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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의 ‘적당히 속이 쓰려오’는 인터뷰

기사입력2008-12-1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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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주목받고 있는 포크 록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싱어송라이터 장기하를 만났다. 솔직히 말해서 이날 인터뷰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강렬한 만남도 아니었고, 뉴턴이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한 것과 같은 대단한 발견도 없었다. 그러기엔 찬바람이 잦아든 12월 한낮 서울 도심의 공기는 한없이 나른하기만 했다. 그저 그의 노래 ‘싸구려 커피’의 노랫말처럼 ‘미지근’한 커피를 마셔 ‘적당히 속이 쓰려오’는 것 같은 자리였다고 할까. 그날 오고간 몇 모금의 말과 말을 전한다.

장성란 기자 | 사진 조준우 | 장소협찬 빚은(교대역점)

 





EBS <스페이스 공감> ‘2008 헬로루키 Of the Year’ 인기상 수상을 축하한다. 그날 오마주 공연에서 평소 존경한다고 밝혔던 김창완과 함께 노래를 불렀는데 기분이 어땠나?

너무 좋았다. 배철수 선배를 만났을 때도 할 말을 잃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는데 김창완 선배를 만난 건 또 달랐다. 한 무대에서 같이 노래를 부른 거니까.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날 리셉션 자리에서 초대를 받아 며칠 전 김창완밴드 앨범 발매 기념 파티에 갔는데 거기서 또 한 번 그럴 기회가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크라잉넛, 갤럭시 익스프레스, 박기영, 서문탁, 전제덕 등 여러 후배들이 함께 공연을 했는데 김창완 선배가 마지막 곡으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부르다가 나보고 무대에 올라오라고 해서 또 한 번 같이 노래를 했다. 너무 좋은 날이었다.

 

요즘 한창 바쁘지 않나. 본인의 노래 ‘느리게 걷자’처럼 살고 있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최근의 삶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근데 뭐, 이런 때가 있고 저런 때가 있는 거니까.

 

무대 위에서 보여 주는 능청스러운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다. 평소 성격이 능청스러운 편인가?

능청스러운 편이다. 멤버들 중에서는 내가 제일 능청스러운 거 같다.

 

미미시스터즈와 비교해도 그런가?

그들은 비교 불가한 대상이다.

 

스스로 춤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미미시스터즈와 함께 직접 안무를 짠다고 들었다. 안무를 짤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노래에 어울리는가 하는 점. 인터뷰에서는 어떤 의도로 노래를 만들었는지 이야기를 잘 안 하는데 춤동작을 만들 때는 미미시스터즈와 셋이 모여 앉아서 리듬이나 가사 내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많이 한다.

 

춤동작을 자세히 관찰하면 노래에 담긴 뜻을 알 수 있겠다.

뭐, 아주 세밀히 관찰을 한다면.

 

다른 멤버들, 정중엽(베이스), 이민기(기타), 김현호(드럼)는 왜 같이 춤추지 않나?

연주하느라 바쁘니까. 사실 발동작 같은 걸 몇 번 하게 했는데 스리슬쩍 안 하더라. 이제 다시 하라고 할 거다.

 





 

밴드 멤버들과는 어떻게 만났나?

현재 내가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는 또 다른 밴드 ‘눈뜨고코베인’이 1집앨범을 낼 때 인디 레이블 ‘비트볼 뮤직’에 속해 있었다. 거기에 1960년대 스타일의 팝을 추구하는 ‘더스마일즈’라는 밴드가 있었는데 정중엽이 그 밴드의 멤버였다. 이민기와 김현호는, 나와 눈뜨고코베인을 같이 한 멤버들과 학교 동아리 선후배 사이라 전부터 건너 알고 있었다.

 

싱글앨범 <싸구려 커피>의 소개 글에 ‘가수는 외모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얼굴’을 찾던 중 실력마저 출중한 멤버들을 만나 밴드를 결성했다고 적었다. 멤버 개개인의 ‘얼굴’이 가진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꼭 답해야 하나? 그런 얘기를 너무 진지하게 듣지 말라. 하지만 난 우리 밴드 멤버들이 다 잘생겼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물어본 거다. 그럼 정중엽, 이민기, 김현호의 연주는 각각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나?

정중엽은 전문 세션맨 수준의 연주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꼼꼼하고 노련하다.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전부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폭넓다. 이민기와 김현호는 리듬감이 좋다. 우리 노래는 복잡한 연주가 없는 대신 간단한 리듬을 일정하게 반복적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잘한다.  

 

미미시스터즈와의 만남에 관해서 역시 싱글앨범 <싸구려 커피>의 소개 글에 '우연하게 찾은 댄스홀에서 똑같은 복장으로 무표정하게 춤을 추고 있는 이름 모를 두 여인을 만나 “역시 가수에겐 율동이 필요해”라는 깨달음을 얻고 삼고초려, 어렵사리 거물 섹시 코러스단 '미미시스터즈'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이상 미미시스터즈에 관해 자세한 언급을 피하는 건 이들을 신화적 존재로 남겨 두고 싶기 때문인가?

