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연속극 <산너머 저쪽>은 선량한 부부(고두심, 한진희)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홈드라마였다. 과거 청순미의 대명사였던 김희애가 당찬 여성 ‘명애’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꾀했고, 그 해의 MBC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국민 엄마 김혜자의 명성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평균 시청률 59.6%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사랑이 뭐길래>에서 김혜자는 ‘대발이(최민수)’의 엄마이자 남편(이순재)에게 잡혀 사는 평범한 주부 역을 맡았다.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김국환의 ‘타타타’를 따라 부르며 “접시를 깨자”를 외치던 그녀의 유쾌하고 귀여운 엄마 연기는 역시 ‘대상’감이었다.

남녀의 차별이 심한 가족 틈바구니에서 남동생 귀남(최수종) 때문에 희생해야만 하는 장녀(이후남) 역으로 대한민국 ‘여성’들의 심금을 울린 김희애. 사회적 메시지와 배우들의 열연, 훌륭한 스토리텔링은 지금 봐도 명작 드라마의 반열에 오를 만하다.

이 시절에는 사회 정서와 도시인의 각박한 삶을 그린 영화, 드라마가 대거 제작되었다. 최민식, 한석규, 채시라 등 최고의 배우들이 ‘서울의 달’ 아래에서 성공을 갈망하는 가난한 젊은이들을 재현해냈다.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한 채시라. 1년 전 산동네 가난한 처녀를 연기했던 그녀는 이번에는 ‘아파트’에 사는 도시적인 여성으로 변신해 모든 이를 놀라게 했다.

시적인 제목의 드라마 <사과꽃 향기>는 사과꽃이 날리는 사과 농장을 배경으로 김승우, 김혜수, 윤동환의 삼각 관계를 그린 드라마였다. ‘건강 미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김혜수는 지적이고 당찬 경주 역을 맡아 대상을 수상했다.

설명이 필요 없는 드라마, 설명이 필요 없는 여배우. 안재욱이라는 묵은 별이 최고로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단연 여주인공 최진실 덕분이었다. 당시 29세였던 최진실은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것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캔디’ 연희를 훌륭히 소화하며 대상을 거머쥐었다. 특히 드라마 마지막 회 강민(안재욱)의 콘서트에서 품에 안겨 울던 연희는 시청자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았다.

임성한 신화의 시작이었던 일일드라마 <보고 또 보고>에서 똑똑하고 솔직한 은주 역을 맡았던 김지수 역시 장서희와 마찬가지로 임성한 작가에 의해 발굴된 묵은 별이었다. 이전까지 조연 연기를 주로 선보였던 그녀가 작품 하나로 ‘대상’을 수상했던 것은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 때문이기도 하지만 얄미운 구석도 있는 ‘은주’ 역할을 공감가게 표현해낸 그녀의 내공이 작용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김혜자다. 다시 ‘엄마’다. 속 썩이는 삼형제의 엄마 역할을 맡은 김혜자는 다시 한 번 남편 눈치를 살피며 며느리(최진실)에게 구시렁거리는 엄마로 대상 트로피를 또다시 가져갔다.

63.5%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시청률 4위에 오른 <허준>. 청년 허준부터 노인 허준까지, 실존 인물의 삶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 전광렬의 수상은 누구나 예상했지만 모두를 수긍케 한 결과였다.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 여자네 집>은 당시 시청률 40%를 넘은 대박 드라마였다. 보수적인 집안의 장남 태주(차인표)와 도회적인 신여성 영욱(김남주)의 이야기는 김정수 작가가 그간 해왔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빤한 이야기를 따뜻하고 맛깔나게 그리는 작가의 필력답게 많은 이의 공감을 샀다.

지금도 배우 장서희에게는 ‘은아리영’의 그림자가 어려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드라마에서 주연을 꿰차면서 조연에서 일약 스타가 된 그녀는 이후 너무 강했던 캐릭터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고 최근 털어놓기도 했다. 복수의 화신 ‘아리영’으로 대상을 수상했던 그녀가 올해에도 복수의 화신 ‘구은재’로 SBS 대상 후보에 올랐다.

이영애가 아닌 ‘장금이’는 상상도 되지 않는다. 수랏간 나인과 의녀를 오가며 이병훈 PD의 ‘여자 허준’를 표현해낸 이영애의 대상 수상 역시 누구나 인정할 만한 결과였다. 한류 드라마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이 드라마가 가진 힘은 6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까지 유효하다.

<한강수 타령>에서 생선 장사를 하며 두 딸을 훌륭하게 길러내는 억척 엄마를 연기한 고두심은 이 해 KBS와 MBC 대상을 욕심 많게 다 챙겨갔다. 그녀의 수상소감처럼 ‘대한민국 엄마’의 승리였다.

이 드라마, 벌써 4년 전 작품이다. 워낙 재방송을 많이 해 작년에 한 드라마 같지만. 당시 대한민국에 ‘삼순이’ 파워는 30대 여성뿐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여성들을 들썩이게 했다. 당시 대상을 수상한 김선아가 이후 차기작을 고르는 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을 만큼 30대 노처녀 삼순이의 파워는 오래갔다.

다시 사극이다. 그리고 송일국이다. <허준> <대장금>과는 또 다른 MBC 대작 사극의 풍토는 <주몽>으로부터 시작됐다. 오랜 조연 생활을 했던 송일국 역시 이 작품으로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배용준을 위한, 배용준에 의한 드라마 <태왕사신기>는 한국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었다. 당시 목발을 하고 시상식장을 찾은 배용준의 대상 수상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은 결과였다.


10년간 MBC 드라마는 매해 인기와 작품성을 겸비한 ‘대작’을 한 작품씩 배출하면서 ‘대상’ 역시 그 주인공에게 주는 선례를 남겼다. 그런데 2008년은 시상 전부터 의견이 분분했고 결과가 발표된 후에도 공동수상에 대해 말이 많았다. 연기력과 작품성의 김명민이냐, 인기와 시청률의 송승헌이냐. MBC가 이 해에는 참 고민이 많았을 듯하다.
iMBC연예 김송희 기자 | 사진 TVian DB |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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