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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터뷰] 신현빈, 그렇게 '슬기로운 의사생활' 장겨울 선생처럼

배우 신현빈(나이 34세)은 호들갑 떨지 않는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법한 흥행작과 마주해도, 강산이 변한 10주년을 맞이해도 매한가지로 의연하다. 그저 스스로 택한 좋아하는 일을 아직도 좋아하며 하는 게 감사할 따름이란다. 마치 본인이 분해 열연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장겨울 선생처럼 묵묵히 제 할일을 해낼 뿐이다.


신현빈은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장겨울 역할을 맡아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극중 무뚝뚝한 성격의 일벌레로 신부를 꿈꾸는 의사 안정원(유연석)과의 로맨스, 의사로서의 성장서사, 이익준(조정석)과의 코믹한 티키타카까지 다 가져간 비중 높은 인물이었다. 작품의 흥행 따라 빛을 본 배우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솟았을 것이 당연지사.

정작 신현빈은 무던했다. 연기생활 10년 만에 처음으로 빛을 봤다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감격스러운 순간이지만 말이다. 의미부여는 낯부끄럽단다. 늘 하던 대로 역할에 맞춤옷을 입히려 애를 쓴 것인데, 때가 맞아 관심이 쏟아지니 어리둥절한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어느새 이렇게 흘러 왔구나. 앞으로도 자세 흐트러트리지 말고 계속 나아가야지"라고 되뇌는 게 먼저라고 단언하는 신현빈이다.


이하 신현빈과의 일문일답이다.

Q.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인기는 엄청났다. 소감이 어떤가?


A. 작품이 큰 인기를 얻은 건 당연히 기쁘죠. 하지만, 아직 역할과 작품의 여운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예요. 그저 따뜻한 사람들과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고 전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생각뿐이에요.

Q. 극중 장겨울과의 첫 만남, 어떤 느낌이었나?

A.
장겨울과 첫 만남은 아주 재밌었어요. 현실에서 많이 봤지만, 극중에서는 낯선 성격이라고 느껴졌어요. 성장 서사도 있잖아요. 처음 보면 오해하기 충분한 성격이에요. 지켜보면, 되게 괜찮은 사람인데 말이에요. 성실하고 우직한 모습이 처음 보면 딱딱하고 무심한 사람으로 보여요. 부족한 걸 점점 채워 나아가기도 하고요. 누군가를 사랑해서 성장해 뿌듯합니다.

Q. 보기 드문 설정의 역할, 성격을 설정하는 것에도 신중을 기했을 것 같다.

A.
남자 형제만 있는 여자의 딱딱한 말투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실제로 남동생이 있는 설정이었죠. 남매보다는 형제에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겨울이의 나이와 연차를 따져보면 정말 꾸준하고 성실하게 그리고 무탈하게 과정을 밟아온 의사였어요. 도재학 선생님과 나이 차이가 열 살이지만, 동기예요. 진짜 열심히 공부해 그 자리까지 온 거죠.


Q. 신현빈의 성격과 비교해 설명하자면?

A.
실제 성격과 비슷해요. 주변 분들도 비슷하게 느끼시더라고요. 저도 기본적으로 친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하는 온도 차이가 커요. 관심 없는 것을 대할 때 정말 무관심 그자체에요. 반면, 좋아하는 일에는 열성을 다하죠. 기본적인 성향이 장겨울과 같죠.

저와 다른 부분은 순수한 마음이에요. 저도 한때 그럴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지나갔거든요. 경험의 차이는 확실히 있는 느낌의 사람이에요. 웃음기의 차이도 있어요. 난 원래 웃음이 많고, 잘 참지 못해요. 웃음을 못 참는 장면이 메이킹으로 나가기도 했다. 정말 난관이었죠. 도재학, 이익준 두 사람이 정말 웃음 빌런이었어요. 조정석, 정문성 선배는 진짜 너무 웃겨요. 오히려 조정석 선배에게는 적응이 됐지만, 정문성 선배의 개그에는 맥을 못 추렸어요. 장겨울에게는 웃음 빌런이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 친구는 웃음코드가 안정원의 존재, 샌드위치 정도였으니까요.

Q. 장겨울 선생의 모습 중 배움을 얻은 지점이 있다면?

A.
겨울이 역할 설명을 보면 의국의 최고 권력자로 표현되어 있어요. 레지던트가 부족해 수많은 교수님들이 선택받길 기다리고, 겨울이의 말 한마디에 한숨을 내쉬죠. 정작 겨울이는 그 상황을 즐기거나, 개인적인 친분으로 잣대를 휘두르지 않아요. 절대로요. 그게 겨울이거든요. 직장에서 일을 하며 본인에게 발전이 될법한, 스스로 부족하다 생각한 수술실에 들어가죠. 멋지잖아요.

