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은 외면, 배우도 불참
11월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제46회 대종상영화제’가 열렸다. 레드카펫 주위에는 2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지만 장근석, 최강희 등 특정 배우의 팬클럽을 제외하면 영화팬이나 일반 관객은 많지 않았다. 현장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시청률 역시 1, 2부 평균 10% 이하를 기록했다. 최근 4년간 대종상영화제 시상식 생방송 시청률 중 가장 낮은 수치다. 2006년 15.5%, 2007년 12%, 2008년 10% 이상(1, 2부 평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종상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듯하다.
관객뿐 아니라 배우들의 빈자리도 유난히 커 보였다. 이날 시상식에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할 만한 스타들이 자리하지 않았다.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김명민도 건강상의 이유로 시상식에 불참했다. 46년의 역사와 ‘영화인의 잔치’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자리였다.
공정성 논란, 선정기준 알 수 없어
이번 대종상영화제에서 최대 논란을 낳았던 작품은 장나라 주연의 <하늘과 바다>다. 이 작품은 작품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신인여우상 등 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나 후보 명단을 발표한 지난 10월 21일 당시 개봉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대종상 측은 개봉이 미뤄지거나 개봉 예정인 작품 역시 출품과 수상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개봉작을 후보로 선정했다는 점 외에도 칸 국제영화제 출품작인 <박쥐>는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 올해 최고 흥행작인 <해운대>와 <내 사랑 내 곁에> 두 작품에 출연한 하지원이 여우주연상 후보에서 제외되었다는 점 등을 들어 선정기준을 알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누리꾼들이 많았다. 결국 <하늘과 바다>는 네 개 부문 모두 수상하지 못했지만 대종상영화제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매년 6월 열리던 대종상영화제가 출품작 부족 등의 문제로 예년에 비해 행사가 5개월가량 늦게 치러지면서 불거진 문제도 있다. <신기전> <님은 먼 곳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쌍화점> 등 개봉한 지 오래된 영화들이 굵직한 상을 가져간 반면 서우의 연기가 호평을 받고 부산영화제 넷팩상 등을 수상한 <파주>나 부산영화제 개막작이었던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 최신 개봉작들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대종상영화제만의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누리꾼들은 “격년 영화제도 아니고 너무한 것 아닌가” “냉동식품 영화제인가요” 등의 댓글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변과 나눠먹기
굵직한 상들은 모두 의외의 작품에 돌아갔다. 특히 올해 최대 흥행작인 <해운대>나 <국가대표>, 작품성을 인정받은 <마더>를 제치고 <신기전>이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것은 최대 이변이다. 지난해에는 그 해 최대 화제작이자 흥행작이었던 <추격자>가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과 주연상, 기획상, 촬영상 등 주요 부문 5개 상을 휩쓴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에 해외 호평작인 박찬욱 감독의 <박쥐>나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것도 의외다. <해운대>는 기획상 하나를 받는 데 그쳤고 김혜자의 열연으로 여우주연상 수상이 점쳐진 <마더>는 수애에게 밀려났다. <신기전>이 작품상과 편집상, 음향기술상을 수상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작품들이 1~2개의 상을 사이 좋게 ‘나눠먹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후보작 선정에서부터 최우수 작품상까지 논란이 끊이질 않는 대종상영화제. 합리적인 선정 기준과 공정한 평가로 영화팬들이 수긍하고 박수 쳐줄 만한 결과를 내놓지 않는다면 대종상영화제는 레드카펫 위 여배우들의 드레스와 퍼포먼스에서 실수한 ‘꽈당’ 미료만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름뿐인 행사가 될 듯하다. 김지현 기자|사진 노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