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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사' 김성식 감독 "애니메이션과 출신, 10년을 쫓다 드디어 꼬리 잡았다" [인터뷰M]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후 '천박사')로 추석 연휴 동안 115만 관객을 동원하며 추석영화 중 가장 선두에 서서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김성식 감독을 만났다.


김성식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홍원찬 감독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조감독을 맡으며 영화 경력을 쌓아온 신인 감독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끝냈을 때 제작사 외유내강에서 '빙의'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줬고, 그 작품을 각색, 강동원을 캐스팅하며 '천박사'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김성식 감독은 "아마도 애니메이션과 출신인 저여서 빙의라는 초현실적인 현상을 시각적으로 잘 구현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가 아닐까?"라며 신인인 자신에게 이 작품의 연출 제안이 온 이유를 분석했다.

제작사 외유내강은 영화 '베테랑' '엑시트' '모가디슈' '밀수'까지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작품을 만들어 온 곳으로 류승완 감독의 작품뿐 아니라 실력 있는 신인 감독을 발굴해 내 과감한 투자를 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외유내강에서 연출 제안을 받게 된 게 행운이라는 김성식 감독은 "좋은 제작사더라. 신인 감독이 제안하는 허황된 상상을 더 과감하게 장르적인 지원을 해주더라. 퇴마 소재라는 낯선 장르인데도 과감하게 믿고 맡겨줬고 상업적인 조언도 많이 해줬다. 편집적 리듬, 러닝타임에 대해서 조언을 많이 해줘서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분량 조절을 했었다."며 제작사에서 어떤 도움을 줬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첫 연출작을 내놓게 된 소감을 물으니 그는 "연출도 힘들었는데 개봉을 앞두고 점점 더 힘들더라. 가슴이 많이 쫄리고 제작사사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사실 조감독 때에 비해 감독이 되고 나니 엄청 즐겁고 신났다. 조감독이 더 힘들다. 감독은 앉아서 말만 하면 되었고 좋은 배우를 만난 덕에 신나게 했다."는 솔직한 심경을 밝혀 웃음을 안겼다.


첫 연출부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후 입봉까지 10년이 걸렸다. 김 감독은 "영화 속 천박사의 대사 중 '10년을 쫓다 드디어 꼬리를 잡았다'는 게 있는데 그게 제 심경이었다. 영화감독의 꿈을 안고 있던 제가 그 꿈의 꼬리라도 잡고 싶어 쓴 대사였다."라며 얼마나 간절히 바라던 영화감독의 꿈이었는지를 이야기하며 "관객들이 현실세계를 잊고 영화관에 빠져있을, 돈 아깝지 않고 메시지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으로서 바랬던 목표를 밝혔다.

인터뷰 초반에 애니메이션과 출신이라고 밝혔던 김 감독은 어떻게 영화감독의 길에 오를 수 있었던 걸까? 대학교 애니메이션과 에 입학, 이후 미국의 애니메이션의 원화를 그리는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입대를 앞둔 무렵 그 하청업체의 감독들이 '이렇게 해서는 네가 원하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될 수 없다. 차라리 영화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막연하게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전역을 한 뒤 영화계에 인맥이 없어 막막했던 김성식 감독은 '설국열차'라는 만화를 영화 시나리오로 만드는 작업을 혼자서 했단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GV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 울산(김성식 감독의 고향)에서 첫 차를 타고 서울로 와 극장 앞에서 기다렸다가 봉준호 감독에게 '감독님의 연출부를 하고 싶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전달했단다. 그로부터 두세 달 후 봉준호 감독의 연출부에서 전화가 와 '설국열차'의 스태프로 일할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영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고. 영어에 서툴렀던 김 감독은 그렇게 봉 감독과의 작업 기회를 놓치고 영화 '해무'의 연출부에 합류했다가 '해무'의 제작을 했던 봉준호 감독과 다시 재회하게 되었단다. 봉준호 감독은 김성식 감독을 알아봤고 '설국열차'의 시나리오도 아직 보관하고 있다는 말도 했었다고. 이후 '기생충'의 조연출로 참여, 그 덕에 데뷔까지 하게 되었다며 무모한 듯 열정적이었던 자신의 영화인생 10년을 회상했다.

영화를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 그였기에 연출적인 방법을 전혀 몰라서 고생도 많이 했다고. 영화일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혼자 서울에 올라와 비싼 물가덕에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도 영화 책을 많이 보며 주경야독하며 연출 기법을 책으로 많이 공부했단다. 그런 생활을 하던 와중 아버님이 많이 편찮으셨다고.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던 아버지의 걱정과 연출부 생활의 고충이 극에 달했던 어느 날 아버님의 영혼과 우주적인 배경에서 만나는 꿈을 꿨다는 김성식 감독은 "그때의 꿈을 반영해서 이번 영화 설경 안의 세계를 구현하는 장면을 만들었다."며 가슴 아픈 경험이지만 비현실적인 영화의 비주얼적인 레퍼런스로 삼아 만들었다는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영화 '천박사'는 웹툰 '빙의'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웹툰과 영화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원작에서는 캐릭터만 차용했다.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은 색감이다. 붉은색, 푸른색, 안개의 번짐, 금속적 질감 등 시각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무당의 이야기인데, 무당의 근원을 찾아가면 애초에 농경시대여서 농기구, 대장간 등에 축복을 비는 일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칠성검의 금속 질감, 거기서 나오는 불꽃, 쇠사슬 등 무당의 근원적인 요소들을 표현하려는 노력을 했다."며 영화 속의 색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이런 이유가 있어서임을 설명했다.

