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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인기스타] 이제는 뭉클한 웃음을 드립니다 - 짐 캐리

기사입력2009-01-0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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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캐리는 명실상부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코미디 배우다. 1994년 <에이스 벤츄라>에서 신들린 표정 연기를 선보인 그는 같은 해 <마스크> <덤 앤 더머>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코미디 배우의 입지를 다졌다. 이후 <라이어 라이어>(1997), <그린치>(2000), <브루스 올마이어티>(2003), <예스맨>(2008) 등 쉼 없는 작업으로 코미디 배우의 대명사가 됐다. 한 장르의 대명사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분야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끝없는 노력을 통해 연기로 승화해야 한다. 또 무엇보다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을 이룰 때, 우리는 한 개인을 대명사라 일컫는다. 대명사란 표현은 아무한테나 쓰는 게 아니다.

 


1962년 1월 17일 캐나다에서 출생한 짐 캐리는 1979년 토론토에서 스탠드업 코미디(Stand-up Comedy)를 시작했다. 2년이 지난 1981년 2월, 그는 유명 배우로 발돋움했고, 좀 더 큰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 1980년대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하지만 ‘아메리카 드림’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다. NBC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 등의 오디션을 치르며 방송에 진출하려고 했으나 번번이 낙방했다. 하지만 포기는 없다. 각종 프로그램에 작은 역할로 등장하고, 1983년 <개그 스페셜>(Introducing... Janet)을 시작으로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비록 1990년대 중반까지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더라도 말이다.

 


짐 캐리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작품은 톰 새디악 감독의 1994년 작 <에이스 벤츄라>다. 잃어버린 동물을 찾아 주는 사립탐정(Pet Detective) 에이스 벤츄라를 연기한 짐 캐리는 특유의 표정 연기와 슬랩스틱 코미디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소가 핥은 것 같은 헤어스타일에 변화무쌍한 표정. 행동거지는 어떤가. 동물들과 동고동락하며 먹고사는 직업 특성상 그의 행동은 야성의 것에 가까웠다. 인간의 시선으로 볼 때 그는 실수투성이요, 그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밖에 없었지만 관객들은 그 모습에 열광했다. 물론 좋은 반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비평가들의 평가는 냉정했고, 짐 캐리는 이 작품으로 1995년 골든라즈베리어워드에 ‘최악의 신인배우’로 노미네이트됐다.





*<넘버23>

 


이때 짐 캐리는 냉혹한 평가에 가슴앓이를 하기보다 더 열심히 자신의 장기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15년 넘게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그에게 이 정도 시련쯤이야! 그는 같은 해 <마스크> <덤 앤 더머>를 연달아 발표하면서 ‘확실히 웃겨 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을 충실히 수행했다. 척 러셀 감독이 연출한 <마스크>에서 짐 캐리의 연기는 컴퓨터그래픽(CG)을 만나 한층 ‘비현실적’으로 승화된다. 눈알이 튀어나오고, 늘어진 턱은 테이블을 강타하며, 에너지 넘치는 그의 몸동작은 시종일관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CG가 <마스크>의 필수 요소였다고 하더라도, 짐 캐리가 없었다면 우리가 목격한 <마스크> 또한 없었을 것이다. 또 패럴리 형제가 연출한 <덤 앤 더머>에서 가장 대표적인 웃음 코드인 ‘바보 연기’를 제대로 보여 주면서 코미디 연기의 달인이 된다.

 



이처럼 짐 캐리는 1990년대 중반 연타석 홈런을 치면서 1996년 벤 스틸러가 연출한 <케이블 가이>에서 출연료 2천만 달러를 받는 초특급 배우로 성장한다. 하지만 그의 영화 인생을 돌아볼 때, 그를 단순히 ‘웃기는 배우’로만 볼 수 없다. <배트맨 포에버>(1995)에 이어 조엘 슈마허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넘버 23>(2007)에서 짐 캐리는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광기를 선보인다. 짐 캐리는 우연히 자신을 찾아온 책 한 권으로 인해 망상에 사로잡히고 삶이 파괴되어 가는 월터를 실감 나게 연기한다. 그는 이 한 작품에서 다정한 남편, 마초적인 형사, 환영에 시달려 삶이 피폐해지는 모습 등 전혀 다른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자신의 연기 영역을 스스로 실험한다.





*<이터널 선샤인>

 


또 짐 캐리와 함께 작업한 감독들의 면면을 보면, 그의 연기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 <아마데우스>(1984)의 밀로스 포먼 감독이 연출한 <맨 온 더 문>(1999), 또 <쇼생크 탈출>(1994), <미스트>(2007)의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연출한 <마제스틱>(2001), 그리고 <수면의 과학>(2005), <도쿄!>(2008)의 미셸 공드리 감독이 연출한 <이터널 선샤인>(2004)에 출연하면서 ‘배우 짐 캐리’의 매력을 분출한다. <이터널 선샤인>에서 짐 캐리는 옛 애인과의 기억이 사라지는 가운데, 그 사랑을 간직하고픈 조엘의 애틋한 심정을 섬세하게 연기해 국내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맨 온 더 문>에서는 죽음을 통해서라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사람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주기 위해 분투하는 한 희극배우 앤디 카우프먼의 노력과 고뇌를 선보인다. 이 작품에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앤디 카우프먼을 훌륭하게 연기한 짐 캐리는 2000년 골든글로브(뮤지컬?코미디) 남우주연상을 받는다. 





