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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특집①] 강철부터 오태석까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선정한 '가을 도서' 추천목록


책을 읽다 무심코 발견한 '한 문장' 때문에 책장을 더 넘기지 못할 때가 있다.

그 문장은 대체로 지금 내가 처한 모호한 상황이나 심정을 아주 절묘하고 명확하게 표현해낸 문장이다. 그런 문장은 고요했던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기도 하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행동들을 내 안에서 이끌어내기도 한다. 우리가 여전히 문자에 강한 힘이 있다고 믿는 데에는 아마도 바로 이런 마법같은 체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리라.

이런 '문자 매직'은 영상 매체인 TV드라마에서도 종종 등장인물의 행동변화를 위한 수단으로 유용하게 활용된다.

주인공은 짝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자 할 때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책을 상대에게 선물한다. 또는 절망해 있는 누군가에게 한권의 책을 선물함으로써 그에게 용기를 북돋기도 한다. 이때 책 속에서 발견한 한 줄의 문장은 전달받는 인물 뿐 아니라 그 드라마에 푹 빠져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렇게 드라마 속에서 한 줄의 문장, 한 장의 페이지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책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해당 드라마 속 주인공들에게서 올 가을 읽으면 좋을 책을 추천받아봤다.


1. <스포트라이트>(2008) - 손예진, 지진희 주연


방송사 사회부 기자 초년생 서우진(손예진)이 고군분투 끝에 진정한 기자로 성장해가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 <스포트라이트>.

2008년 6월 12일 방송된 <스포트라이트> 10회에서는 뇌물수수 혐의에 휘말릴 뻔했던 서우진이 극적으로 오해를 해소하며 뇌물수수 기자라는 오명을 벗게 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서우진은 이 사건을 통해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회의에 빠지게 됐고, 트라우마로 인해 방송사로 돌아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 사회부 캡이자 상사인 오태석(지진희)은 서우진을 직접 만나 "그럴 때마다 내가 읽고 또 읽었던 책이다."라며 책 한 권을 건네준다. 집으로 돌아와 책을 펼쳐 읽던 서우진은 책 속에서 오태석이 그어놓은 듯한 붉은 밑줄의 다음 문장을 발견하고 용기를 얻게 된다.

"믿고 첫걸음을 내딛어라.
계단의 처음과 끝을 다 보려고 하지 마라.
그냥 발을 내딛어라."

-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박사(1929~1968년)


오태석이 서우진에게 준 책은 바로 『시크릿(the secret)』이다. 『시크릿』은 호주 출신 전직 TV 프로듀서인 '론다 번'이 수세기 동안 성공한 사람들만이 알고 있던 '부와 성공'의 비밀을 정리해 놓은 책으로, 이 비밀을 이용하면 누구나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주장으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오태석(10년차 사회부 기자, 30대)의 추천사
"사회부 기자 초년시절부터 제가 읽고 또 읽었던 멘토같은 책입니다. 만일 직업적 회의에 빠져있거나 퇴사를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되실겁니다."


2. <남자가 사랑할 때>(2013) - 송승헌, 신세경 주연


채무 관계로 만난 가난한 서점 주인의 딸 서미도(신세경)와 건달 한태상(송승헌)이 우연한 기회에 연인이 되면서 진정한 사랑을 키워내기까지 한 남자의 진심어린 헌신과 희생의 과정을 그린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2013년 4월 24일 방송된 <남자가 사랑할 때> 7회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버지의 서점 '서씨 글방'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 미도와 태상이 서로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이 방송됐다.


이 장면에서 태상은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미도에게 나긋한 목소리를 책을 읽어주었고, 다음의 문장을 읽고 난 후 태상은 미도의 입술에 키스를 한다.

