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PD수첩'은 데이터 분석 연구팀 언더스코어와 함께 2019년 7월부터 2025년 1월까지 국내 43만 4천여 개 기업이 발표한 채용 공고 약 1,041만 건을 전수 분석했다. 이를 통해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한국 채용 시장에서 나타난 변화를 살펴봤다.
■ 줄어드는 신입 채용, 높아지는 경력 기준
분석 결과, 챗GPT가 등장한 2022년 11월 이후 신입 채용 공고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공고 가운데 신입 지원이 가능한 공고의 비중은 2022년 37.1%에서 2년 만에 26.8%로 떨어졌다. 10.3%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실제 채용 규모도 줄었다. 2022년 월평균 채용 공고 수를 100으로 환산했을 때, 2025년 1월 신입 개발자 채용 공고는 46.5 수준에 그쳤다. 2년여 만에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IT 분야에만 머물지 않았다. 영업직의 신입 지원 가능 공고 비중은 64.2%에서 54.5%로, 디지털 디자인 직군은 51.8%에서 43.9%로 줄었다. 실내·전시 등 물리 디자인 분야 역시 47.1%에서 34.4%로 하락했다. 사무·전문직 여러 분야에서 신입의 진입 기회가 동시에 축소된 셈이다.
반면 기업이 요구하는 경력 수준은 높아졌다. 개발자 채용 공고의 평균 요구 경력은 2022년 3.71년에서 2024년 4.82년으로 늘었으며, 2025년 1월에는 5.18년까지 상승했다. 신입을 채용해 실무 역량을 키우기보다, 입사 직후부터 성과를 낼 수 있는 숙련된 인력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 AI가 맡을 수 있는 업무일수록 커지는 경력직 선호
연구진은 채용 공고에 등장하는 직무 키워드 1,920개를 AI 노출도에 따라 분류해 분석했다. 그 결과, 단순 생산직과 간호조무사처럼 AI 노출도가 낮은 직무는 2년 전보다 평균 요구 경력이 0.07년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앱 개발자와 경리 등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에서는 평균 요구 경력이 0.72년 증가했다. 약 8.6개월에 해당하는 차이다.
기초 업무를 AI로 처리할 수 있는 직무일수록 기업이 더 높은 경력을 요구하는 양상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진이 외부 요인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같은 기업이 같은 달에 게시한 공고끼리 비교했을 때도,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에서 평균 5개월 이상의 경력을 추가로 요구하는 격차가 나타났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강현욱 PD는 AI 시대의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이들로 취업 준비 중인 청년들을 꼽았다. 신입 채용 문턱은 높아지는 반면 경력 요구 수준은 올라가면서 미취업 청년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AI를 활용해 초급 업무를 대체하면서 신입사원이 실무 경험을 쌓고 성장할 기회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력을 쌓아야 취업할 수 있지만, 경력을 시작할 기회 자체가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용 시장의 변화가 단순히 일자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들의 경력 형성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규모 채용 데이터를 통해 AI 시대 고용 시장의 변화를 추적한 MBC 'PD수첩' 특별기획 2부작의 두 번째 편 '신입사원 실종사건'은 20일(화) 밤 10시 20분 방송된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출처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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