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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M] '내가 떨릴 수 있게', 섹스토이로 휘감은 무공해 로맨스

섹스토이로 과감하게 열었지만, 결국 익숙한 설렘으로 닫는다. 남지현과 김재영의 로맨스 성(姓)장기, '내가 떨릴 수 있게'다.


15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내가 떨릴 수 있게'(극본 안새봄, 연출 김예지)는 종갓집 장녀인 마케터 공연수(남지현 분)가 섹스토이 회사 대표 독고달(김재영 분)과 함께 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10부작 로맨스 코미디다.

극 초반에는 두 사람의 상반된 가치관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도심 한복판의 작은 조선시대'에 살고 있는 종갓집 장녀 공연수는 인의예지를 중시하는 조부모 아래 똑 부러지게 자랐다. 집에서 큰 소리 한 번 못 내지만, 사랑과 결혼에 있어 원칙을 고수하는 이른바 '유교걸'이다. 반면 섹스토이 회사 '로앤드' CEO 독고달은 감정적 소모 없이 오로지 상대방과 육체적 교감만 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에게 관계란 사업과 원초적 본능을 위한 일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남녀 주인공을 아예 정반대 환경에 놓은 설정은 인물의 행동에 설득력을 준다. 공연수는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랐기에 하고 싶은 말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마케터를 직업으로 택했다. 독고달 역시 4년마다 새 아내를 들이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과거가 사랑을 믿지 않는 현재 모습으로 이어졌고, 섹스토이 회사를 차리는 것이 그의 유일한 반항이었다.

둘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도 매끄럽다. 공연수와 독고달은 우연히 맞선 상대로 만나고, 독고달은 난생처음 보는 스타일의 여자인 공연수가 자꾸 마음에 남는다. 공연수는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변화를 꾀하기 위해 택한 회사가 바로 '로앤드'였다. 이처럼 일련의 사건들 사이에 각자의 사연을 녹이며 관계 변화의 발판을 마련한다.

배우의 연기력이 한몫했다. 그간 다양한 로코에서 활양한 남지현은 이번에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사랑 앞에서는 서툴고, 변화의 기로에 조금씩 흔들리는 공연수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연기해 웃음 짓게 한다. 김재영 또한 사랑과 감정에 무관심한 독고달의 냉담한 면모를 무리 없이 표현한다. 그의 차가운 이미지에 여유 있는 연기까지 뒷받침되니 역할 그 자체가 됐다.


이들의 만남은 섹스토이로 특별해진다. 자극적인 소재에 기대지 않고, 성과 사랑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차이를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재미를 안긴다. 무엇보다 작품은 더 이상 섹스토이를 숨기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물건이 아닌, 사랑과 관계를 이야기하는 방법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톤다운 시켰다"는 제작발표회 중 김예지 PD의 말처럼, 섹스토이의 등장도 극에 적절하게 녹였다. 15세 관람가 등급에 맞춰 적나라한 묘사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황들로 유쾌하게 풀어냈다.

시선은 끌었지만, 그 이상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남녀가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진다는 전형적인 로맨스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극의 전개가 예상 가능한 범위만 맴돈다. 이 때문의 인물의 감정선도 예측을 빗나가지 않았다.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는 남자와 낯선 상황을 경험하는 순수한 여자의 구도는 우리에게 뻔하다. 섹스토이로 과감하게 시작했으나, 기존 로맨스 공식을 답습해 익숙한 맛만 준다.

관건은 남은 6화에 있다. 기존 로맨스 코미디와 다른 출발점으로 '내가 떨릴 수 있게'는 충분히 힘을 줬다. 이제 두 주인공만의 서사로 마음을 움직인다면 흥행 가능성을 내다보기에 충분하다.

iMBC연예 신지아 | 사진출처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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