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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드라마 흥행 키워드 5





SBS <찬란한 유산>이 7월 26일 2009년 드라마 최고 시청률(47.1%)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찬란한 유산>을 비롯해 <선덕여왕> <에덴의 동쪽> <내조의 여왕> <꽃보다 남자> <아내의 유혹> 등 2009년 상반기 숱한 화제를 뿌리며 시청률 30%를 넘긴 인기 드라마들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김지현 기자 | 사진제공 SBS, MBC, TVIAN 




찬란한 조연

그동안 드라마에서 악역들은 대중목욕탕이나 식당에서 시청자들에게 욕설을 들을 정도로 미움받았지만 올 상반기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보다 사랑받은 악역들이 많다. <찬란한 유산>의 백성희(김미숙 분)는 계모이지만 전형적인 팥쥐 엄마 캐릭터가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설득력 있는 악역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중견 연기자인 김미숙의 이미지 변신과 능숙한 연기가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은성(한효주 분)의 라이벌인 승미(문채원 분) 역시 어머니의 압박과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속내를 드러냈다. <선덕여왕> 역시 ‘미실의 드라마’라고 불릴 정도로 미실 캐릭터와 그를 연기하는 고현정의 카리스마가 압도적인 드라마다.

<아내의 유혹>의 절대강자 신애리(김서형 분)나 <에덴의 동쪽>의 악한 신태환(조민기 분)은 조금 다른 종류의 악역이다. 치밀한 내면 묘사로 설득력을 얻기보다는 주인공의 고난을 한층 심화시키는 뚜렷한 성격과 일관성 있는 행동으로 수많은 패러디물을 낳을 정도로 압도적인 인기를 얻었다.

악역뿐 아니라 <꽃보다 남자>의 윤지후(김현중 분)나 <찬란한 유산>의 박준세(배수빈 분) 역시 남자 주인공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다. 남자 주인공과 비교되는 ‘나쁜 남자’ 캐릭터였던 <내조의 여왕>의 최철호(한준혁 분)가 코믹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주목받으며 배우의 인기까지 끌어올린 점도 기억할 만하다.








꽃보다 신인

신인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 드라마는 아무래도 <꽃보다 남자>다. 이민호와 김현중, 김범과 김준은 말 그대로 F4가 되어 1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의 여성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드라마 이후 각종 CF와 예능 프로그램 출연, 차기작까지 순조로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 외의 드라마들 역시 신인이 아니더라도 톱스타보다는 비교적 인지도가 낮았던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력이나 고유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찬란한 유산>의 이승기나 한효주, 문채원, 배수빈은 네 명의 주요 인물이 모두 톱스타가 아닌데도 높은 시청률을 끌어냈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선덕여왕>의 아역 남지현과 신세경, 이현우와 10화랑의 알천랑을 연기한 이승효나 대남보 류상욱 등 역시 아직 출발점에 선 배우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여자들이 세졌다

캔디형과 청순가련형 오직 두 가지로 나뉘던 여성 캐릭터들도 보다 풍부해지고 다양해졌다. <선덕여왕>의 미실, 덕만(이요원 분), 천명(박예진 분)이 각각 다른 개성의 여성 지도자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아내의 유혹> 역시 찌질하고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남자 캐릭터들에 비해 극단적으로 자기 욕망에 충실하거나 목표 달성을 위해 돌진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극 전체를 이끌고 갔다고 할 수 있다. 민 여사(정애리 분)와 같은 여성 CEO 역시 그동안 흔히 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다. <내조의 여왕> 역시 기존 로맨틱 코미디물의 공식을 어느 정도 따르고는 있지만 결혼한 여성의 성장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찬란한 유산>이 사랑받은 이유가 일일연속극 분량을 압축한 듯한 빠른 극 전개에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빠르고 다이내믹한 극 전개 방식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 회에서 한 사건의 발단과 결말이 동시에 다 드러나고 새로운 사건이 암시되면서, 다음 회를 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게 하는 드라마들이 많았다. 중간에 몇 회분을 건너뛰어도 그동안의 내용을 추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측이 불가능하고 큰 사건 줄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건이 한 회에 적어도 한 번씩은 터져서 ‘닥본사’하도록 만드는 것이 높은 시청률의 주원인이었던 듯하다. 주부 시청자들이 빨리빨리 사건이 진행되어 속이 시원하다고 얘기하곤 했던 <아내의 유혹>은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드라마다. <선덕여왕> 역시 인물의 세밀한 감정선보다는 밀고 당기는 정치 싸움을 다양한 사건의 빠른 전개로 보여주고 있다. <에덴의 동쪽>은 인물들의 출생의 비밀부터 인생사를 다룬 대서사시의 면모를 보이며 빠른 전개로 채널을 고정시켰다.








비밀을 밝혀라

<에덴의 동쪽>의 중요한 모티브였던 ‘출생의 비밀’은 역시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답게 <아내의 유혹>에도 들어 있고, 비범한 영웅의 일생을 그려야 하는 <선덕여왕>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그러나 <찬란한 유산>이나 <선덕여왕> 등 상반기 흥행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에 그치지 않고 인물의 정체나 행방, 주인공의 불행의 원인 등을 적절히 숨겨두면서 미스터리 구조를 차용해 비밀이 밝혀지는 방법과 순간을 고대하게 함으로써 시청자들을 안달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미 흥행한 드라마의 공통점은 있을 수 있지만, 그 공통점을 공식으로 만들어 새로운 드라마에 모조리 적용시킨다고 해서 좋은 드라마 혹은 흥행 드라마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스토리가 탄탄하고 캐릭터가 매력적인 좋은 드라마라고 할 수도 없다. 욕하면서도 궁금해하고 기어이 보면서도 혀를 차게 하는 드라마들도 있다. 2009년 하반기, <혼> <스타일> <아가씨를 부탁해> 등 벌써 화제를 몰고 다니는 새 드라마 라인업이 어느 정도 밝혀졌다. 앞으로 보게 될 드라마들이 흥행 공식이나 자극적인 소재, 꽃미남 배우에 의존해 시청률을 높이려고 할 것이 아니라 ‘좋은 드라마’라서 진정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드라마들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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