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배역, 어떤 영화에서도 자신을 쏙 닮은 연기를 펼쳐내며 그만의 독특한 장르를 구축한 배우 송강호를 만났다. 영화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지만 만약 황금종려상을 받지 않았다면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거라는 봉준호 감독의 언급으로 송강호 연기에 대한 기대는 더 높았었다. 영화를 보고나면 한동안 잔디밭 뒤쪽에서의 송강호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데 그 단 한장면 만으로도 그가 왜 송강호인지를 입증하는 듯 했다.
Q. 봉준호 감독과는 어떻게 이 영화의 이야기를 시작했나?
A. 오래전에 이야기 했었다. 개인적으로 봉준호와 오래 작업하다 보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예요? 어떤 캐릭터예요?" 이런 걸 잘 안물어 보게 되더라. 일종의 '말 안해도 되는' 신뢰감이 그 동안 쌓여 있었다. 봉준호 감독도 저에게 굳이 설명을 안 하기도 한다.
Q. 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이런 큰 상을 받을거란 예감이 드시던가?
A. 수상까지는 모르겠고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들어가겠다는 느낌은 들었다. 너무 훌륭하고 좋아서 그런 기대가 생기더라. 제가 제작보고회때 거창하게 이 영화는 봉준호의 진화이자 20여년 한국 영화의 진화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리얼리즘이라는 세계는 너무 광범위한 개념이지만 꾸준하게 봉준호가 추구해온 리얼리즘 세계가 '기생충'으로 정점을 찍었다 생각된다. 장르의 혼합된 변주도 한 몫했지만 봉준호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통찰력이나 사회에 대한 비전, 미학적인 완성이 놀라웠다. 시나리오를 봐도 그렇고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도 놀라웠다.
그런데 한국 영화가 사실 아카데미나 칸 등의 영화제에 내기 위해 만드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세계 영화인들에게 한국 영화를 보여주고 한국 영화의우수한 퀄리티를 보여 준다는 게 문화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크기 때문에 의미는 크지 않겠나. 상을 받을 거라는 예측은 전혀 못했다. 아무리 평점이 높아도 심사 위원들이 정하는 것이라서 결과는 평점과 늘 달랐다. 정말 상 받을 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연락을 기다렸고, 시상식 참여하라고 했다는 연락을 받고는 조금 안도 했다. 뭐가 될진 모르겠지만 뭐라도 하나 준다는 거니까. 세계적인 거장들이 다들 오전에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갔는데 우리는 남아 있으라고 하니 안심은 되더라.
Q. 남우주연상 후보 중에서 유력했다는 이야기 듣고 아쉽지 않으셨나?
A. 봉감독이 나중에 와서 그 이야기를 해 주더라. 규정상 상을 2개 줄 수 없었다면서 저를 거론했단느데 남우주연상 보다 황금종려가 백배 천배 더 중요한 것 아니겠나. 황금종려상 안에 모든 게 다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칸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한국 관객들과 반응에서 어떤 차이가 있던가?
A. 외국 관객들은 후반부까지 유쾌하게 보고 한국관객들은 초반에 유쾌하게 보다하 후반에 슬프게 보더라. 둘 다 좋은 반응인것 같다. 영화가 이야기 하는 건 슬픔이라는 한가지 감정이 아니었다.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기를 원했다. 우리의 자화상 같은 느낌도 있고, 영화 자체가 우리 거울 같은 느낌도 있고 유쾌함부터 슬픔까지 다양하게 느꼈다면 좋겠다. 처음에는 사회 드라마 처럼 유머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스릴러와 공포, 휴먼까지 두루 펼쳐진다. 한 영화에서 이런 걸 다 보여주는게 쉽지 않을텐데 그게 다 들어 있으니까 놀랍더라. 봉준호가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 많이 다른 영화다. 대사와 자막 간에 약간의 뉘앙스나 느낌은 다를 수 있으나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작품의 느낌은 충분히 통했다고 본다. 칸에서 객관적인 관점으로 영화를 봤는데 세계적으로 통할 내용이더라.
Q. 포토월에서 대한민국 배우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남기셨다.
A. 연극까지 합치면 제가 연기를 한지 30년이 되는 해인데 30년 동안 배우 생활을 하면서 배우들이 겪는 고통과 희노애락을 같이 겪다보니 순간적으로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원래 그 자리는 제가 뭘 말하는 자리가 아닌데 봉준호의 배려에 감사했다. 우리 모두에게 하는 감사의 표현인데 제가 대표로서 이야기 했을 뿐이다.
