다. 끝까지 자신을 믿어준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지금의 감정을 ‘산후 우울증’에 빗댄 김진만PD는 “드라마 끝나고 저도 한참 좀 앓아야 돼요. 성이랑 정음이도 그럴 텐데. 상담치료가 필요해요.”라고 웃으며 덧붙이기도 했다. 일상에서도 <킬미, 힐미>처럼 순간순간의 웃음과 감동을 넘나드는 김진만PD만의 매력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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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 김은별ㅣ취재 김경희 | 영상 이혜진 | 사진 김동환,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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