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 미디어니까요"…JTBC 예능, 시대 역행 자처한 이유 [종합]

OTT와 유튜브, 숏폼까지 레거시 미디어를 향한 위협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는 현 미디어 시장. 그럼에도 JTBC는 예능 제작에 있어 2024년에도 레거시 미디어로서의 책무와 기조를 변함없이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JTBC사옥에서 'JTBC 예능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임정아 예능제작본부장, 황교진CP, 민철기CP, 김은정CP, 손창우CP가 참석했다.

JTBC는 "2024년엔 패기와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새로운 예능 콘텐츠를 대거 선보일 것"이라고 알렸다. 주력으로 내세우는 콘텐츠는 '가족'이다. '연애남매', '이혼숙려캠프', '끝사랑', '전업자녀 탈출기' 등 웃음과 공감이 가득한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질 계획.

임 본부장은 "'가족' 키워드를 보시면 '옛날건가'라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다"고 운을 뗐다. "OTT가 다양화되고, 자극적인 콘텐츠로 도파민이 나오는 게 신나지만, 그 후에 허무감과 피로감이 커졌다. TV를 시청할수록 힐링 되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시청이 파편화, 개인화되서 밥상에서 보는 예능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기에 가족예능에 주력하겠다고. "공감과 웃음을 바탕으로, 가족 이상의 친구들과 함께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과거에서 온 주제라 할지라도, 실험 정신과 창의력으로 신선함을 드리고 싶다. 밥상에서 밥풀이 튀길 수 있을 정도로 웃을 수 있는 예능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가족 예능'을 넘어 '모두의 예능'을 역설한 JTBC다. 가족을 이루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가족보다 더 친한 사람들과 활발히 교류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레거시 미디어로서의 고민이 깊게 작용한 목표이기도 했다.

레거시 미디어에 적을 둔 연출자로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JTBC 간판 예능 '아는 형님'을 맡고 있는 민철기 CP는 "예능 편성 시간대와 드라마 편성 시간대 구분이 사라졌다. 편성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며 "'아는 형님'은 드라마 4~5개에 둘러싸여 있다. 간판 프로그램으로서 나름 선전하고 있다. 유튜브 등에서의 성적은 좋기에, 본방 시청률로만 판단할 수 없는 가치들이 있다. 종합적으로 프로그램 가치들을 생각하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임 본부장은 "우린 레거시 미디어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채널이고, 제한된 시간에 와야 볼 수 있고, 정말 옛날 방식의 레거시 미디어"라면서도 "레거시 미디어의 책임감과 무게감,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에서 신동엽이 친한 지인들을 데리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 방송을 할 수 있고, 넷플릭스에서 5억, 10억 규모의 사이즈로 예능을 만들 수도 있지만 예전 레거시 미디어에서 하던 방송을 다른 곳에선 안 하고 있다. 한때 유튜브와 OTT를 흉내내기도 했지만 다 실패했고, 어느것도 성공하지 못했다. MBC '나 혼자 산다', '태계일주', tvN '유퀴즈' 등 레거시 미디어에 강점 있는 프로그램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레거시 미디어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각오다. 부족한 점을 욕심내기보다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더 강력하게 소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사람들이 여전히 좋아하는 거라면, 계속 할 생각이다. 촘촘히 채워나가고 싶다. 세대 격차, 빈부 격차가 있지 않나. 모두가 OTT를 볼 수 있지 않다. 소외되는 사람이 없게, '모두의 예능'을 만들고 싶다. 레거시 미디어이기에, 우리가 역행하고 싶다. 물론 똑같이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자양분으로 새로움을 흡수해서, 다른 형태로 레거시 미디어의 강점 살린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다."

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쟁자와 맞서기 위해서, 경쟁자를 어설프게 따라하는 것이 아닌 본인들이 가장 잘하던 것을 잘하겠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예능에도 팬덤이 필요하다"는 걸 '최강야구'의 성공으로써 교훈을 얻은 JTBC. 임 본부장은 "나영석 PD도 팬덤이 엄청나지 않나. '최강야구' 감독님이 새로 들어오시면서 팬덤이 어마어마하다. '끝사랑'에 모시고 싶을 정도다. 스포츠 예능을 결산하며 느낀 건, 아이돌에게만 팬덤 중요한 건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OTT에 대항하는 JTBC의 경쟁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단 구독료가 없다"고 너스레를 떤 임 본부장은 "또한 얼마든지 나눠봐도 된다. 그리고 OTT만의 색깔이 있다. 주제나 접근방식이 세련되고, 때깔이 좋다, OTT 문법이 있다. 사람이 항상 비싼 12첩 반상만 먹고살 수 없듯이. OTT는 글로벌로 가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문법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수제비도 있고 된장찌개도 있다. 한국적 예능의 다양한 장르, 형식 예능이 있다. 우리는 알차고 재밌다. 다양한것 만큼 재밌는게 없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예능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각오. "예능의 기능은 명확하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위안을 주는 거다. 하루가 지쳤다면 예능을 보면서 눈물 흘리기도 하고, 깔깔 웃기도 한다. 그게 올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예능이다. 그래서 올해 라인업을 그쪽으로 강화했다. 2024년 우리 예능을 보시면서 즐겁게 잠자리에 드실 수 있고, 안 친한 사람들과 수다떨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JTBC는 이날 2024년 상반기 예능 라인업을 공개했다. 이달 방송을 시작한 '배우반상회'를 비롯해 '연애남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이혼숙려캠프', '걸스 온 파이어', '끝사랑', '전업자녀 탈출기' 등이 방송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