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상속재산분할 청구 건수는 3,612건에 달했다.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약 5배 증가한 수치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과거 일부 부유층의 이야기처럼 여겨졌던 상속 갈등이 이제는 평범한 가정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크게 오른 부동산 가격은 부모가 평생 마련한 집과 토지를 자녀들에게 중요한 자산으로 만들면서 가족 간 갈등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상속이 자산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PD수첩'은 실제 상속 문제로 법정에 서게 된 가족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우리 사회의 상속 현실을 짚어본다.
암 투병 중인 아내 외면한 남편, '구하라법'으로도 막기 어려운 상속
70대 정수연(가명) 씨는 20여 년 동안 홀로 두 자녀를 키웠다. 딸을 유학까지 보낼 정도로 자녀들을 위해 헌신했던 그는 늦은 나이에 재혼했고, 두 자녀 역시 어머니의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그러나 재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정수연(가명) 씨는 약 5년간 이어진 결혼생활 동안 남편의 외도가 반복됐다며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폐암까지 발병하면서 오랜 투병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가 병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병원을 단 한 차례도 찾지 않았다.
더욱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는 이혼소송에서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외도한 남편에게 오히려 1,150만 원의 재산분할을 하라고 판결했다. 정수연(가명) 씨는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며 항소했지만, 자신의 사건이 마무리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문제는 이혼이 확정되기 전에 사망했다는 점이었다. 남편은 법적으로 배우자라는 점을 근거로 정수연 씨가 재혼하기 전 힘겹게 마련했던 부동산 두 채를 포함한 상속재산 가운데 70% 이상을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다.
부양 의무를 외면한 가족의 상속을 제한하기 위해 이른바 '구하라법'이 시행됐지만, 실제 상속권을 제한하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상속권 역시 헌법상 재산권과 관련돼 있어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잃은 두 자녀가 결국 법적 대응에 나선 데는 재산을 차지하려는 목적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평생 자신의 힘으로 재산을 마련한 어머니의 노력과 삶의 결과를, 정작 어머니의 투병 과정에서 곁을 지키지 않았던 사람에게 넘길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PD수첩'은 '구하라법'이 존재함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속 문제 속에서 남겨진 가족들이 어떤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32년 동안 아무 문제 없던 땅이 소송으로…9남매에게 벌어진 상속 갈등
경상북도의 한 농촌 마을에서는 아버지가 남긴 2,558평의 토지를 두고 9남매가 법정에서 맞서게 됐다.
장남 박동우(가명) 씨는 부모와 오랜 세월 한집에서 생활하며 병간호까지 맡았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땅을 직접 일구며 농지로 관리했고, 동생들의 결혼을 비롯한 집안의 크고 작은 일에도 도움을 줬다.
오랜 시간 가족 모두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땅이었다. 하지만 32년이 지난 뒤 동생 박재경(가명) 씨가 법에 따라 형제들이 똑같이 나눠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소송에서 이길 경우 나머지 8남매가 각각 받게 될 금액은 약 2,000만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금액만 놓고 보면 큰 재산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소송이 시작된 이후 남매들의 관계는 사실상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을 정도로 관계가 틀어졌고, 오랜 가족이 이제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다.
경기도에서도 아버지가 남긴 3층 건물을 둘러싼 상속 분쟁이 벌어졌다.
아버지와 50년 동안 함께 살아온 어머니와 아들 김상훈(가명) 씨에게 아버지가 사망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집을 비우라는 유언 집행 통지서가 도착했다. 건물의 소유권이 변경됐다는 내용이었다.
뜻밖에도 건물을 상속받은 사람은 아버지의 전처 소생인 세 누나였다. 어머니와 아들은 그런 유언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고 있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고인이 생전에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었다는 점이다. 김상훈(가명) 씨는 당시 아버지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유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머니는 당장 다음 달이면 거주하던 집에서 나와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처럼 부모가 생전에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누구에게 무엇을 남길지 명확하게 정리해두지 않을 경우 가족들이 기억하는 '부모의 뜻'은 서로 다른 주장으로 갈라질 수밖에 없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야 가족들이 각자의 기억과 해석을 내세우면서 상속 분쟁이 본격화되는 이유다.
488조 원까지 늘어날 '치매 머니'…상속 준비는 선택 아닌 현실
배우 전원주 씨 역시 상속 문제에 대해 고민해왔다.
주식 투자 성공담으로 관심을 모았던 전원주 씨는 과거 "내가 떠나면 두 아들이 돈 가지고 싸우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PD수첩'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는 가족 간 사후 분쟁을 줄이기 위해 자신이 이미 재산의 절반을 증여했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재산을 미리 넘기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생전에 자녀들에게 전부 물려주면 효도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남은 재산의 절반은 자신이 끝까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전했다.
그러나 실제로 전원주 씨처럼 생전에 상속을 준비하고 자녀들과 재산 문제를 충분히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부모의 죽음을 미리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한 해 35만여 명이 사망하는 가운데 유언을 공증해 남기는 사람은 1%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화와 함께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른 것이 이른바 '치매 머니'다. 인지 기능 저하로 재산을 스스로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자산을 의미하는 '치매 머니'는 2023년 154조 원에서 오는 2050년에는 488조 원 규모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 민법 개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가족 형태와 재산 구조가 과거와 달라진 만큼 상속 제도 역시 현실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속은 단순히 재산을 분배하는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부모가 생전에 어떤 삶을 살아왔고, 가족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었는지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그 뜻을 미리 정리하지 못한다면 남겨진 가족들의 기억과 해석이 충돌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례들은 상속 분쟁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결국 생전에 부모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남기고 가족과 충분히 공유하는 데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MBC 'PD수첩' '상속 전쟁: 남겨진 가족의 시간'은 10월 6일(화) 밤 10시 20분 방송된다.
