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공개된 '맨 끝줄 소년'은 수십 년째 신작을 내지 못한 채 열패감에 갇혀 살아가는 대학교수 허문오가 강의실 맨 끝줄에 앉은 문학 천재 수강생 이강의 천재성을 발견한 뒤, 그의 글에 집착하며 점차 욕망과 광기에 잠식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다.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김규태 감독이 연출을 맡아 안방극장에 치명적인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다.
최민식은 작품을 처음 선보인 소감에 대해 "작품이 가진 묵직한 메시지를 진지하게 봐주시고 소통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정말 행복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묘한 '소년미'가 돋보였다는 시청자들의 극찬에 대해서는 "그냥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그는 "사실 그런 주변의 평가나 '제2의 전성기'라는 말에 일희일비 안 한 지 오래됐다. 어느덧 환갑이 넘은 나이가 되다 보니, 남들의 시선보다 내가 작품을 하는 진짜 의미를 스스로 되새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며 담담한 심경을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 최민식은 40세 연하의 후배 최현욱을 향해 아낌없는 찬사와 경외감을 표했다. 직접 오디션 현장까지 찾아가 최현욱을 눈여겨봤다는 그는 "말을 영감님처럼 느릿느릿 웅얼거리는데도 눈빛이 정말 묘하고 괜찮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막상 현장에서 촬영을 끝내놓고 나니 깜짝 놀랐다. 이번 작품에서 태풍을 몰고 오는 핵은 사실 이강(최현욱 분)이고, 나는 그저 최현욱이 짜놓은 프레임에 말려들어가 적극적으로 리액션만 하면 되는 판이었다"고 설명했다. 최민식은 "리허설 때 보이지 않던 에너지를 본 촬영에서 그럴듯하게 확 꽂아줄 때 소름이 돋았다. 2002년생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유연하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젊은 후배를 보며 '내가 저 나이 때 저렇게 연기했었나' 싶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깊은 자극을 받았다"며 후배의 천재성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날 최민식은 대중의 흥행 성적이나 관객의 평가가 결코 절대적일 수 없으며, 배우에게는 오직 '자기만족'이 최우선이라는 철저하고도 이기적인 연기 철학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과거 '쉬리'의 대성공 이후 주변에서 모두 만류하고 대작 '친구'를 거절하면서까지 쓸쓸한 감성의 영화 '파이란'을 선택했던 일화를 언급했다. 최민식은 "주변에서는 쉬리가 끝났으니 더 크고 상업적인 작품을 기다리라고 했지만, 내 기준은 오직 '내가 진짜 하고 싶어야 한다'는 것 하나였다. 비록 '파이란'이 상업적으로 크게 흥행하진 못했어도 나는 그 작품을 너무나 사랑하고 후회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영화는 비즈니스와 예술이 혼재된 장르이기에, 아무리 진정성을 담아 표현해도 반드시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타인의 평가나 성적에 연연하는 것은 부질없다"며 "몇 개월 동안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치고 힘들어도 내가 이 이야기를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서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내 만족감이 크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 앞으로도 관객의 눈치를 보거나 타협하지 않고, 철저히 내 만족을 위해 '더 이기적인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1년 연기를 시작해 어느덧 45년째 묵묵히 한길을 걸어오고 있는 거장 최민식. 그에게 연기는 삶 그 자체이자 뗄 수 없는 운명이다. "연기와 저는 부부 같아요. 살면서 치열하게 부부싸움은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혼은 절대 못 하겠더라고요. 나이를 먹어가며 앞으로 좋은 작품을 몇 개나 더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남은 시간 동안 오직 저 자신이 100% 납득하고 만족할 수 있는 작품들로만 알차게 채워가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맨 끝줄 소년'은 제 연기 인생에 참 행복한 만족을 준 작품입니다."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과 교수인 '허문오'가 강의실 맨 끝줄 소년 ‘이강’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의 글에 집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드라마 '맨 끝줄 소년'은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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