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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M] '베토벤' 그 자체가 된 박효신, 세종 대극장을 쩌렁쩌렁 울리다 ★★★☆

기사입력2026-06-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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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아니 박효신이 베토벤 그 자체가 되어 돌아왔다.


iMBC 연예뉴스 사진


6월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베토벤'(연출 길 메머트)는 1810년 오스트리아 빈을 배경으로, 청력을 잃어가면서도 음악을 놓지 않았던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삶을 그린 작품. 2023년 1월부터 3월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4월부터 5월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초연 이후 약 3년 만의 재연이다.


이번 재연에는 초연 멤버인 박효신에 '지킬 앤 하이드' '데스노트' 등으로 유명한 홍광호가 베토벤 역으로 합류했고, 브렌타노 역에는 원년 멤버 윤공주에 김지현, 김지우가 낙점됐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변화는 이게 끝이 아니다. 연출을 맡은 길 메머트 본인이 직접 '베토벤 2.0'이라 명명할 정도로 서사 구조를 완벽하게 뜯어 고친 것. 초연 당시 호불호 갈리는 평가를 받았던 불륜 소재는 덜어내고, 베토벤의 청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초연 때 붙었던 부제 '베토벤 시크릿'도 삭제됐다.


이 선택은 탁월했다. 억지스러운 러브라인과 흥미만을 위해 배치된 불륜 설정이 사라지며 베토벤의 내면세계를 더 투명히 꿰뚫어 볼 수 있게 됐다. 또 베토벤의 선택에 대한 설득력도 작품 곳곳에 촘촘히 배치한 덕에 극의 흐름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편이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분량이 과하게 베토벤 쪽에 치중되며 이를 연기할 배우들의 어깨도 무거워지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가 뒤따랐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섣부른 의심에 분노라도 하듯 박효신(17일 오후 공연 기준)은 성스러운 합창에 이어진 오프닝넘버 '영원토록 진실한'부터 한층 짙어진 감성과 풍성한 목소리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가득 채우고, '예술을 위한 삶'과 '나는 나일 뿐'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라인업으로 의심을 기대로 단숨에 뒤바꿔 놓는다.


음악이 아닌 스토리 위주로 짜여있어 비교적 심심한 느낌이 드는 2부 구조의 아쉬움을 덜어내는 존재 역시 박효신이다. 대미를 장식할 한 방이 없어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쯤, 오프닝넘버를 그대로 뒤집은 구성에 묵직한 호소력 얹으며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통쾌함으로 힘 있게 마침표를 찍어낸다.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영원토록 진실한' 넘버만 놓고 봐도 관람 이유가 충분하다 느껴질 정도다.



감정 전달력에도 부족함이 없다. 여기엔 박효신 본연의 능력뿐 아니라, 개인적 상황이 주는 몰입감도 한몫한다. 베토벤의 저물어가는 청력은 박효신이 과거 앓았던 발성 장애를, 돈을 노리는 주변의 시선은 소속사와의 계약 분쟁을, 동생과의 관계는 애틋한 박효신과 어머니, 형과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 베토벤과 박효신의 모습이 겹쳐져 보일 때쯤, 박효신은 온 힘을 다해 베토벤의 간절함을 노래하며 무대 위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베토벤의 불안정한 내면이 노출될 때마다 등장하는 댄서와 꾸며진 음향 효과는 무게감을 한층 더하며 박효신의 가장 날카로운 무기 역할을 해낸다. 안무가들은 악마와 같은 속삭임을 건네거나 악보들을 흩날리며 베토벤과 함께 환각 속에 빠진 듯한 기분을 선사하고, 또 하이라이트 구간에선 그의 손과 발, 그리고 목소리가 되어 무대에 풍성함을 배가시킨다. 음향 효과도 마찬가지. 의도적으로 베토벤의 대사와 넘버 속에 불협화음과 노이즈를 섞어 인물이 느끼고 있을 불안감이 관객에도 닿게 한다.


iMBC 연예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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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재연답게 무대 연출의 완성도는 흠잡을 데 없다. 모든 구조에 목적이 있고, 견고하며, 동선마저 효율적이다. 좌우로 움직이는 입체 미디어 월을 배경 삼아 샹들리에, 피아노, 계단, 분수대, 바 등 소형 구조물들을 유기적으로 배치하고 회전해 써가며 신마다 각기 다른 배경을 연출한 것인데, 매 장면, 매 넘버마다 색다른 그림을 선사하며 보는 맛을 더한다. 미디어 월 속 배경의 흐릿함을 조정해 원근감을 시시각각 조정하거나, 공간을 압축해 특정 공간에 집중을 유도하는 방식 역시 인상적이다. '영원토록 진실한' 넘버에서는 일부러 공간을 좁게 구축한 뒤, 모든 구조물을 한꺼번에 치워내며 압도적인 개방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베토벤'이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었다"는 길 메머트의 다짐처럼, 한층 매끄럽게, 한층 높아진 퀄리티로 돌아왔다. 물론 앞선 언급처럼 1부에 비해 비교적 단조로운 2부의 구조는 보완할 부분이긴 하지만, 박효신과 홍광호의 압도적 존재감이 이를 순식간에 잊게 만든다. 초연을 보면 재연이, 재연을 보면 삼연이 보고 싶어지는 '베토벤'이다. 과연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박효신·홍광호의 '베토벤'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베토벤'은 오는 8월 11일까지 서울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다.




iMBC연예 김종은 | 사진출처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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