그렇다. 아니, 신화까지는 아니고 설화적 존재라고 하는 게 맞겠다. 미미시스터즈가 신은 아니지 않나.

 

2005년부터 ‘눈뜨고코베인’의 드러머로 활동하다 2008년 새롭게 ‘장기하와 얼굴들’을 결성한 이유는 무엇인가?

밴드에서 한 명의 연주자로 할 수 있는 일과 싱어송라이터로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연주도 재밌고 좋은 일이지만 싱어송라이터도 하고 싶었고, 어느새 자작곡이 쌓여 갔다. 하지만 눈뜨고코베인은 밴드의 색깔상 ‘깜악귀’라는 메인 송라이터 중심으로 가야 하는 밴드다. 그래서 계속해서 눈뜨고코베인의 드러머로 남아 있으면서 장기하와 얼굴들을 결성해 내 노래를 연주하게 된 거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추구하는 음악은 어떤 음악인가?

좋은 가요. 이를테면 산울림의 노래 같은. 예를 들어 새하얀 돌이 백 개 정도 있다고 했을 때 거기에 하얀 돌을 또 하나 던져 넣어도 전체 그림이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검은 돌을 던지면 그림이 금세 바뀌지 않나. 산울림이나 비틀즈처럼 좋은 대중음악을 했던 사람들은 모두 ‘검은 돌’과 같은 음악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있으나 마나 한 음악이 아니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좋아할 수 있는 노래,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

 

음악적 영감은 어디서 받나?

영감이랄 것까지는 없고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졌던 일, 느낀 감정을 노래로 만든다.     

 

주로 어떤 감정에 주목하는 편인가?

글쎄, 그 질문을 들으니까 쓸쓸함이란 말이 떠오른다. 평소 나는 낙천적이고 밝은 편이다. 그렇지 못한 일부의 시간에 노래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은 새로운 박자 감각이 특징적이다. 뛰는 것도 걷는 것도 아닌, 그 중간의 엇박자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랩 부분은 판소리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오히려 이걸 새로운 박자 감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 하면 난 노래를 만들 때 내가 평소에 말하는 억양을 많이 반영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조합하고 배열할까 고민하긴 하지만 소재는 내 말 속에 다 있다. 산울림의 노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의 노랫말에도 그런 부분이 있다. 전체적으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대를 맞겠다’는 내용인데 중간에 갑자기 “아, 한마디 말이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라는 노랫말이 생뚱맞게 나온다.

 

요즘 가장 즐겨 듣는 음악은 무엇인가?

최근 ‘데블스(영화 <고고70>의 실제 주인공. 1960~1970년대를 풍미한 6인조 소울 밴드)’의 원년 멤버 김명길 선배가 새로운 멤버들과 밴드를 재결성해 12월 22일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그 공연에서 데블스가 ‘퀘스천스’랑 같이 한 ‘내 마음 전하리’란 곡을 피처링을 하기로 했는데 아, 그 노래 엄청나게 좋다.

 

장기하에게 음악은 취미인가, 직업인가?

취미는 아니다. 취미라는 것도 좋은 거지만 취미보다는 훨씬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직업이라고 하기도 좀 뭐하다. 음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니까. 가장 하고 싶은 일, 현재 가장 중요하게 열심히 하고 있는 일이다.

 

음악이 일이 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은 없나?

아직까지는 뭐, 장기하와 얼굴들 시작한 지 이제 반년 됐을 뿐이다. 바빠졌다는 건 관심이 많아졌다는 거니까 그 자체로 좋은 일 아니겠나. 벌써부터 그런 걸로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나.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성격인가 보다.

아주 예민하다거나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격은 아니다.

 

1집앨범을 제작 중이라고 들었다.

작사, 작곡은 다 끝났고 편곡을 좀 더 손보면 된다. 싱글앨범 <싸구려 커피>에 수록된 3곡을 포함해 그간 공연에서 선보인 곡이 9곡 정도 된다. 그 노래들이 다 들어간다. 그 외 새로운 노래도 서너 곡 수록할 거다. 2009년 2월 발매를 목표로 작업하고 있다.

 

2008년을 돌이켜 볼 때 가장 기쁜 일은 무엇이었나?

배철수 선배, 김창완 선배를 만났을 때도 최고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고 ‘쌈지사운드페스티벌’에 나가 ‘숨은 고수’로 뽑혔을 때도 정말 좋았다. 전에 ‘눈뜨고코베인’도 ‘숨은 고수’에 나갔다 떨어진 적이 있다. 삼백 개가 넘는 신인 뮤지션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니까 기분 좋더라.

 

그럼 2008년에 겪었던 일 중에 가장 지워 버리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지워 버리고 싶은 일은 이미 지워 버려서 생각이 안 난다. 2008년에는 워낙 좋은 일들이 많아서 지워 버리고 싶은 일은 없다.

 

마지막으로 ‘미미시스터즈’에 대한 사소한 진실 한 가지만 알려 달라.

무서운 분들 아니다. 성격 좋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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