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의 고향 친구이자 함께 독립운동에 나섰다고 증언했던 남동순. 하지만 그의 이름은 현재까지 확인된 판결문이나 수형 기록 등 공식 자료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KBS 네트워크 기획 '관순 동순'은 기록으로 남은 유관순과 기록에서 사라진 남동순의 흔적을 따라가며 이름 없이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을 조명한다.
광복절인 8월 15일 오후 1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관순 동순'은 배우 이세영이 남동순 역을, 천희주가 유관순 역을 맡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재현한다.
96세 남동순의 증언에서 시작된 이야기
1999년 KBS 방송에는 당시 96세였던 한 노인이 등장한다. 그는 자신을 유관순의 고향 친구라고 소개하며 어린 시절 목천에서 관순을 만나 친구가 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유관순과 함께 이화학당에 다녔고 3·1 만세운동에도 참여했으며, 서대문형무소 여옥사에 수감됐다고 말했다. 이후 유관순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독립운동 지하조직의 연락책으로 활동했다고도 밝혔다. 그의 이름은 남동순이었다.
그러나 의문은 여기서 시작됐다. 남동순이라는 이름은 독립유공자 명단에서도, 판결문 데이터베이스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남아 있는 자료를 검색해도 결과는 ‘0건’이었다.
'관순 동순'은 바로 이 기록의 공백을 추적하는 데서 출발한다. 특정 인물인 남동순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 속에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의미까지 이야기의 범위를 넓힌다.
유관순 열사가 주도했던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에는 약 3천 명이 참여했지만, 현재 이름이 확인되는 사람은 100명에도 미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에는 6만 5천 명이 넘는 사람이 수감됐던 것으로 원판 번호를 통해 추정되지만, 현재 확인 가능한 수형기록은 전체의 약 10%에 불과하다.
김재원 역사학자는 “기록의 부재가 존재의 부재를 뜻하지는 않습니다”라며 당시에는 오히려 기록에 남지 않는 것이 생존을 위한 방법이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세영, 이름을 남기지 못한 ‘동순’으로
배우 이세영은 그동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성덕임, '왕이 된 남자'의 유소운, '열녀 박씨 계약 결혼뎐'의 박연우 등 다양한 사극 속 인물을 연기해왔다.
이번에는 기존과 다른 인물을 맡았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이 아닌, 오히려 자신의 이름을 지워야 했던 여성 남동순이다. 아역은 차준희가 연기한다.
작품 속 동순은 유관순의 곁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평범한 소녀로 시작한다. 하지만 친구 관순의 죽음을 겪은 뒤 직접 독립운동에 뛰어들며 삶의 방향을 바꾼다.
치마 속에 군자금을 감춰 강을 건너는 장면부터 일본 헌병에게 자신의 이름을 숨기기 위해 “미령입니다, 남미령”이라고 답하는 모습까지 동순의 삶은 긴장감 있게 그려진다. 고문을 받으면서도 동료의 이름을 끝까지 밝히지 않는 장면 역시 인물의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친구 관순에게 끝내 보내지 못한 편지를 읽는 독백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적인 장면으로 완성됐다.
제작진은 이세영에 대해 짧은 촬영 기간에도 동순이라는 인물을 깊이 이해하고 현장에 임했다며, 증언을 통해 되살아난 인물인 만큼 과장하지 않고 신중하면서도 단단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천희주가 다시 그린 유관순
유관순 역은 배우 천희주가 맡았다. 아역은 이은서가 연기한다.
천희주는 2026년 KBS 2TV 일일드라마 '붉은 진주'에서 첫 주연을 맡으며 이름을 알린 배우다. 이번 작품에서는 독립운동의 상징으로만 기억되는 유관순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한 소녀의 모습부터 보여준다.
그러나 서대문형무소에 갇힌 뒤 옥중 시위를 벌이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순간, 소녀였던 관순은 시대에 맞선 인물로 변모한다. 이 장면은 작품의 핵심 장면으로 꼽힌다.
