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미도는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가 주는 인간적인 온기"를 꼽았다. 역사적 기록 한 줄에서 시작된 상상이 2시간의 드라마로 완성되는 과정이 신기했다는 그는, 자극적이고 잔인한 대본들 사이에서 만난 이 따뜻한 이야기에 마음을 뺏겼다고 회상했다. 특히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매화’의 마지막 결말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본을 읽으며 눈물을 흘릴 만큼 작품 자체의 힘이 컸다고. 장항준 감독과의 5시간에 걸친 대화 끝에 그는 비중의 크기와 상관없이 이 작품의 일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무엇보다 유해진을 비롯한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하며 영화라는 메커니즘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그를 영월의 촬영 현장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여배우로서 민낯에 가까운 모습으로 스크린에 데뷔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전미도는 "사실 모든 여배우가 앞가르마를 타고 얼굴을 다 드러내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더라"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외적인 치장을 걷어낸 '날 것'의 상태로 관객과 마주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무대 위에서는 객석 끝까지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몸을 크게 쓰고 발성을 높여야 했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오직 미세한 표정과 눈빛만으로 감정의 밀도를 증명해야 했다며 매체 연기의 차별점을 짚어 내기도 했다.
첫 스크린 데뷔이고, 첫 사극이어서 걱정했을 법도 한데 전미도는 "사극 특유의 말투가 연극적인 요소가 있어 자신감을 가졌었으나, 막상 겪어보니 현대어와는 다른 아주 작은 뉘앙스 차이를 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며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의 전미도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배우였다. 대사가 많지 않았기에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야 했던 그는, 단종을 향한 매화의 충심을 표현하기 위해 "모든 상황에서 단종보다 마음이 앞서가는 태도를 가진 인물로 설정했다."며 캐릭터의 중심을 어떻게 잡았는지 이야기했다. 그런 기준이 있었기에 엄흥도가 밥상을 가져오는 장면에서 궁의 음식에 익숙한 단종을 위해 먼저 밥상을 체크하는 식의 리액션을 보인다거나 엄흥도를 꼬집으며 "어제~"라고 말 하는 장면들은 모두 전미도의 아이디어였다. 이를 지켜보던 유해진은 "네가 하고 싶은 건 다 시도해 보라"며 그의 모든 시도를 너그럽게 받아주었고, 이러한 상호작용은 매화라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단종 역을 맡은 박지훈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아이돌 출신임에도 현장에서 들뜬 모습 없이 묵묵히 단종의 고독함에 몰입해 있는 박지훈을 보며, 전미도 역시 매화로서 그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정적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촬영 중 겪은 '물 공포증' 에피소드는 긴박했던 영화 속 장면과는 달리 유쾌한 비하인드를 남겼다. 강물에 빠지는 장면을 찍으며 전미도는 "물을 너무 무서워해서 그 장면을 찍을때 진짜 죽을 것 같이 무서웠다"고 회상했지만, 정작 모니터 속 그는 가슴까지만 오는 물높이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고. 그 절박한 표정이 너무나 리얼해 장항준 감독이 크게 만족하며 해당 컷을 선택했다는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이 사건 이후 전미도는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실제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영화 촬영이 자신의 삶에 준 예상치 못한 변화를 고백하기도 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매화의 절벽 투신 장면은 촬영 중반에 극적으로 추가된 설정이다. 당초 매화의 마무리가 명확하지 않아 아쉬워하던 촬영감독이 "실제 기록에도 단종을 따라 나선 궁녀들이 절벽에서 뛰어내렸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아이디어를 냈고, 장항준 감독이 이를 전격 채택하며 지금의 강렬한 엔딩이 완성됐다. 전미도는 "감독님이 나중에 '이거 내 아이디어다, 나 잘했지?'라고 생색을 내셨는데, 알고 보니 촬영감독님의 제안이었다"는 유쾌한 비하인드를 밝히며, 이 장면 덕분에 매화의 서사가 비로소 온전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본 전미도는 정작 스크린 속 자신의 연기는 부끄러워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수줍어했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을 넘어 클라이맥스로 치닫자, 그는 배우가 아닌 한 명의 관객이 되어 작품의 여운에 깊이 침잠했다. 특히 단종 역의 박지훈이 도포를 갖춰 입고 운명을 받아들이는 장면부터는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고 고백했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가 끝난 뒤 객석의 풍경이었다. 전미도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휴지를 챙겨갔는데,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자 옆자리에 앉은 선배 배우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고. 스크린 속에서 압도적인 악역 한명회로 군림했던 유지태를 비롯해 함께 출연한 남자 배우들이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던 것. 전미도는 "다들 남자분들이라 대놓고 울지는 못하고 슬쩍 손이 올라가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 챙겨온 휴지를 한 장씩 나눠드렸다"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전미도는 여전히 "유명세보다는 연기를 더 잘하고 싶다"는 10년 전의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무대 위 슬럼프를 겪던 중 우연히 찾아온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작품이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었듯, 이번 영화 역시 자신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자 소중한 계단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로 2월 4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미디어랩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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