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개봉한 '경주기행'은 8년 전 수학여행을 떠난 뒤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의 생일을 앞두고, 가해자의 출소 소식과 함께 경주로 향하게 된 네 모녀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박소담은 극 중 가족의 무모한 복수 계획에 함께하면서도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는 법대 출신 둘째 딸 '영주'로 분해 이야기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았다.
박소담은 그동안 '베테랑', '검은 사제들', '기생충'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작품들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왔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에서는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고, '검은 사제들'에서는 파격적인 삭발까지 감행하며 '영신'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기생충'에서는 '기정' 역을 맡아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을 선보였다.
작품마다 새로운 인물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온 박소담의 연기 내공은 '경주기행'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단순히 강한 감정을 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이 처한 상황과 내면의 상처를 절제된 방식으로 풀어내며 한층 성숙해진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영주'가 마주하는 감정은 한 가지로 설명하기 어렵다. 가족의 복수 계획을 둘러싼 혼란과 현실적인 판단, 오랜 시간 쌓여온 아픔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박소담은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는 '영주'의 모습을 중심에 두면서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내면의 상처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절제된 감정선 속에서도 인물의 아픔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한 박소담의 세밀한 접근 역시 눈길을 끈다. 법대 출신 백수라는 '영주'의 현실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헤어스타일과 안경 착용 등 외적인 설정을 제작진에게 직접 제안했다. 단순히 대사를 소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의 외형부터 서사까지 세심하게 고민한 결과, '영주'라는 캐릭터가 보다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완성됐다.
박소담의 이러한 노력은 캐릭터를 바라보는 배우의 깊은 고민과 작품을 향한 진정성에서 비롯됐다.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접근 방식은 '영주'의 현실성을 높였고, 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처럼 그동안 여러 수작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겨온 박소담은 '경주기행'에서도 자신만의 연기력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냉철함과 상처를 동시에 품은 '영주'를 섬세하게 구축한 박소담의 열연이 작품에 깊이를 더하며, '경주기행'을 향한 관객들의 입소문과 호평에도 힘을 더하고 있다.
박소담의 이번 연기는 강한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캐릭터의 상황과 내면을 차분하게 쌓아 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입증해온 캐릭터 소화력에 세밀한 디테일까지 더해지면서, '경주기행'의 '영주'가 박소담만의 인물로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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