제작진은 천희주가 유관순이라는 이름이 가진 역사적 무게를 정면으로 마주했으며, 특히 옥중 만세시위 장면에서 강한 항거의 에너지를 표현해 깊은 울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인 올라가 따라간 관순과 동순의 흔적
과거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장면과 함께 현재의 여정을 이끄는 인물은 한국에서 6년째 생활하고 있는 폴란드 여성 올라다.
그가 남동순이라는 낯선 이름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폴란드의 역사와 자신의 가족사가 있다. 폴란드 역시 100년 넘게 지도에서 사라졌던 역사를 지닌 국가이며, 올라의 할머니는 어린 시절 독일군의 총격으로 크게 다쳤다. 할머니의 삼촌 역시 폴란드 저항군으로 활동했다.
올라는 천안 유관순 생가를 비롯해 서울 정동 이화박물관, 아우내 순국자추모각,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유관순연구소 등을 차례로 찾아가며 관순과 동순의 흔적을 추적한다.
한국과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가진 폴란드인의 시선을 통해 익숙했던 독립운동의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는 점도 이번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끝내 찾지 못한 이름, 그리고 백비
올라의 여정은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마무리된다.
현충원에는 수많은 이름이 새겨진 비석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 뒤편에는 아직 이름을 새기지 못한 백비(白碑)도 줄지어 있다.
올라는 끝내 남동순에 대한 공식 기록을 찾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 ‘찾지 못함’ 자체가 프로그램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말한다.
이름이 비어 있는 백비는 역사에서 사라진 남동순 한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당시 독립을 위해 싸웠지만 기록으로 남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 우리가 아직 기억하지 못하는 또 다른 ‘동순’들의 자리이기도 하다.
KBS 네트워크 기획 '관순 동순'은 광복절인 8월 15일 오후 1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같은 날 Wavve와 유튜브를 통해서도 공개된다.
유관순이라는 익숙한 이름에서 출발해 기록되지 못한 남동순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이야말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의 역사가 얼마나 넓은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광복절인 8월 15일 오후 1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관순 동순'은 배우 이세영이 남동순 역을, 천희주가 유관순 역을 맡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재현한다.
96세 남동순의 증언에서 시작된 이야기
1999년 KBS 방송에는 당시 96세였던 한 노인이 등장한다. 그는 자신을 유관순의 고향 친구라고 소개하며 어린 시절 목천에서 관순을 만나 친구가 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유관순과 함께 이화학당에 다녔고 3·1 만세운동에도 참여했으며, 서대문형무소 여옥사에 수감됐다고 말했다. 이후 유관순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독립운동 지하조직의 연락책으로 활동했다고도 밝혔다. 그의 이름은 남동순이었다.
그러나 의문은 여기서 시작됐다. 남동순이라는 이름은 독립유공자 명단에서도, 판결문 데이터베이스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남아 있는 자료를 검색해도 결과는 ‘0건’이었다.
'관순 동순'은 바로 이 기록의 공백을 추적하는 데서 출발한다. 특정 인물인 남동순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 속에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의미까지 이야기의 범위를 넓힌다.
유관순 열사가 주도했던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에는 약 3천 명이 참여했지만, 현재 이름이 확인되는 사람은 100명에도 미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에는 6만 5천 명이 넘는 사람이 수감됐던 것으로 원판 번호를 통해 추정되지만, 현재 확인 가능한 수형기록은 전체의 약 10%에 불과하다.
김재원 역사학자는 “기록의 부재가 존재의 부재를 뜻하지는 않습니다”라며 당시에는 오히려 기록에 남지 않는 것이 생존을 위한 방법이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세영, 이름을 남기지 못한 ‘동순’으로
배우 이세영은 그동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성덕임, '왕이 된 남자'의 유소운, '열녀 박씨 계약 결혼뎐'의 박연우 등 다양한 사극 속 인물을 연기해왔다.
