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시대’ 팬들은 모이세요 ★★★★
드디어 본격 주연 맡은 정해인! 지금부터 입덕준비합니다 ★★★★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남녀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 사랑을 쌓아가는 초반의 과정을 과감히 생략한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친구 동생, 누나 친구로 알던 사이였다는 설정 아래에서 3년 이라는 시간 간격을 둠으로써 ‘원래 알던 사이’였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나 서로의 낯선 모습을 발견하며 두근거림을 느끼게 된다는 설정이다. 여성이 연상인 커플이 서로 우연을 가장해 여러번 만나거나 티격태격 하다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흔한 로맨스물의 과정을 과감히 건너뛴 대신, 드라마는 여주인공의 현실을 더 자세히 그리려 노력한다.
운동화를 가지고 다니며 뛰어 다니는 직장 여성의 일상, 더구나 커피 프랜차이즈의 슈퍼바이저라는 구체적인 직업을 가진 윤진아 대리의 하루는 고단하고 힘들지만, 그 와중에도 그녀는 씩씩하게 할 일을 해내며 살아간다. 열심히 일해도 동기들은 시기하고, 직장 상사는 자기 잘못을 뒤집어 씌우며 바로 위 상사는 비호감에 성희롱을 일삼는다. 뭐 그녀의 삶이라고 특별히 팍팍하거나 힘든 게 아니다. 아마 오늘 대한민국 누구나의 직장여성의 하루가 윤진아와 같았을 것이다. 거기에 판타지 한줌이 추가된다. 바로 절친의 남동생이 훌쩍 커서 눈앞에 나타나고, 웃는 게 예쁜 이 녀석의 외모는 심지어 정해인이다. 어머니는 언제 결혼하냐고 보채고, 남자친구에게는 ‘곤약같다’(무매력이다)는 말을 듣고 채인 윤진아의 일상에 달콤한 로맨스 봄바람이 불어온다. 2006년작 ‘연애시대’의 유은호가 그러했듯이 씩씩하고 성실하며, 무슨 일이 있든지 직장인이자 딸, 누나로서의 자기 자리를 지켜나가는 이 여성을 우리는 아마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더구나 그녀는 무려 손예진이 아닌가.


BAD
커피 가맹점주를 닦달하는 게 ‘일잘’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니 ☆☆☆☆
무책임-성희롱-남의 밥까지 뺏어먹는 비호감 세트인 직장 상사를 드라마에서까지 봐야 하니 속터질 노릇 ☆☆☆☆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인 윤진아는 불합리하고 억울한, 그러나 직장에서는 너무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하루에 다 겪고도 회식 자리에서는 못된 상사들의 술을 비위 좋게 받아 마신다. 오죽하면 누구나의 비위를 잘 맞춘다고 별명도 ‘윤탬버린’이다. 동기들에게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직장에서는 그렇게 하는 게 사회생활이라고 체득해 매번 활짝 웃으면서 씩씩하게 일하는 것이다. '윤대리는 씩씩한 게 어울려'라고 선배한테 들을 정도로 상사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충분히 힘들고 고단한 장면에서조차 그것을 연기하는 게 손예진이라는 게 이 드라마의 톤을 밝게 만든다. 그게 장점이고 또한 단점이 된다.
커피 가맹점 슈퍼바이저라는 업무의 성격상 가맹점에 출장 가 아르바이트생들의 복장을 체크하거나 점주들에게 각종 잔소리를 하는 것도 그녀의 ‘프로패셔널’한 점이다. 본사 원두값이 비싸서 외부 원두를 사다가 섞어 판 죄로 가맹점 해지 위기에 몰린 가맹점주에게 “쓰리아웃이면 해지 가능한거 아시죠?”라고 또박또박 따지는 여주인공의 장면은 그녀의 ‘프로패셔널함’을 설명하기 위해 활용된다.

가맹점주에게는 일목요연하게 잘 따지는 그녀가 상사의 죄를 뒤집어 썼을 때에는 한 마디 변명조차 하지 않고 자기 책임으로 돌리고 그로 인한 회사손해조차 개인경비 처리한다. 더구나 상사와 기분 나쁜 신체적 접촉이 있거나 ‘윤진아 키드’라고 불리는 여자후배가 그런 일을 당하는 걸 보고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한없이 불편할 수 있는 이 모든 장면들을 손예진이 싱글거리며 해내는 덕분에 드라마에 불편한 기운이란 없다.
예쁜 영상미로 ‘직장다니는 82년생 윤진아’의 하루를 분홍빛으로 포장해버리는 것이다. 더구나 그렇게 프로패셔널하고 모두가 인정하는 커리어우먼인데도 겨우 ‘윤대리’로 불린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직장여성이 당하는 성차별과 불합리한 일들을 당하면서도 너무나 아무렇지 않은 손예진의 해사한 얼굴을 보는 게 조금은 힘들 즈음, 예쁜 사랑이 나타난다. 이 모든 현실을 그저 연하남과의 예쁜 사랑만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더구나 카페 가맹점 아르바이트생의 규칙이 “긴 머리 금지, 귀걸이 반지 금지, 구두 금지”라니...지금 어느 시대에서 오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