Q. 봉준호 감독과 또 작업을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
A. 기꺼이, 당연히 함께 할거다. 워낙 세계적인 감독이 되셔서 다음 영화는 미국 영화로 이미 예정이 되어 있으시고, 한국영화를 할 떄가 언제일지는 모르겠는데 봉감독이 저를 필요로 해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봉준호 하면 정말 거장이고 정말 최고의 예술가이다보니 현장에서 집요하고 숨막힐 정도로 예민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 하시는데 봉준호는 너무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고 배려심이 많다. 이번 작품에서만 그런게 아니라 예전부터 그랬다. 그런데 한 가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달랐던 건 참 여유가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정말 거장다운 여유라고 느꼈던 게, 이번 작품을 할 때 표준계약시스템이 정학되면서 감독 입장에서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기간과 예산 안에서 작품을 찍을 수가 없고 그래서 촉박하고 쫒기게 되어 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굉장한 여유가 있더라. 환경에 대한 여유도 있겠지만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도 느꼈다. 거장 답게 참 여유롭고 자신있게 작품을 하는 것 같다.
Q. 기택을 생각하면 여러가지로 궁금하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처지에서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참으로 시의적절하구나"는 웃음도 주지만 동시에 참 많은 질문도 던져주더라.
A. 자조적인 인물이다. 사회 구조나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자조적으로 되어 버린 인물이라 생각한다. 어찌보면 무기력해 보일 수도 있지만 원래부터 그랬던 사람은 아니다. 대사에도 나오지만 정말 많은 풍파를 겪었던 인물 아닌가. 초반에 있던 특이한 대사들은 약간 관객들에게 관망한다는 느낌의 장치로 쓴 것 같다. 봉감독과 따로 이야기 하지는 않았는데 약간 만화적인 느낌으로 관망할 수 있도록 만드는 대사였다.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반지하로 끌고 들어오게 만드는 장치 같았다.
Q. 기택은 왜 그런 행동을 한 건가? 복수인가?
A. 분노나 응징, 복수, 원한의 감정은 아니었다. 그냥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고 기택의 자존감의 붕괴가 주는 행동이라 생각했다. 기택도 순간적으로 발생한 현장을 보고 놀라고 후회도 한다. 계획된 대립적인 악의 감정은 아니고 기우와 함께 기택도 멘탈이 붕괴되어 있던 상황 같았다. 어쩌다보니 가족들이 다 그 집에 들어가게 되었고 전원 백수를 탈출하게 된 걸 좋아하긴 하지만 과연 그게 범죄자들 같은 마음으로 좋아했던 건 아니라고 본다. 좋아하는 것도 가족들에게 스스로 합리화 시키는 과정이었다 생각된다. 반지하 냄새라는 것에 대한 고통도 있었겠고, 번뇌하고 힘들어 하는 건 처음부터 있었다.
Q. 표정 하나만으로도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랬다. 연기 경력 30년이신데 나름의 비결이 있으신가?
A. 비결이 뭐 있겠나. 그냥 연습을 많이 한다. 예전에는 감독이나 배우도 많은 실험을 통해서 장면을 건져내기도 했고, 그래서 시간도 오래 걸리는 비합리적인 시스템이 많아고 그것 때문에 촬영 시간이 길었었다. 그런데 요즘은 현장에서 진행이 빠르기 떼문에 연습을 안하거나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안된다. 감독님부터 스탭, 배우가 다 스탠바이 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진정한 프로패셔널의 작업 속도로 가야 하고, 그래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Q. 배우님도 작품이 끝나고 나면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고 그런신가?
A. 우열의 문제가 절대로 아니라 연기 스타일의 차이라고 보는데, 배우마다 맞는 캐릭터 몰입 방법이 있을 것이다. 저는 캐릭터에 빠져드는 스타일이 아니라 캐릭터를 끌고 오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작품이 끝나도 헤어나지 못하는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성의 하거나 애정이 없는 건 아니고 단지 스타일의 차이다.
Q. 이번에 기택을 연기하면서 특별히 준비하셨던 건 무엇인가?
A. 특별히 대사나 어떤 행동을 준비했다기 보다는 장르의 변주 속에서 상황, 환경이 바뀐데 적응해 나가는 연체동물 같은 김기택의 모습을 해석하는 과정이 중요한 영화였다. 대사의 느낌들을 연습도 해야 했는데 '기생충'의 경우 해석이 정말 중요했다.
Q. 작품이 잘 되서 좋으시겠지만 이번 작품 때문에 더욱 다음 작품 행보에 부담이 되기도 하겠다.
A. 저는 운이 좋아서 데뷔때 부터 훌륭한 감독과 작업을 유독 많이 한 배우 중 한명이다. 제 능력보다는 주변 분들과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제가 매번 꼭 흥행에 신경 썼다면 지금의 성과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늘 새로운 소재, 새로운 관점, 새로운 비전을 끊임 없이 추구해 왔는데 어떤 때는 관객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성공하기도 했다. 저는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저의 이런 선택들이 관객의 신뢰를 받은 것 같고 앞으로도 그런쪽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Q. 봉준호 감독과는 어떻게 이 영화의 이야기를 시작했나?
