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그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남 고흥의 소박한 정취를 뒤로하고 서울 연희동으로 매장을 확장한 뒤, '우주떡집'은 걷잡을 수 없이 표류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시청률은 1%대(7회 2.1%, 9회 1.8% 등)로 곤두박질쳤고, 시청자들의 입에서는 웃음 대신 한숨과 혹평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 매력적인 조합을 '노동 다큐'이자 '지루한 예능'으로 전락시켰을까. 시청자들이 짚은 '우주떡집'의 패착은 나영석 사단이 향후 예능 판에서 깊이 새겨들어야 할 묵직한 경고장이 되고 있다.
▶ '지락실'이라는 야생마를 길들인 '강제 노동 시스템'의 패착
'지락실' 멤버들이 가진 대체 불가능한 무기는 철저하게 계산된 방송용 대사가 아닌, 통제 불가능한 텐션과 날것 그대로의 티키타카에서 나오는 '즉흥성'이다. 이들은 특별한 미션이 주어지지 않아도 서로를 물고 뜯으며 유기적인 관계성을 만들어내는 자생력을 지닌 예능인들이다.
그러나 '우주떡집'은 이들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식당 장사'와 '반복 노동'이라는 꽉 짜인 프레임 안에 강제로 가두어 버렸다. 떡을 치대고, 주문을 받고, 층계를 오르내리며 서빙에 매몰된 멤버들에게 여유란 존재하지 않았다. 예능의 본질은 시청자로 하여금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데 있지만, '우주떡집'이 선사한 것은 웃음이 아닌 '고된 노동의 피로감'이었다. 도대체 예능 최고의 블루칩들을 데려다 놓고 이토록 가혹한 '식당 영업 극한 훈련'을 시켜야 하는지, 그 이유를 시청자들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출연진의 재치 있는 입담은 가쁜 숨소리와 땀방울 속에 묻혔고, 에너지를 발산해야 할 야생마들에게 짐을 지운 격이 된 이 구조는 결국 프로그램의 숨통을 조였다.
▶ '소박한 무해함'을 배반한 스케일업과 상업주의의 함정
초반 고흥 편이 시청자들에게 온기를 안겼던 이유는 인구 밀도가 낮은 시골 마을에서 멤버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가게를 일구어가는 '동물의 숲' 같은 무해한 서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 과정 자체가 주는 위로가 있었다.
하지만 서울 2호점으로 무대를 옮기고 대규모 팝업스토어 형태로 판을 키우는 순간, 프로그램은 본래의 매력을 스스로 내다 버렸다. 만약 이 거대한 확장의 계기가 멤버들의 자발적인 바람이나 작은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어 자연스러운 개연성을 얻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이 상업적 확장이라는 목적을 먼저 설정해 두고 그 틀 안에 출연진을 억지로 끼워 맞추다 보니, 모든 과정이 작위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주방과 홀이 층별로 완전히 분리되면서 손님과의 밀도 높은 소통은 물리적으로 차단되었고, 공간의 단절은 곧 관계의 단절로 이어졌다. 게다가 멤버들이 애정을 담아 고민했던 오리지널 메뉴들은 상업적 효율성을 앞세운 햄버거 등의 메뉴로 급편되었다. IP 확장과 비즈니스 연계라는 명목 아래 감행된 성급한 스케일업은, 시청자들이 기꺼이 이입했던 '과정의 미학'을 단숨에 상업적 소모품으로 전락시켰다. '우주떡집'의 1, 2회와 그 이후의 회차를 보면 도무지 동일 프로그램이라고 생각이 안 될 정도다.
▶ 변화한 시대를 읽지 못한 답습, '식당 예능'이 잃어버린 지향점
'우주떡집'이 마주한 참패는 비단 한 프로그램의 부진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윤식당'부터 '강식당', '서진이네'로 이어진 나영석표 식당 예능 포맷이 마주한 구조적 수명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돌아보면 과거 나영석 사단의 식당 포맷들은 명확한 시대적 의미와 소명을 지니고 있었다. 낯선 해외 오지에서 한식 메뉴를 선보이고, 외국인 손님들과 부딪히며 K-푸드를 전파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시청자들에게 문화적 자부심과 신선한 대리만족을 안겨주었다. "우리가 만든 음식을 세계인이 맛있게 먹는다"는 서사가 프로그램의 강력한 동력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2026년 현재, 한식은 더 이상 이국적인 도전이나 낯선 개척의 대상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가 열광하는 반박 불가한 '글로벌 대세'이자 일상이 되었다. K-푸드의 세계화라는 거대한 당위성과 목표가 이미 달성되거나 대중화된 지금, 식당 예능이 던져야 할 메시지와 지향점 역시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0년 전 해외 진출기나 시골 장사의 고군분투 공식을 그대로 끌어와, 국내 대도시 팝업이라는 이름만 바꾼 채 '서툰 출연진의 멘붕과 땀 흘린 뒤의 회포'를 반복하는 것은 명백한 퇴행이다. 참신함과 도파민이 격동하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시대를 읽지 못한 채 낡은 목표와 구태의연한 공식을 그대로 우려먹는 '안정 지향형 자가복제'는 더 이상 시청자의 통제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주떡집'은 증명하고 있다.
에스파 카리나, 가비, 양희은, 엑소 도경수 등 화려한 게스트를 끊임없이 투입하고 팝업스토어로 몸집을 키워도 시청자의 마음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명백하다. 시청자가 보고 싶었던 것은 '대단한 떡집의 성공기'나 낡은 공식을 반복하는 '장사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지락실 멤버들이 함께 있을 때 뿜어져 나오는 날것의 케미'였기 때문이다.
'우주떡집'이 기록한 1~2%대라는 초라한 성적표는 단순히 시청률 하락을 넘어, 시청자들이 나영석 사단의 익숙한 자가복제에 던진 냉정한 경고장이다. 변화한 시대적 맥락을 외면한 채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만 안주한다면, '예능계의 독보적인 수장'의 왕좌를 지켜온 나영석 사단에게도 이번 참패는 뼈아픈 퇴장의 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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