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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신작 홍수 속 군계일학…이토록 치밀한 스릴러 '이친자'

33년 차 배우 한석규와 신예 채원빈.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이들. 내뱉는 대사와 눈빛 하나하나가 보는 이들의 가슴에도 날카롭게 내리 꽂힌다. 모든 장면이 이토록 치밀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다.


지난주 1, 2화가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기획 남궁성우·극본 한아영·연출 송연화, 이하 '이친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 장하빈(채원빈)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다.

'부녀 스릴러'라는 낯선 단어의 조합. '이친자'는 두 단어의 연결고리를 빈틈없이 연결해 냈다. 29년 만에 MBC 드라마로 복귀한 한석규는 "내 딸이 누군가를 죽였다면?"이라는 상상조차 힘든 난제에 던져진 아빠를 연기했다.

프로페셔널한 프로파일러인 만큼, 범죄자의 속내는 찰나의 움직임만으로도 금세 알아차리는 장태수. 그러나 그의 딸의 속내는 범죄자의 그것보다 훨씬 더 알기 어려운 모습을 보인다.

장태수는 경찰이자 프로파일러로서의 '객관성'을 누구보다 중시하는 캐릭터. 한석규는 퍼즐이 맞춰지듯 범인을 향한 단서가 하나씩 딸에게 가까워지자 확신과 동시에 불어닥친, 자신의 딸을 의심해야만 하는 공포라는 양가감정을 탁월하게 연기해 냈다.

시종일관 딸을 의심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범인은 장하빈'이라는 암시를 걸어주면서도, 이따금씩 아버지로서 고뇌하며 보여주는 부성애로 안쓰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아빠 장태수에게 살인 용의자로 몰린 딸 장하빈은 신예 채원빈이 연기했다. 과거 아들 장하준의 사망 사고부터 지금의 '시신 없는 살인사건'에 이르기까지, 수상쩍은 행동과 알리바이로 프로파일러인 아빠의 눈에 경고등을 켜게 하는 인물이다.

33년 차 베테랑 연기자 한석규에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가, 채원빈의 눈빛 안에 있다. 장태수와 장하빈의 대사 핑퐁만 놓고 본다면 서늘하기 그지없지만, 마치 불꽃에 벼려낸 칼날이 치열하게 맞부딪히는 현장을 연상케 한다. 모든 장면을 버릴 구석 없는 치밀한 눈빛 연기로 꽉 채워낸 그다.

얼핏 프로파일러인 아빠 장태수를 내려다보는 듯한 범죄자의 초상이 보이기도 한다. 프로파일러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숨기고, 알리바이를 숨기는 데 여유롭고 능한 장하빈의 모습에서 범죄극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캐릭터가 떠오른다.

이토록 치밀한 연출은 두 사람의 활활 타오르는 호연에 불쏘시개를 던진다. 집 안의 공간은 장태수와 장하빈 두 사람의 거리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온 사방이 나무로 빽빽히 둘러싸인 숲 속은 혼란스러운 장태수의 감정을 나타내는 듯하다. 여기에 매 순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배경음악과 슬로우 모션이 몰입감을 더해주니 한 순간도 눈을 돌리는 일이 없을 수밖에.

'이친자'는 가장 친밀해야 할 사이인 부녀 장태수와 장하빈이 서로를 믿지 못해 대립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폭발적인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총 10부작으로 짧은 회차임에도, 부녀의 대립이 단순히 하나의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 과거부터 오랫동안 이어져온 깊은 갈등이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서로를 향한 의심의 끝은, 결국 파국이라는 비극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게 한다. 가장 친밀한 이를 배신하는 대가는 무엇일까. 치밀하게 짜여진 이 비극에 이목이 쏠린다.

부녀 스릴러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매주 금, 토요일 밤 9시 50분 MBC에서 방송된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 iMBC연예 DB | 사진출처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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