*<마제스틱>

 


<마제스틱>에서 펼친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작품은 매카시 열풍이 한창이던 1950년대 할리우드에서 시작한다. 촉망받는 시나리오작가 피터 애플턴(짐 캐리)은 ‘공산당 당원’이라는 누명을 쓰고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차 추락사고로 강물에 휩쓸려 로슨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한 피터는 기억을 잃고, 동네 사람들은 그를 전쟁에서 실종된 동네 청년 루크로 오인한다. 루크로 변신해 순박한 마을 사람들 속에서 새로운 삶을 발견할 무렵 매카시 광풍은 로슨 마을에 당도하고, 그는 할리우드로 돌아가 재판을 받는다. 인간, 이념에 대한 갖은 고민으로 가득한 피터. 이때 짐 캐리의 열연이 시작된다. 피터는 손에 쥔 헌법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삶, 사람에 대한 소박한 의견을 내놓는데, 짐 캐리는 붉어진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로 소시민이 원하는 자유국가가 무엇인지 진실되게 표현한다.

 


짐 캐리는 ‘웃기는’ 연기, 시간이 지날수록 넓어지는 다양한 감정 폭, 이 두 가지만으로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그가 사랑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가 연기한 인물들이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 시작은 1999년 짐 캐리에게 첫 번째 골든글로브(드라마) 남우주연상을 수상케 한 피터 위어 감독의 <트루먼 쇼>(1998)다. 이 작품에서 짐 캐리는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이다. 아니, 자신의 탄생부터 성장, 심지어 사랑까지 전 세계 시청자들의 볼거리로 전락해 버린 비운의 사나이다. 트루먼이 성장한 마을은 거대한 세트요,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말하는 모든 것은 대사다. 쇼 비즈니스라는 거대한 구조에 갇혀 있는 트루먼은 자본과 권력 속에서 힘겹게 하루를 사는 우리네 모습과 어딘가 모르게 닮아 있다. 그런 트루먼이 자유를 찾기 위해 힘겨운 여정을 떠나고, 결국 자신을 규정하고 있던 모든 틀에서 탈출하는 순간 관객들은 묘한 희열을 느낀다.





*<예스맨>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 톰 새디악 감독의 <라이어 라이어> <브루스 올마이어티>와 페이튼 리드 감독의 <예스맨>이다. <라이어 라이어>의 변호사 플레처 리드는 무능력한 남편에 거짓말쟁이 아버지이고, <브루스 올마이어티>의 브루스는 별 볼일 없는 뉴스 리포터다. <예스맨>의 칼 알렌은 더 가관이다. 자기 의지대로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자유의지가 발동되는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노(No)’뿐이다. 이들은 모두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패배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짐 캐리는 손대면 톡하고 깨질 것 같은 이들의 모습을 지극히 못나게도 연기한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거짓말을 못 하게 해 달라는 아들의 소원(<라이어 라이어>), 불평 끝자락에서 만난 신(<브루스 올마이어티>), 친구의 권유로 참석한 ‘인생역전 자립 프로그램’(<예스맨>)을 통해 인물들은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이러한 변신이 로또와 같은 ‘인생역전’은 아니다. 하지만 플레처, 브루스, 칼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그동안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하던 일상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게 된다. 플레처는 솔직한 삶을 살면서 아내와 아들이 원하던 것은 돈과 명예가 아닌 관심과 사랑임을 알게 되고, 브루스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신이 아닌 본인 스스로임을 깨닫게 된다. 또 칼은 세상과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버리고 긍정적인 태도를 받아들임으로써 일상이 주는 소소한 기쁨을 깨닫게 된다. 짐 캐리는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또 변화한 ‘나’가 행복한 일상을 맞이하면서 행복은 특별한 사람들의 것이 아닌, 대지에 발 딛고 사는 모든 사람들의 것임을 보여 준다.

 


짐 캐리에게는 알 파치노의 카리스마도, 브래드 피트의 섹시함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매혹도 없다. 하지만 그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내’가 스크린 속에 들어간 것 같고, 그가 ‘내’ 어깨를 두드려 줄 것 같다. 작품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일상에서 만나는 행복을 체험케 하는 묘한 재주가 있다는 말이다. 망가지기를 서슴지 않고, 188cm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작아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고, 삶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 코미디라면, 그는 천생 코미디 배우다. 이것이 짐 캐리에게 이 시대 희극배우의 대명사란 호칭이 아깝지 않은 이유다.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사정없이 넘어지는 몸 개그로 웃음을 주기 시작한 짐 캐리가 이제는 가슴으로 관객들을 웃긴다. 그것도 아주 큰 웃음을. 안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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