영화 속에 시각적, 만화적 요소가 많아 현실과 절충선을 찾는 게 힘들었다는 김 감독은 "저 취향은 좀 더 고어틱한데 보시는 분들이 받아들이는 수준을 고려하느라 고민이 많았다. 염매 무당이 나오기에 손가락을 자르는 설정은 원래 웹툰에도 있었고 저는 그걸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했다. 원작에서는 연기로만 표현되어 있었는데 저는 영화적으로 빛이 이동하는 걸로 만들었다."라며 자신의 취향과 대중의 취향 사이의 절충선을 찾느라 고심했음을 밝혔다.


굉장히 많은 VFX가 들어가는 영화였다. 하지만 신인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연출이 어렵지 않았다는 그는 "이 부분이 CG가 될 것 같다고 설명하고 가이드를 잡는 건 노하우가 있고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 '부산행'의 연출부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라며 연상호 감독에게서도 배운 게 많았음을 알렸다.

영화 후반부의 그래픽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기존 영화에서 봤던 그래픽과는 결이 다른, 요즘 10대 아이들이 보는 만화에서 많이 보는 스타일인데 성인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것 같은 특이한 스타일이었다. 어릴 때 만화를 너무 좋아했다는 김 감독은 "'마법사의 아들 코리' 같은 걸 많이 봐서 영향이 있었고 실제로 그런 걸 구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기도 했다. 부모님 손을 잡고 극장에 올 아이들이 자기들에게 익숙한 그래픽을 보면 친근감을 가지지 않을까 싶었다. 남녀노소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며 폭넓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각적인 고민 끝에 만들어 낸 그래픽임을 이야기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많은 관객들은 속편의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속 시원한 결말이었음에도 충분히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법한 엔딩에 김감독은 "'해리포터'에서 문을 열면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처럼 설경을 펼치면 그 세계로 가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해리포터'의 문 같은 개념이 우리 영화에서는 설경이다. 설경은 새로운 우주다. 그 외에도 칠성검의 히스토리, 천박사와 유경 등 인물별 마이크로 한 이야기도 다음에 다루고 싶다."며 7편 이상은 뚝딱 나올만한 핵심 아이템을 줄줄 읊었다.


박찬욱, 봉준호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감독에게 일을 배운 김 감독이다. 두 감독에게 배운 게 뭔지 이야기해달라니 그는 막힘없이 줄줄 이야기를 시작했다. "봉준호 감독에게서는 현장 준비과정부터 디테일을 많이 배웠다. 영화의 근본적인 디테일인 '왜 이 장면이 이렇게 표현되어야 하며 이 소품은 왜 있어야 하는지'를 배웠다. 박찬욱 감독에게서는 이 샷을 표현하면서 어떤 품위가 있어야 하는지를 배웠다. 영화를 대하는 품위, 배우를 존중하는 품위를 많이 배웠다. 박찬욱 감독은 배우들과 이야기하면서 배우들도 릴랙스 시키고 본인도 릴랙스 하더라. 그걸 나도 따라 해봤다. 두 분 모두 공통적으로 사진을 많이 보면서 샷을 구성하시더라. 나도 이번에 마리아렉스라는 사진작가의 사진을 참고했다. 이 작가의 사진집을 모든 배우들에게 선물해 주며 내가 추구하는 영화의 비주얼이 어떤 건지를 공유해다."라며 두 감독에게 배운 걸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데뷔작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완성된 영화를 본 두 거장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박찬욱 감독은 2번을 보셨는데 오락영화로 시원하고 재밌다고 하셨다. 봉준호 감독은 VIP시사회 때 제 뒤에 앉아서 보셨는데 너무 많이 웃으면서 보셔서 '저 정도로 웃기지 않는데?'라는 의아함을 느꼈다. 근데 오락영화라 재밌게 봤다고 하시더라. 두 분 모두 디테일하게 모니터링을 해주셨는데 공통적으로 '무당 취향이 아니라 곤란하네~'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도 한 시간 동안 길게 유머와 절제, 범천의 표현에 대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라고 밝혀 두 거장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애제자임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특히 봉감독은 익살스럽게 김 감독에게 겁을 줬다고. "상업 영화판에 들어왔는데 조감독때와 차원이 다르다며 겁주시더라. 또 봉감독의 조연출이었던 유재선 감독의 시나리오 '잠'도 봤는데 죽이더라. 둘이서 신인감독상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래라는 말씀도 하셨다. 유재선 감독과 서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파이팅 하자고 했다. '잠'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능력이 부러웠다."며 자신의 조연출 출신인 두 신인감독의 경쟁을 즐겁게 응원하는 봉준호 감독의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이제 막 김성식의 영화 세계를 대중에게 선보이기 시작한 그다. 앞으로 멜로가 되었건 액션이 되었건 어떤 장르에도 판타지를 섞어 SF나 VFX가 많이 들어간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김 감독은 "영화 산업적으로 봤을 때 많은 부분이 장르화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런 시대가 오면 좋겠다. 판타지 장르로 저만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자연환경에 대한 소재를 많이 생각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부엉이가 사람이 되는 이야기, 부엉이가 인간을 많이 관찰하며 보고 배웠을 것이라 생체 변이가 되어 부엉이가 도시를 활보하며 사람을 잡아먹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예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가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 '천박사 퇴마 연구서: 설경의 비밀'은 지금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CJ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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