Q. 배우 신현빈의 팬들은 아쉽다고 표현할 정도로 외양을 꾸미기에는 제한된 설정이었다.

A.
안경을 벗으니 알아보지 못하더라고요. 정작 저는 내 얼굴이니 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어. 차이가 크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반응은 예상치 못해 재밌었어요. 안경을 계속 착용하는 인물이 잘 없지 않나요? 현실적인 디테일이라고 생각해요. 작품 전 안경을 착용한다는 것을 이미 알았고, 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역할에 부합한다는 생각에 고민 없이 임했습니다. 다만, 안경을 고르는 과정이 중요했어요. 안경마다 인상이 달라 보이거든요. 역할을 제일 잘 표현할 안경을 고민하는 것에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이에요.


Q. 안경뿐만 아니라, 의상도 수술복과 하얀 가운이 대부분이었지 않나.

A.
의사복도 마찬가지였어요. 꾸미지 못해 아쉬운 것 없었거든요. 오히려 꾸미지 않아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준비 시간도 짧게 소요됐어요. 그런 설정이 다 역할을 그리는 것에 도움이 됐어요. 지쳐있고, 바쁘고, 꾸밀 시간과 여유가 없는 사람이 장겨울이었잖아요. 단벌 옷이 아주 실용적인 것이죠. 신원호 감독님은 '스티븐 잡스'에 비유하시더라고요. 많이 꾸민 모습이 과연 겨울이와 어울릴까 생각해보면 답은 이미 나와있었던 거죠.

오히려 그렇게 의사들의 당직 생활을 표현하는 게 재밌었어요. 당직, 수술 등의 촬영이 있으면 샵을 가지 않았어요. 입술 화장을 피하기도 했어요. 원래 입술색이 짙은 편이라 톤 다운을 시키느라 고생했어요. 머리도 직접 묶었어요. 매회 대충 만진 머리를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보는 분들이 그럴싸하게 느끼셔서 참 다행이네요.

Q. 사람 사는 이야기를 그려내기 위한 감정 연기는 물론, 의학 전문 용어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A.
의학 전문 용어가 쉬웠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자연스럽게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처럼 툭치면 나와야 하니까 입에 붙도록 연습했어요. 보호자에게 장겨울이 그림을 그리며 아주 어려운 용어를 설명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수험생처럼 공부해 외워가며 연습했네요. 그림 연습도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네요.


Q.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특장점은 수많은 인간군상이었다. 배우로서 욕심나는 역할과, 시청자로서 공감 가는 역할을 꼽아달라.

A.
김해숙 선생님께서 연기하신 안정원(유연석)의 엄마 정로사 같은 인물을 언젠가 한 번은 연기해보고 싶어요. 아주 나중에 내공이 그만큼 쌓여 감사한 기회가 찾아온다면요. 친구들에게 쿨하고, 자식에게 서스름 없잖아요. 스트레스받는다고 흡연실을 찾더라고요. 정말 멋지고 입체적인 엄마잖아요. 애틋한 모성도 충분하고, 그렇다고 단순히 누군가의 엄마 역할로 치부하기에는 존재감이 워낙 뚜렷해요. 진짜 카리스마를 역할에 녹여낸 캐릭터죠. 보고 또 봤어요.

가장 공감되고 몰입해서 본 역할은 한 명을 꼽을 수 없어요. 너무 많았거든요. 한 인물의 감정선을 쫓기보다는 순간순간 몰입 지점이 달랐어요. 모두가 애착 가고 애정이 생겼어요. 한 회만 안 나와도 어디서 뭘 하고 있나 궁금하기도 했어요.

Q. 데뷔 10주년, 수식을 찾고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도 있다.

A.
맞아요 어느새 연기를 시작한 지 10주년이 됐어요. 강산이 변했다고 하지만, 정작 저는 별 생각이 없어요. 무던하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네요. 주변에서 이야기해줘서 알았을 뿐이에요. 시간에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거든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의미 부여하고 싶지 않고 '그냥 그렇게 흘러왔구나, 앞으로도 이렇게 나아가야지'라고 되뇌고 다짐할 뿐이죠.

저는 사실 연기가 아닌, 그림 이론을 전공했어요. 어느 순간 포기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생각보다 재능도 마음도 부족하더라고요. 공부를 더 이어가도 좋아하며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아하는 일에 도전해보는 게 후회하더라도 보람차겠다고 느꼈어요. 연기를 해보니, 좋아하는 마음은 변치 않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싫어하는 일들도 하게 됐어요. 계속해서 좋아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특히 요즘에 더욱 그래요.

iMBC연예 이호영 | 사진 최성현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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