'상속이 자산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PD수첩'은 실제 상속 문제로 법정에 서게 된 가족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우리 사회의 상속 현실을 짚어본다.
암 투병 중인 아내 외면한 남편, '구하라법'으로도 막기 어려운 상속
70대 정수연(가명) 씨는 20여 년 동안 홀로 두 자녀를 키웠다. 딸을 유학까지 보낼 정도로 자녀들을 위해 헌신했던 그는 늦은 나이에 재혼했고, 두 자녀 역시 어머니의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그러나 재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정수연(가명) 씨는 약 5년간 이어진 결혼생활 동안 남편의 외도가 반복됐다며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폐암까지 발병하면서 오랜 투병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가 병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병원을 단 한 차례도 찾지 않았다.
더욱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는 이혼소송에서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외도한 남편에게 오히려 1,150만 원의 재산분할을 하라고 판결했다. 정수연(가명) 씨는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며 항소했지만, 자신의 사건이 마무리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문제는 이혼이 확정되기 전에 사망했다는 점이었다. 남편은 법적으로 배우자라는 점을 근거로 정수연 씨가 재혼하기 전 힘겹게 마련했던 부동산 두 채를 포함한 상속재산 가운데 70% 이상을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다.
부양 의무를 외면한 가족의 상속을 제한하기 위해 이른바 '구하라법'이 시행됐지만, 실제 상속권을 제한하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상속권 역시 헌법상 재산권과 관련돼 있어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잃은 두 자녀가 결국 법적 대응에 나선 데는 재산을 차지하려는 목적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평생 자신의 힘으로 재산을 마련한 어머니의 노력과 삶의 결과를, 정작 어머니의 투병 과정에서 곁을 지키지 않았던 사람에게 넘길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PD수첩'은 '구하라법'이 존재함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속 문제 속에서 남겨진 가족들이 어떤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32년 동안 아무 문제 없던 땅이 소송으로…9남매에게 벌어진 상속 갈등
경상북도의 한 농촌 마을에서는 아버지가 남긴 2,558평의 토지를 두고 9남매가 법정에서 맞서게 됐다.
장남 박동우(가명) 씨는 부모와 오랜 세월 한집에서 생활하며 병간호까지 맡았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땅을 직접 일구며 농지로 관리했고, 동생들의 결혼을 비롯한 집안의 크고 작은 일에도 도움을 줬다.
오랜 시간 가족 모두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땅이었다. 하지만 32년이 지난 뒤 동생 박재경(가명) 씨가 법에 따라 형제들이 똑같이 나눠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소송에서 이길 경우 나머지 8남매가 각각 받게 될 금액은 약 2,000만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금액만 놓고 보면 큰 재산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소송이 시작된 이후 남매들의 관계는 사실상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을 정도로 관계가 틀어졌고, 오랜 가족이 이제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다.
경기도에서도 아버지가 남긴 3층 건물을 둘러싼 상속 분쟁이 벌어졌다.
아버지와 50년 동안 함께 살아온 어머니와 아들 김상훈(가명) 씨에게 아버지가 사망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집을 비우라는 유언 집행 통지서가 도착했다. 건물의 소유권이 변경됐다는 내용이었다.
뜻밖에도 건물을 상속받은 사람은 아버지의 전처 소생인 세 누나였다. 어머니와 아들은 그런 유언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고 있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고인이 생전에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었다는 점이다. 김상훈(가명) 씨는 당시 아버지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유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머니는 당장 다음 달이면 거주하던 집에서 나와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처럼 부모가 생전에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누구에게 무엇을 남길지 명확하게 정리해두지 않을 경우 가족들이 기억하는 '부모의 뜻'은 서로 다른 주장으로 갈라질 수밖에 없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야 가족들이 각자의 기억과 해석을 내세우면서 상속 분쟁이 본격화되는 이유다.
488조 원까지 늘어날 '치매 머니'…상속 준비는 선택 아닌 현실
배우 전원주 씨 역시 상속 문제에 대해 고민해왔다.
주식 투자 성공담으로 관심을 모았던 전원주 씨는 과거 "내가 떠나면 두 아들이 돈 가지고 싸우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PD수첩'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는 가족 간 사후 분쟁을 줄이기 위해 자신이 이미 재산의 절반을 증여했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재산을 미리 넘기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생전에 자녀들에게 전부 물려주면 효도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남은 재산의 절반은 자신이 끝까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전했다.
그러나 실제로 전원주 씨처럼 생전에 상속을 준비하고 자녀들과 재산 문제를 충분히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부모의 죽음을 미리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한 해 35만여 명이 사망하는 가운데 유언을 공증해 남기는 사람은 1%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화와 함께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른 것이 이른바 '치매 머니'다. 인지 기능 저하로 재산을 스스로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자산을 의미하는 '치매 머니'는 2023년 154조 원에서 오는 2050년에는 488조 원 규모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 민법 개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가족 형태와 재산 구조가 과거와 달라진 만큼 상속 제도 역시 현실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속은 단순히 재산을 분배하는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부모가 생전에 어떤 삶을 살아왔고, 가족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었는지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그 뜻을 미리 정리하지 못한다면 남겨진 가족들의 기억과 해석이 충돌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례들은 상속 분쟁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결국 생전에 부모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남기고 가족과 충분히 공유하는 데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MBC 'PD수첩' '상속 전쟁: 남겨진 가족의 시간'은 10월 6일(화) 밤 10시 20분 방송된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출처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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