이번에는 기존과 다른 인물을 맡았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이 아닌, 오히려 자신의 이름을 지워야 했던 여성 남동순이다. 아역은 차준희가 연기한다.
작품 속 동순은 유관순의 곁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평범한 소녀로 시작한다. 하지만 친구 관순의 죽음을 겪은 뒤 직접 독립운동에 뛰어들며 삶의 방향을 바꾼다.
치마 속에 군자금을 감춰 강을 건너는 장면부터 일본 헌병에게 자신의 이름을 숨기기 위해 “미령입니다, 남미령”이라고 답하는 모습까지 동순의 삶은 긴장감 있게 그려진다. 고문을 받으면서도 동료의 이름을 끝까지 밝히지 않는 장면 역시 인물의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친구 관순에게 끝내 보내지 못한 편지를 읽는 독백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적인 장면으로 완성됐다.
제작진은 이세영에 대해 짧은 촬영 기간에도 동순이라는 인물을 깊이 이해하고 현장에 임했다며, 증언을 통해 되살아난 인물인 만큼 과장하지 않고 신중하면서도 단단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천희주가 다시 그린 유관순
유관순 역은 배우 천희주가 맡았다. 아역은 이은서가 연기한다.
천희주는 2026년 KBS 2TV 일일드라마 '붉은 진주'에서 첫 주연을 맡으며 이름을 알린 배우다. 이번 작품에서는 독립운동의 상징으로만 기억되는 유관순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한 소녀의 모습부터 보여준다.
그러나 서대문형무소에 갇힌 뒤 옥중 시위를 벌이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순간, 소녀였던 관순은 시대에 맞선 인물로 변모한다. 이 장면은 작품의 핵심 장면으로 꼽힌다.
제작진은 천희주가 유관순이라는 이름이 가진 역사적 무게를 정면으로 마주했으며, 특히 옥중 만세시위 장면에서 강한 항거의 에너지를 표현해 깊은 울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인 올라가 따라간 관순과 동순의 흔적
과거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장면과 함께 현재의 여정을 이끄는 인물은 한국에서 6년째 생활하고 있는 폴란드 여성 올라다.
그가 남동순이라는 낯선 이름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폴란드의 역사와 자신의 가족사가 있다. 폴란드 역시 100년 넘게 지도에서 사라졌던 역사를 지닌 국가이며, 올라의 할머니는 어린 시절 독일군의 총격으로 크게 다쳤다. 할머니의 삼촌 역시 폴란드 저항군으로 활동했다.
올라는 천안 유관순 생가를 비롯해 서울 정동 이화박물관, 아우내 순국자추모각,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유관순연구소 등을 차례로 찾아가며 관순과 동순의 흔적을 추적한다.
한국과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가진 폴란드인의 시선을 통해 익숙했던 독립운동의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는 점도 이번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끝내 찾지 못한 이름, 그리고 백비
올라의 여정은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마무리된다.
현충원에는 수많은 이름이 새겨진 비석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 뒤편에는 아직 이름을 새기지 못한 백비(白碑)도 줄지어 있다.
올라는 끝내 남동순에 대한 공식 기록을 찾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 ‘찾지 못함’ 자체가 프로그램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말한다.
이름이 비어 있는 백비는 역사에서 사라진 남동순 한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당시 독립을 위해 싸웠지만 기록으로 남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 우리가 아직 기억하지 못하는 또 다른 ‘동순’들의 자리이기도 하다.
KBS 네트워크 기획 '관순 동순'은 광복절인 8월 15일 오후 1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같은 날 Wavve와 유튜브를 통해서도 공개된다.
유관순이라는 익숙한 이름에서 출발해 기록되지 못한 남동순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이야말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의 역사가 얼마나 넓은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출처 KBS 1TV ‘관순 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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