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상암동에 위치한 MBC사옥에서는 13년간 '무한도전'을 연출해 온 김태호 PD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무한도전'은 2006년 5월 6일 첫방송 한 이래 현재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표방한 멤버들이 매주 다양한 미션과제를 받아 생고생을 하며 지내온 '무한도전'은 원년 멤버인 유재석, 하하, 박명수, 정준하가 끝까지 함께 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예정이다.

"멤버들을 두고 저만 와서 죄송하다."라고 말문을 연 김태호 PD는 2008년부터 시즌제를 회사에 건의해 왔음을 밝히며 종영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먼저 기자들에게 설명하였다. 그 동안 '무한도전 종영'이라는 기사가 나왔을 때 마다 사실은 회사와 '무한도전'에 대한 고민을 던졌던 시기였음을 인정하며 "저 보다는 항상 '무한도전'을 주어로 놓고 질문을 던졌었다. 내가 쉬거나 내가 뭘 하겠다는 게 아니다. 달라지는 시청자층, 달라지는 시청형태 속에서 '무한도전'도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고, 매주 방송과 동시에 매주 신선도를 챙기기엔 힘든 시스템적인 고민을 많이 해 왔다."라며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장수프로그램을 쉼없이 이끌어 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 했다.
김태호 PD는 "시즌제도 좋지만 종영이라는 표현이 쓰이면서 프로그램의 향방이 결정되서 마음이 아팠다. 지난 13년 동안 잘했다는 느낌보다 부족했다는 느낌이 더 크다. 나보다 스토리텔링이 좋은 PD가 하면 얼마나 좋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내가 하는 방식이 아닌 달리 뻗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라고 자책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이지만 모든 회차가 재미있지는 않았다"라고 자평도 하였다.
김태호 PD는 제일 뿌듯했던 아이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뿌듯한 건 기억이 안 나고 아쉬운 것만 많이 생각난다."라고 답 하면서도 "칭찬을 많이 받고 끝냈던 무도가요제, 배달의 무도, 역사 특집, 토토가 등이 호평 받았을때는 이번주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다음주가 두려웠다. 큰걸 하고 나면 제작진의 체력과 에너지가 소진되서 그 다음주 준비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칭찬보다 더 두려웠던건 당장 다음주 녹화였다."라고 답하며 한주 한주를 특집처럼 프로그램을 끌고 나가기가 많이 힘들었음을 토로했다. 이어 "기술적 한계에 부딪힌 '6개의 시선 특집'과 잔한다고 할때 겉멋에 했던 '좀비 특집', 우주를 못 올라가보고 끝낸 '우주 특집' 도 아쉽고 방송에 내보내지 못했던 하기로 했다가 못했던 특집들도 아쉽다"라고 아쉬웠던 아이템을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역사, 대체에너지, 선거제도, 법안 발의 등 삶에 기여할 수 있는 걸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1년에 한번 정도는 의무감이 있는 걸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2010년 이후 유독 '무한도전'만 타이트한 기준으로 보고 평가를 하는 여론에 대한 서운함이 조금은 있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국민 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은 큰 사랑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무한도전' = '김태호PD' = '유재석'으로 대표되기도 해 왔다. 이에 대해 김태호 PD는 "포털에 김태호라는 이름으로 기사가 나가는게 부끄럽다. 하다보니 제가 맨 앞에 서 있는 느낌이 들때가 많은데 모든 공은 스탭, 작가가 나눠 가져야 하는데 나에게만 관심이 쏠리는 게 부담스러웠다. '무한도전'은 혼자 잘 수 없는 프로그램이고 100여명의 스탭이 모두 다 같이 만든 것이다."라고 심경을 밝히며 "앞으로도 저는 계속 '무한도전 김태호PD'라는 꼬리표로 불려질것 같다. 이 프로그램 때문에 느꼈던 자부심도 기억에 남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을 것 같다."라며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무한도전'의 이미지에 대해 감사의 의미를 전했다. 한편 "유재석은 지난 13년 동안 중심이 되서 프로그램을 이끌어 왔던 중요한 인물이고 이 프로그램을 함께 해온 동반자라 지금의 결론에 이르기까지 함께 많은 이야기를 공유해왔다. 유재석이 '무한도전'은 인생작이라고 하더라. 또한 자신의 30대는 '무한도전'을 하며 보내왔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라며 유재석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김태호 PD는 "막상 바랬던 시간이기도 한데 쉬는 동안 구체적으로 뭘 할지는 막연하다."라며 프로그램 종영 이후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번주가 종영이라고 하니 와이프가 그럼 가사를 도울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 방송은 종영하지만 직장인이고 매일 아침과 저녁 출근과 퇴근을 할 것이다. 프로그램을 안할 뿐이다. 부장직도 내려놓고 다음주면 프로그램 개발팀으로 발령도 날 것이다. 이 시간이 저에게는 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고 보람되게 보낼 예정이다. 시청자의 기대감에 어긋나지 않는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자세하게 거취를 밝혔다.
김태호 PD는 무려 한시간 반 동안 이야기를 이어가며 오랜 시간동안 한 프로그램을 변화하는 방송 생태계안에서 이끌어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 고민을 토로 하며, 종영으로 결론짓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김태호 PD의 이적설에 대해서도 직접 일일이 언급하며 제안은 있었으나 결론은 MBC에서 차기작을 구상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간단히 줄이면, 다른데 안가고 MBC에서 인사드리겠다. '무한도전 2'는 다시 했으면 좋겠다. 유재석과는 틀어지지 않았다. 이 세가가지로 짧게 끝낼 수 있는걸 길게 말해 죄송하다."라고 기자간담회를 마무리 했다.
어찌보면 길었던 '무도'의 행방에 대한 이슈가 이번주 토요일이면 정말로 종영으로 끝이 난다. '무한도전'을 사랑했던 애청자들도, 매주 목요일 MBC에 모여 녹화를 했던 멤버 및 스탭들도 '무한도전'의 종영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을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김태호 PD는 "마지막 방송분도 열린 결말이다. 이건 저도, 멤버들도, 어쩌면 시청자들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고 '무한도전' 다운 모습일 것이다. 정말 끝이 아니라 언젠가 다시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마지막회 방송분은 마음에 든다. 어제 편집본을 보니 15분이 넘치던데 어떤 장면을 잘라내야 할지가 지금 당장의 고민거리다."라고 이야기 하며 끝이지만 끝이라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표현했다.
프로그램에 애정이 깊어서 환호도 했다가 잔소리도 했던 '무한도전' 가족으로의 13년은 시청자 개개인의 삶에서도 분명 소중한 추억의 일부일 것이다. 그런 소중한 추억이 퇴색하기 전에 먼저 재정비를 외쳐준 제작진의 선택이 오히려 감사하기도 하다. 전세대를 모두 웃길수 있는 예능 포멧이 딱히 없는 것이 사실인 요즘 정말 오랜 시간 수고 했다. 그리고 정말 바람직한 고민이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결정을 응원할 일만 남았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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