A. 오래전에 이야기 했었다. 개인적으로 봉준호와 오래 작업하다 보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예요? 어떤 캐릭터예요?" 이런 걸 잘 안물어 보게 되더라. 일종의 '말 안해도 되는' 신뢰감이 그 동안 쌓여 있었다. 봉준호 감독도 저에게 굳이 설명을 안 하기도 한다.
Q. 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이런 큰 상을 받을거란 예감이 드시던가?
A. 수상까지는 모르겠고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들어가겠다는 느낌은 들었다. 너무 훌륭하고 좋아서 그런 기대가 생기더라. 제가 제작보고회때 거창하게 이 영화는 봉준호의 진화이자 20여년 한국 영화의 진화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리얼리즘이라는 세계는 너무 광범위한 개념이지만 꾸준하게 봉준호가 추구해온 리얼리즘 세계가 '기생충'으로 정점을 찍었다 생각된다. 장르의 혼합된 변주도 한 몫했지만 봉준호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통찰력이나 사회에 대한 비전, 미학적인 완성이 놀라웠다. 시나리오를 봐도 그렇고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도 놀라웠다.
그런데 한국 영화가 사실 아카데미나 칸 등의 영화제에 내기 위해 만드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세계 영화인들에게 한국 영화를 보여주고 한국 영화의우수한 퀄리티를 보여 준다는 게 문화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크기 때문에 의미는 크지 않겠나. 상을 받을 거라는 예측은 전혀 못했다. 아무리 평점이 높아도 심사 위원들이 정하는 것이라서 결과는 평점과 늘 달랐다. 정말 상 받을 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연락을 기다렸고, 시상식 참여하라고 했다는 연락을 받고는 조금 안도 했다. 뭐가 될진 모르겠지만 뭐라도 하나 준다는 거니까. 세계적인 거장들이 다들 오전에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갔는데 우리는 남아 있으라고 하니 안심은 되더라.
Q. 남우주연상 후보 중에서 유력했다는 이야기 듣고 아쉽지 않으셨나?
A. 봉감독이 나중에 와서 그 이야기를 해 주더라. 규정상 상을 2개 줄 수 없었다면서 저를 거론했단느데 남우주연상 보다 황금종려가 백배 천배 더 중요한 것 아니겠나. 황금종려상 안에 모든 게 다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칸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한국 관객들과 반응에서 어떤 차이가 있던가?
A. 외국 관객들은 후반부까지 유쾌하게 보고 한국관객들은 초반에 유쾌하게 보다하 후반에 슬프게 보더라. 둘 다 좋은 반응인것 같다. 영화가 이야기 하는 건 슬픔이라는 한가지 감정이 아니었다.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기를 원했다. 우리의 자화상 같은 느낌도 있고, 영화 자체가 우리 거울 같은 느낌도 있고 유쾌함부터 슬픔까지 다양하게 느꼈다면 좋겠다. 처음에는 사회 드라마 처럼 유머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스릴러와 공포, 휴먼까지 두루 펼쳐진다. 한 영화에서 이런 걸 다 보여주는게 쉽지 않을텐데 그게 다 들어 있으니까 놀랍더라. 봉준호가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 많이 다른 영화다. 대사와 자막 간에 약간의 뉘앙스나 느낌은 다를 수 있으나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작품의 느낌은 충분히 통했다고 본다. 칸에서 객관적인 관점으로 영화를 봤는데 세계적으로 통할 내용이더라.
Q. 포토월에서 대한민국 배우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남기셨다.
A. 연극까지 합치면 제가 연기를 한지 30년이 되는 해인데 30년 동안 배우 생활을 하면서 배우들이 겪는 고통과 희노애락을 같이 겪다보니 순간적으로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원래 그 자리는 제가 뭘 말하는 자리가 아닌데 봉준호의 배려에 감사했다. 우리 모두에게 하는 감사의 표현인데 제가 대표로서 이야기 했을 뿐이다.
