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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D.P.', '모가디슈'로 입증, 콘텐츠는 사회를 투영하는 거울

'영화 같은 현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이런 말들을 우리는 가끔 한다. 현실이 너무 말이 안된다고 느껴지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사건이 휘몰아 칠때 말이다. 역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너무 현실적이다' '지금 내 이야기 하는 줄'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정의를 기대할수 없고 선의가 불의를 이기지 못하고 관습이 악습으로 이어져 오는 모습을 매체를 통해 다시 보는 심경은 유쾌하지 않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를 봤을 때다. 긴박한 상황에서 소말리아를 탈출하는 인물들을 보며 '저게 실화라고? 와 진짜 영화 같은 상황이었네'라고 감탄했었다. 그러며 한편으로는 '오래 전 일이니 저런 지경이었겠지'라는 생각도 하며 여전히 비현실적 상황 속 남과 북의 생사를 건 대 통합에 판타지스럽다는 감상을 갖기도 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 '모가디슈'를 만들면서 "때로는 실제 사건이 너무 영화 같을때가 있다. 이 사건이 그랬다. 실제로 있었던걸 그대로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믿어줄까? 너무 가짜같은 현실이어서 설득력이 있을까 싶었다."라며 오히려 영화적 재미를 위해 많이 압축하고 생략해야 했다고 이야기 했다.

그렇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기억될 것 같던 '탈출'은 이내 현실에서 재연되었다. 아프간 사태가 벌어지고 비행기 바퀴에 매달린 수 많은 사람들, 공항 담벼락에서 아이라도 살려 달라고 아우성치는 모습에서 총탄을 피하기 위해 두꺼운 책과 모래주머니를 차에 두르고 모가디슈 도로를 달리던 영화속 한 장면이 고스란히 겹쳐 보였다.

영화 '모가디슈'에서처럼 한국 교민들과 한국을 도왔던 현지 조력자들은 무사히 아프간을 탈출했지만 아프간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일 매일이 영화 '블랙 호크 다운' 같은 상황일 것이다.


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물 'D.P.'가 공개되었다.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의 시선으로 탈영병의 사연을 쫓았던 시리즈를 보며 기자는 "너무 옛날 옛적 군대 이야기 아냐? 요즘 군대 좋아졌다는데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을 가족에게 했다. 그러자 "뭐래? 완전 공감되는데? 군대는 하나도 안 달라졌어. 부사관 성추행 사건에 군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요즘도 뉴스에 나오고 있는데"라는 반박이 쏟아졌다.

그랬다. 연일 뉴스에 나오는 군인들의 성폭행, 성추행 사건에 대한 군 간부들의 대응을 보면 'D.P'는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이야기였다.

군대를 다녀오지 못하고, 군대를 알지 못하는 여성의 시선에서는 극단적인 몇몇 사례를 보여주는 것 같았지만 군대를 경험했던 남성의 시선에서는 'D.P.'가 너무나 현실적이라는 반응이다. '군 트라우마가 다시 생각났다' '나도 방관자였다' 'CCTV보는 것 같다'는 시청자들의 피드백이 쏟아져 나왔고, 오죽하면 시리즈 공개 이후 언론사들은 '드라마 보다 더 한 현실, 후임병에게 몹쓸짓' '드라마는 순한맛, 현실은 매운맛' 등 지금도 진행중인 군 가혹행위에 대한 고발을 연일 기사화 하고 있다.

'D.P.'는 요즘의 우리에게 상당히 많은 메시지를 안겨주는 시리즈다. 조직 안에서의 괴롭힘 역학에 대해 개인대 개인, 계급대 계급의 관점에서도 세밀하게 다루면서 왜 나쁜걸 알면서 멈추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까지 던지고 있다. 사병들 사이에서는 이런 괴롭힘이 큰 이슈라면 군 자체에서는 '기강'의 명분아래 인권이 묵살되고 권력의 잇속을 챙기는 쪽으로 의사결정이 진행되는 문제도 'D.P.'는 다루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시의성으로 인한 사회적 공감을 의도하고 공개일을 정한건 아니다. 하지만 우연치고는 참으로 기가막히게 시의적적한 타이밍에 공개되면서 관객의 반응, 시청자의 반응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며 사회적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만들거나, 드라마를 만들면서 연출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문화 콘텐츠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거울을 통해 들여다본 우리의 현실은 영화보다 더 참혹하고 안타깝다. 'D.P.'의 마지막 시리즈가 나올때 쯤에는 "저건 정말 2021년에나 있었던 일이지. 요즘은 저런 걸 찾아 볼수가 없어"라는 말을 누구나 할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모가디슈' 같은 현실이 지구상 어디에서도 다시 재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데,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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