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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남연준은 빌런?…이학주, 남궁민과 싸우며 배운 것 [인터뷰M]

누가 그랬던가. '연인'의 최종 빌런이 배우 이학주가 연기하는 남연준이 될 줄 알았겠냐고. '장채커플'에게 있어 병자호란을 일으킨 청나라가 외부의 적이었다면, 조선의 왕과 그 사직을 지키는 선비들은 내부의 적이었다. 쉽지 않은 역할이었으나, 이학주는 꿋꿋이 인물의 본래 사명을 다했다.


최근 이학주는 iMBC연예와 서울 마포구 상암동 SM C&C 사옥에서 MBC 금토드라마 '연인'(극본 황진영·연출 김성용)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인'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휴먼역사멜로 드라마다. 남궁민, 안은진, 이학주, 이다인, 김윤우 등이 출연했다.

이학주는 극 중 능군리의 올곧은 유생 남연준을 연기했다. 군자의 길을 가는 것을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 오랫동안 자신의 충심을 세상에 펼쳐 보이고 싶어 했던 남연준은 병자호란이 발발하자 주저 없이 병화 속으로 뛰어들었다.

최종회 시청률 12.9%(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던 '연인'. 죽음 위기를 넘고 먼 길을 돌고 돌아 재회한 남궁민과 안은진이 서로를 끌어안은 애절한 모습으로 마지막 회가 끝났다.


두 사람에게는 해피엔딩이었으나, 이학주가 연기한 남연준에게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왕과 사직에 무한한 충성심을 갖고 있던 남연준은 청나라의 앞잡이라는 오명을 쓴 이장현을 쓰러뜨리려 하고, 그와 대립했다.

이학주는 안타까웠던 연준의 결말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나도 안타까웠다. 연준이가 나쁜 의도로 그런 건 아니지만, 의도치 않게 세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거다. 자신이 실현시키고 싶은 이상이 있는데, 그것이 허상이었다는 걸 느끼게 된 거다. 마음속으로도 연준이가 측은했다"고 밝혔다.

제일 힘들었던 장면 역시 아내 이다인을 밀어내는 장면이었다고. 남연준은 아내(이다인)에게는 오랑캐에게 욕을 당할 뻔했다는 이유로 그를 멀리하는 모습을 보인다. 최종회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장철(문성근)을 따라 죽음으로 속죄하려 한다.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라면 청나라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현실주의자였던 장현과 달리, 연준은 이상주의에 천착하는 조선의 사대부 그 자체였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고뇌하고 갈등하는 장면도 많았다. 이학주에게 어려웠던 연기 또한 그 부분이라고.


이학주는 "내가 '밥버러지' 같다며 장철에게 제자로 받아달라고 하는 장면이었다. 감옥에 갇히고, 길채를 도와줄 수도 없고. 그런 상황에서 감정이 크게 와닿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외부에서 판단하면 남연준은 바보 같은 면도 있어보인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려고만 하니까. 분별력이 없어보이기도 한다. 내 판단을 최대한 배제했다. 당시 사람은 그럴 수 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사사건건 대립하는 남궁민과는 연기 합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터. 많은 배우들의 말대로, 그 역시 남궁민을 믿고 연기했단다.

"남궁민 선배가 날 너무 좋아해 주셨다. 뭐만 하면 웃으셨다. 파트2에선 만날 일이 거의 없었는데, 마지막 촬영 때 선배가 '너무 반갑다. 카메라에 이 반가움이 담기면 안 되는데'라고 하시더라. 정말 감사했다. '우리 둘이 더 많이 촬영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학주가 강조한 남궁민의 장점은 디테일. "촬영하면서 테이크를 1번, 2번 가면서 변화를 조금씩 주는 게 너무 신기했다. 계획도 잘 준비해 오시고, 현장에서 느껴지는 걸 반영해 더 좋은 걸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신기해했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연기 스타일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고. 이학주는 "미리 짜놓은 계획대로 연기한다. 불안하니까. 그런데 남궁민 선배가 하는 걸 따라 하려고, 변주도 주려고 노력해봤다"고 전했다.

그런 면에서 실제 배우로서의 이학주도 남연준 같은 면모가 있단다. "이상적인 면을 생각하는데, 그러다 보면 부족한 것도 깨닫는다. 그동안 연기에 있어서 '정확히 준비해 가야지' 생각했다면, 이제는 상황에 맞춰서 변화할 수 있게 유연한 분별력을 배워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인'을 통해 배운 점도 있다. 그에게 있어 남연준은 반면교사였다. "한 생각에 매몰되지 않는 게 좋겠다, 항상 변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주변 사람도 잘 챙기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함께 고생하며 연기한 은애 역의 이다인에게는 베스트커플상 대신 공로상을 주고 싶다고. 이학주는 "은애에게 잘못한 일들이 많다. 공로상을 주면 줬지. 이장현의 말대로 안아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라며 웃었다.

이학주의 대쪽같은 연기가 빛났던 '연인'은 지난 18일 21회를 끝으로 종영됐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제공 MBC, SM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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