"무주에서 보내던 그해 겨울이 기억나. 얼마나 추웠는지 몰라.
그 때 달달달 떨면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내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것은
누군가 내게 말을 거는 일이었어. 그게 누구든, 나는 연결되고 싶었어.
우주가 무한하든 그렇지 안든 그런건 뭐래도 상관없어.
다만 내게 말을 걸고 또 내가 누구인지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우주에 한 명 정도는 더 있었으면 좋겠어.
"

-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작가의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변인의 시선으로 겪은 주인공이 우연치 않게 방북 학생 예비대표 자격으로 독일에 가게 되면서 그곳에서 근현대사의 주변을 살아온 인물들과 만나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을 밀도 높고 우아한 문장을 구사하는 저자 특유의 유려한 문장력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 한태상(대부업체 대표, 30대)의 추천사
"김연수 작가의 소설은 문장이 정말 기가 막혀요. 목소리가 좋으신 분이라면 꼭 사랑하는 분께 낭독해 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호감지수를 상승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3. <하늘재 살인사건>(2013) - 문소리, 서강준 주연


전쟁통에 가족을 잃고 전쟁고아가 된 윤하(서강준)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정분(문소리)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곁에 머물기 위해 그녀의 딸(이세영)과 결혼까지 감행하지만 끝내 죽음으로 사랑을 완성시킨다는 내용의 MBC 단막극 드라마 <하늘재 살인사건>.

2013년 12월 5일 MBC 드라마 페스티벌의 아홉번째 작품으로 방송된 이 드라마에서 정분은 딸의 학교 선배로 자신의 주변을 멤도는 윤하로부터 한 권의 책을 전해받는다.


책을 읽던 정분은 책 속에서 우연히 붉은 밑줄이 그어진 다음의 문장을 읽고 비로소 자신을 향한 윤하의 진심을 깨닫게 된다.

"나는 이미 단순한 어린 소년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남자였다.
나는 그날부터 나의 열정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그날부터 나의 고통도 시작되었다고 덧붙여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어린 시절 자신이 짝사랑했던 연상의 첫사랑과 그 첫사랑이 사랑했던 자신의 아버지의 엇갈린 사랑의 이야기를 그린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은 가난 때문에 못생긴 어머니에게 장가든 잘생긴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사랑한 자신의 첫사랑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아름다운 첫사랑에 대한 밀도 높은 묘사와 미학적 문장으로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소설이다.

★ 정윤하(학생, 성숙한 10대)의 추천사
"연상의 여인을 깊이 짝사랑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나, 가슴아픈 첫사랑을 해보신 분이라면 아마 깊은 공감을 하시게 될겁니다."


4. 〈W(더블유)〉(2016) - 이종석, 한효주 주연


웹툰작가 아버지를 둔 현실세계 여의사 오연주(한효주)가 우연히 아버지가 그린 웹툰 세계로 소환되면서 웹툰의 주인공 강철(이종석)과 연인이 되어 웹툰의 스토리를 전개하게 된다는 내용의 드라마 〈W(더블유)〉.

2016년 8월 10일 방송된 〈W(더블유)〉 7회에서는 한강에서 자살을 기도한 강철을 오연주가 웹툰을 그려 살리게 되고, 강철은 그 대가로 웹툰세계의 감옥에 갇힌 오연주를 결혼이라는 기지를 발휘해 출소하게 만든다. 그리고 강철은 자신을 살린 오연주에게 목숨값으로 일상의 소박한 로맨스를 선사하게 되는데.


이때 강철이 로맨스를 공부한 책은 다름 아닌 일러스트레이터 퍼엉의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전2권).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는 소소한 일상에서 여자들이 느끼는 사랑을 테마로 그려진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일러스트와 한 두 줄의 짧은 문장이 담긴 그림책이다. 네이버 플랫폼인 그라폴리오를 통해 연재되며 화제가 됐고, 해외에서의 반응 또한 뜨겁다.

★ 강철(웹툰 주인공, 30대)의 추천사
"제가 최근에 가장 열심히 공부한 책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연애를 배울 수 있어서 실용적이더라고요. 텍스트가 별로 없다는 게 마음에 드는데, 이건 제가 공대생이라서가 절대 아닙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힘차게 외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이다. 하지만 올 초 야심차게 계획했던 일들 중 아직 시작도 못한 일이나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한 일들도 있다. 그 일들을 올해가 가기 전에 마무리하고자한다면 아마도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것. 이런 도전을 위해 '문자 매직'을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 줄의 문장이 당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기적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니까.






iMBC연예 취재팀 | 화면캡쳐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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