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BC 연예

[애프터스크리닝] 디즈니 정신 차렸구나…'모아나', 이렇게 쉬운 실사화★★★

▶ 줄거리


끝없는 바다 너머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모투누이 섬의 소녀 모아나. 어느 날 모투누이에 깊은 어둠이 드리우자, 모아나는 저주에 빠진 섬을 구하기 위해 전설의 영웅 마우이를 찾아, 그와 함께 운명을 건 항해에 나선다.

▶ 비포 스크리닝


'모아나'에겐 테 피티의 심장을 되돌려 놓는 것보다도 막중한 임무가 있었다. 우선 디즈니의 고전 명작 '인어공주'와 '백설공주'가 훼손한 라이브 액션 영화의 신뢰도를 끌어올려야 했다. 앞선 두 프린세스 영화가 원작과는 이질적인 캐스팅과 빈약한 각색으로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는 건 굉장히 뼈아픈 일이었다.

다양성 확대는 당위적인 명분이고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인어공주'를 연기한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까지 인종차별적 언사를 내뱉는 이들에게 수차례 일갈하는 등 영화 외적으로 몰상식한 편견들이 판을 쳤으나, 사실 영화가 재밌기만 하면 모두 해프닝으로 넘어갔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디즈니는 약 2년 뒤 라틴계 배우 레이첼 지글러를 백설공주의 얼굴로 내세웠으나 '기이하고 황당한 스토리'라는 악평만 남긴 채 퇴장했다. 이 작품 또한,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가 문제가 아니었다. '원작이라도 따라가지 그랬냐'는 아쉬움도 남았다. 리메이크 영화들에겐 단연 최악의 평이다.

그러니 '모아나'에겐 두 언니들의 실패를 만회할 책무가 부여된 셈이다. 이제는 '디즈니 백인 캐릭터들이 PC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비아냥은 사라질 수 있었던 건, 다행히 모아나가 유색인종 캐릭터라는 점. 3만2천대 1을 뚫고 발탁된 주인공은 준비되었으니 폴리네시아 문화와 원작 '모아나'의 모험담을 충실히 구현하기만 하면 되었다.

무엇보다 디즈니는 '모아나'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는 2000년대 이전의 고전 명작들이 실사화됐으나, '모아나'는 디즈니가 내놓은 21세기의 프린세스들 중 첫 실사화 작품으로 낙점된 것. 원작 모아나(2016)가 '공주와 개구리'(2009), '라푼젤'(2010), 겨울왕국(2013)보다 늦게 개봉했음에도 먼저 라이브 액션 영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이야기가 실사로 구현되었을 때 관객들에게 더욱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혹은 그간의 실패를 만회해야하는 디즈니의 절박함이, '모아나'를 일찍 현실 세계로 불러온 배경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 애프터 스크리닝


"한국도 공감할 '모아나' 이야기"라는 토마스 케일 감독의 자신감은 근거가 있었다. 우리는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이미 알고 있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힘을 갖고 있는 모아나의 모험담이 실사로 구현됐을 때도 더욱 몰입해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구현'은 가장 쉽고도 어려운 선택이었을 거다.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면 이미 모아나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관객들에겐 관람의 동기가 하나 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2026년의 '모아나'는 관객들이 사랑했던 모아나와 그 이야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실사화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이를테면 바다 배경을 더욱 아름답게 구현한 비주얼이 그렇다.

실감나는 연기는 이 영화의 핵심이다. 원작에서 마우이의 목소리를 맡았던 드웨인 존슨이 직접 마우이를 연기한다는 건 놀랍지만 놀랍지 않은 일이다. 이보다 더 싱크로율이 뛰어난 배우가 전세계에 얼마나 있을까. 심지어 실제 배우 본인의 백그라운드마저 폴리네시아 문화권이다. 특히 신예 캐서린 라가이아는 왜 자신이 3만 2천 명의 모아나 후보들 중 자신이 되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메인 넘버인 'How Far I'll go'를 부를 때면 그 매력이 극대화된다.

디즈니 라이브 액션 영화의 최대 흥행작인 '알라딘'의 성적에 근접할 수 있을지도 이목이 집중된다. 그러려면 자스민의 확대된 서사, 그리고 그가 부르는 메인 넘버 'Speechless' 정도의 파급력이 있어야 할 거다. 다만 '모아나'는 꽤 안전한 항해를 택한 듯 하다. 섣불리 기수를 틀기보단 잘해온 것,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모양새다.

'모아나'는 8일 극장에서 개봉된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