Q. 봉준호 감독과 또 작업을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
A. 기꺼이, 당연히 함께 할거다. 워낙 세계적인 감독이 되셔서 다음 영화는 미국 영화로 이미 예정이 되어 있으시고, 한국영화를 할 떄가 언제일지는 모르겠는데 봉감독이 저를 필요로 해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봉준호 하면 정말 거장이고 정말 최고의 예술가이다보니 현장에서 집요하고 숨막힐 정도로 예민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 하시는데 봉준호는 너무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고 배려심이 많다. 이번 작품에서만 그런게 아니라 예전부터 그랬다. 그런데 한 가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달랐던 건 참 여유가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정말 거장다운 여유라고 느꼈던 게, 이번 작품을 할 때 표준계약시스템이 정학되면서 감독 입장에서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기간과 예산 안에서 작품을 찍을 수가 없고 그래서 촉박하고 쫒기게 되어 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굉장한 여유가 있더라. 환경에 대한 여유도 있겠지만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도 느꼈다. 거장 답게 참 여유롭고 자신있게 작품을 하는 것 같다.
Q. 기택을 생각하면 여러가지로 궁금하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처지에서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참으로 시의적절하구나"는 웃음도 주지만 동시에 참 많은 질문도 던져주더라.
A. 자조적인 인물이다. 사회 구조나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자조적으로 되어 버린 인물이라 생각한다. 어찌보면 무기력해 보일 수도 있지만 원래부터 그랬던 사람은 아니다. 대사에도 나오지만 정말 많은 풍파를 겪었던 인물 아닌가. 초반에 있던 특이한 대사들은 약간 관객들에게 관망한다는 느낌의 장치로 쓴 것 같다. 봉감독과 따로 이야기 하지는 않았는데 약간 만화적인 느낌으로 관망할 수 있도록 만드는 대사였다.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반지하로 끌고 들어오게 만드는 장치 같았다.
Q. 기택은 왜 그런 행동을 한 건가? 복수인가?
A. 분노나 응징, 복수, 원한의 감정은 아니었다. 그냥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고 기택의 자존감의 붕괴가 주는 행동이라 생각했다. 기택도 순간적으로 발생한 현장을 보고 놀라고 후회도 한다. 계획된 대립적인 악의 감정은 아니고 기우와 함께 기택도 멘탈이 붕괴되어 있던 상황 같았다. 어쩌다보니 가족들이 다 그 집에 들어가게 되었고 전원 백수를 탈출하게 된 걸 좋아하긴 하지만 과연 그게 범죄자들 같은 마음으로 좋아했던 건 아니라고 본다. 좋아하는 것도 가족들에게 스스로 합리화 시키는 과정이었다 생각된다. 반지하 냄새라는 것에 대한 고통도 있었겠고, 번뇌하고 힘들어 하는 건 처음부터 있었다.
Q. 표정 하나만으로도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랬다. 연기 경력 30년이신데 나름의 비결이 있으신가?
A. 비결이 뭐 있겠나. 그냥 연습을 많이 한다. 예전에는 감독이나 배우도 많은 실험을 통해서 장면을 건져내기도 했고, 그래서 시간도 오래 걸리는 비합리적인 시스템이 많아고 그것 때문에 촬영 시간이 길었었다. 그런데 요즘은 현장에서 진행이 빠르기 떼문에 연습을 안하거나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안된다. 감독님부터 스탭, 배우가 다 스탠바이 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진정한 프로패셔널의 작업 속도로 가야 하고, 그래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Q. 배우님도 작품이 끝나고 나면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고 그런신가?
A. 우열의 문제가 절대로 아니라 연기 스타일의 차이라고 보는데, 배우마다 맞는 캐릭터 몰입 방법이 있을 것이다. 저는 캐릭터에 빠져드는 스타일이 아니라 캐릭터를 끌고 오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작품이 끝나도 헤어나지 못하는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성의 하거나 애정이 없는 건 아니고 단지 스타일의 차이다.
Q. 이번에 기택을 연기하면서 특별히 준비하셨던 건 무엇인가?
A. 특별히 대사나 어떤 행동을 준비했다기 보다는 장르의 변주 속에서 상황, 환경이 바뀐데 적응해 나가는 연체동물 같은 김기택의 모습을 해석하는 과정이 중요한 영화였다. 대사의 느낌들을 연습도 해야 했는데 '기생충'의 경우 해석이 정말 중요했다.
Q. 작품이 잘 되서 좋으시겠지만 이번 작품 때문에 더욱 다음 작품 행보에 부담이 되기도 하겠다.
A. 저는 운이 좋아서 데뷔때 부터 훌륭한 감독과 작업을 유독 많이 한 배우 중 한명이다. 제 능력보다는 주변 분들과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제가 매번 꼭 흥행에 신경 썼다면 지금의 성과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늘 새로운 소재, 새로운 관점, 새로운 비전을 끊임 없이 추구해 왔는데 어떤 때는 관객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성공하기도 했다. 저는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저의 이런 선택들이 관객의 신뢰를 받은 것 같고 앞으로도 그런쪽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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