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토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던 “부탁해요~”라는 한마디, 그리고 닫힌 문에 머리를 대고 손바닥으로 강하게 내려치던 남성미 넘치던 광고. 이 두 가지는 십수 년이 지난 지금에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40여 년 가까운 연기 인생을 펼치며 연예인 2세의 대표주자로 달려온 배우 이덕화. 늘 강한 인상을 남기던 그가 SBS 창사 20주년 대하드라마 <자이언트>로 돌아왔다.
이덕화는 선 굵고 강인하면서도 인간적인 따뜻함이 감도는 독특한 개성을 가졌던 영화배우 고(故) 이예춘의 아들이다. 내년이면 예순을 맞이하는 이덕화는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 1973년 TBC 공채 13기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전속 탤런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1975년 첫 영화 <빨간 구두>를 찍은 그는 1976년 첫 번째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당시 그가 한 해 동안 찍은 영화는 춘향으로 선발되어 주목받은 장미희와 함께 찍은 영화 <성춘향전>을 비롯해 당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로 소녀시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임예진과 함께 찍은 <진짜 진짜 시리즈> 등 9편이 넘었다. 방송까지 합친다면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하지만 1977년 4월 7일 그는 배우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대 사고를 맞이했다. 중구 장충동 타워호텔 앞길에서 350cc 오토바이를 타고 한남동 쪽으로 가던 중 버스를 앞지르려다 버스 앞범퍼에 부딪혀 전치 4주의 중상을 입었다.
그저 목숨을 잃지 않은 것이 천운이라고 불렸던 큰 사고. 하지만 긴 병상생활을 이겨내고 1978년 7월 TBC 주말연속극 <그리워>를 통해 연기자로 복귀한다. 그리고 KBS에서만 활동하던 그는 1981년 아침드라마 <포옹>으로 MBC에서 첫 드라마를 시작, 1982년에는 드라마 <서궁마마>의 광해군으로 데뷔 10년 만에 왕 역을 맡기도 했다. 이즈음 그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를 정리해 본다. (참고로 수많은 자료들을 모아 정확히 밝혀진 공식 자료들만 취합해 봤다.)
먼저 드라마는 <미련> <못잊어>(1982) <아버지와 아들> <당신의 초상>(1983) <사랑과 진실>(1984) <남자의 계절>(1985) <사랑과 야망>(1987) <인현왕후>(1988) <철새> <행복한 여자>(1989) <사랑의 종말>(1990) <춘사 나운규> <은하수를 아시나요?>(1991) <모래 위의 욕망>(1992) <한명회>(1994) <이웃집 여자>(1997) <사랑해 사랑해> <홍길동>(1998) <파도>(1999)
영화는 <빨간 구두>(1975) <성난 능금> <파란 낙엽> <진짜 진짜 잊지마> <청춘을 이야기합시다> <7인의 말괄량이> <성춘향전> <푸른 교실> <진짜 진짜 미안해> <이런 마음 처음이야>(1976) <너는 달 나는 해> <이 다음에 우리는> <첫눈이 내릴 때>(1977), <맨발의 청춘 77> <우리는 밤차를 탔읍니다> <내일 또 내일> <밤이면 내리는 비>(1979) <두 아들 2>(1981) <대학 얄개>(1982) <동반자>(1984) <거리의 악사>(1987) <접시꽃 당신> <사랑의 낙서>(1988) <추억의 이름으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불의 나라>(1989) <나는 날마다 일어선다> <물 위를 걷는 여자>(1990) <개벽>(1991) <휴일을 찾는 사람들>(1992) <살어리랏다>(1993)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1995) <큐>(1997) <라디오 스타>(2006) <꾼>(2009) 등이 주요 출연작으로 꼽힌다.
배우로서뿐 아니라 다양한 재능을 가진 그는 1978년부터 1979년까지 TBC 라디오 <이덕화 임예진 쇼>를, 1982년부터 1984년까지 MBC 라디오 <여성시대>를 진행했다. 또, 1983년과 1985년에는
그리고 <킨 사이다> <보루네오 가구> <인사돌> 등의 광고에 출연한 그는 <트라이>와 <하이모> 광고를 통해 이덕화라는 인물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기도 했다. 이렇듯 만능 엔터테이너의 면모를 보여준 그는 상복도 많은 편에 속한다. 먼저 제 21, 23, 2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인기상을 수상했으며, 24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남자 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제 27, 30, 31회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87년에는 <사랑과 야망>으로 MBC 연기대상 대상, 1994년에는 <한명회>로 KBS 연기대상 대상을 차지했으며, 2005년에는 MBC 연기대상 연기자 부문 특별상을, 2007년에는 KBS 연기대상 남자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제18회 모스크바 영화제에서는 영화 <살어리랏다>를 통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말 그는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왼쪽 다리를 13시간의 대수술을 통해 치료했다. 그리고 2010년 <자이언트>와 <전우>라는 두 작품을 준비하며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우>는 1975년 방영되었던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9명의 부대원들이 겪는 전쟁의 참상을 담고 있으며 <자이언트>는 1970년대 강남 개발을 소재로 한 시대극으로 이덕화는 중앙정보부의 비호를 받으며 성공했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만보건설의 황태섭으로 출연하고 있다.
이덕화는 선 굵고 강인하면서도 인간적인 따뜻함이 감도는 개성을 가진 아버지를 쏙 빼닮은 듯하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이덕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연기를 보고 자란 그처럼 현재 그의 딸인 이지현도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따라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40여 년의 세월 동안 걸어온 연기의 길, 물론 그 길에서 벗어난 적도 있지만 그의 모습은 언제나 영화를 사랑하고 연기에 배고픈 배우의 모습이었다. 연륜이 묻어나는 진국 같은 연기. 배우 이덕화의 매력은 바로 그가 뿜어내는 진국 같은 연기의 향내 때문이리라. 최근 시작한 <자이언트>와 방송을 앞두고 있는 <전우>를 통해 그 향내가 그대로 전해지길 바란다.
iMBC연예 엄호식 기자 | 사진 Tvian DB, 사진제공 SBS,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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