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시사회 이후 만난 허진호 감독은 "기자들을 모셔놓고 기자 이야기를 하려니 시사할 때 너무 긴장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10년 전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다는 허 감독은 1974년이라는 시대가 가진 정서적 기억에 끌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극 중 철구의 딸 미정이 국민학교 5학년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내가 5학년 때 일어났던 이야기라 당시 온 국민이 슬퍼했던 기억이 크게 남아있다"며 "거짓말이야 같은 노래나 세시봉 등 70년대만의 문화적 분위기를 영화로 담아내고 싶은 마음이 계속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다큐멘터리를 보며 의문점과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아 영화적 매력을 느꼈지만, 나와 있는 사실로 어떤 결론을 내리는 건 감독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해 영화화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정치적 색채를 띨 수 있는 민감한 사건을 다루지만, 특정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허 감독은 "다큐나 책을 참조했지만 어느 한쪽이 맞다고 생각하진 않았다"며 "이건 이거다가 아니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냐'는 입장을 취했다. 결론보다는 가설과 상상, 그리고 시선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에서 허 감독은 사건 그 자체보다 시대를 살아낸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소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신문 기자, 형사 등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분위기를 보여주고자 했다"며 "배우들과 소통할 때도 먼저 정답을 내리지 않고 박광수 감독에게 배운 기법처럼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현장에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연출 스타일을 전했다.
배우들을 향한 깊은 애정과 찬사도 이어졌다. 신문사 부장 역을 맡아 현장을 이끈 박해일에 대해 "촬영이 없는 날에도 단역 및 주변 기자 배우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분위기를 끌어갔다"며 "상대 배우의 목소리 대응을 위해 공중전화 박스 옆에 쪼그리고 앉아 10테이크 이상을 받아주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단선적이지 않고 능청스러운 모습과 소신 있는 모습을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매력적인 배우"라고 극찬했다.
이어 신입기자로 변신한 이민호에 대해서는 "파친코를 보면서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소년 같은 면도 있고 신입기자 역할과 잘 어우러졌다"고 전했으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 박정민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있는 배우라 어려운 캐릭터를 잘 완성해 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당시의 암울했던 시대상과 남산의 거대한 폭력성, 부기학원, 언론사 테이블 위 재떨이와 짜장면 등 70년대의 디테일을 정성껏 담아낸 허진호 감독. 그는 "실제 사건과 영화적 구성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영화 속 인물들이 진실을 향해 움직이는 행위 그 자체에서 관객들이 정서적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 '암살자(들)'은 9월 23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하이브미디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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