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미드와 영화 속에서 주인공인 싱글 여성의 주변에는 괜찮은 게이 이성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게이 이성친구는 애인이 필요한 순간에는 주변 여성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쇼핑을 할 때는 여자들 뺨치는 쇼핑 감각과 브랜드 정보로 더할 나위 없는 조언자가 되어주는데다 무거운 쇼핑백을 대신 들어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근사한 친구가 없다. 그뿐이랴? 이 게이 이성친구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너를 좋아해 왔다는 생뚱맞은 고백으로 견고한 성을 쌓아놓고 그 안에 웅크리기를 좋아하는 싱글 여성들을 난감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다만, 이 게이 이성친구의 취향이 나와 똑같다면 한 남자를 두고 경쟁을 펼쳐야 할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질 수 있을 뿐이다.
마음 통하는 게이 이성친구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국내에도 큰 인기를 끌었던 HBO의 인기 종영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와 스탠포드 조합이다. 캐리의 톡톡 튀는 패션에 아낌없는 칭찬을 퍼붓고, 근사한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간 거냐는 푸념도 같이 늘어놓았던 스탠포드는 싱글 여성들의 로망인 ‘근사한 외모’는 아니지만,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찰떡궁합과 번번이 연애에 실패하는 안쓰러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어떤 면에서 스탠포드는 마놀로 블라닉 구두보다 더 탐나는 캐리의 아이템이기도 했다.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내 남자친구’의 결혼이 끝난 후 실의에 빠진 줄리아 로버츠의 손을 끌고 나가 감미롭게 춤을 추던 조지도 빠질 수 없다. 조지는 스탠포드보다 한 발 더 나간 ‘완성형’에 가깝다. 그의 섬세한 외모와 주인공에게 어려운 일이 닥치면 열 일 제치고 달려오던 듬직함은 싱글여성에게 있어 ‘게이 이성친구’에 대한 환상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다.

2005년 미국 방송 후, 온스타일을 통해서 국내에도 선보였던 <퀴어 아이> 속 게이들은 한 술 더 뜬다. 각각 인테리어, 음식, 스타일리스트, 패션, 문화 전문가인 5명의 게이 군단은 하나같이 근사한 외모의 소유자로 이성애자 남성의 스타일과 생활 습관 등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게 그 임무다. 게다가 이성애자인 남성들에게 코털을 잘 다듬으라던가 수염을 깎아버리라던가 여자친구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라는 주옥같은 조언을 던져대니 여성들로서는 이 멋진 게이 남성들에게 마음을 뺏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게다가 빈틈 없는 패션과 근사한 외모, 군살 없는 몸매의 게이 남성들은 여성들로 하여금 ‘저들은 내가 가질 수 있는 인류가 아니다'라는 열패감마저 안기며 당당히 매력을 뽐낸다. <퀴어 아이>를 시청하다 보면 게이 남성이 평범한 보통 남성들보다 우월한 유전자가 아닌가 하는 착각과 혼란에 빠지기 일쑤다. 일명 ‘fabulous five’로 불리던 게이 군단을 보며 ‘그래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게이인 게 나아’라는 비상식적인 생각을 하는 여성들이 속출했었다면 그들이 얼마나 여성들의 마음을 빼앗았는지에 대해서는 할 말 다한 셈이다.

이런 멋진(?) 게이 이성친구의 로망에 대한민국의 드라마도 이름을 올릴 날이 머지않았다. 3월 31일 첫 방송 예정인 <개인의 취향>은 게이 이성친구와 싱글 여성의 동거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스팅은 무려 손예진과 이민호다. 물론 우리나라 정서상 이민호는 게이로 오해를 받았을 뿐 진짜 게이는 아니라는 설정이다. 그러나 이민호의 얼굴을 가진 게이 이성친구라니 이건 캐리의 단짝 스탠포드가 문제가 아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싱글 여성들의 로망의 결정체가 아닌가. 단지 꽃남의 이민호의 차기작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도 미드 속 싱글여성과 게이 이성친구를 보며 로망을 품던 시청자들에게는 무척 궁금한 드라마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텔레비전과 영화에는 게이 이성친구가 점점 넘쳐나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커플을 눈 씻고도 찾아보기가 힘드니, 게이 이성친구와의 우정은 싱글 여성들만의 짝사랑이요 환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레즈비언 여성과의 우정을 꿈꾸는 남성도 없고, 이성 친구를 꿈꾸는 게이 남성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유독 싱글 여성들만은 게이 이성친구와의 로망과 환상을 품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제일 욕심쟁이인 것을 싱글 여성들일지도 모르겠다.
iMBC연예 이윤경 기자 | 사진제공 MBC, HBO, BRA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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