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그렇게 끝없는 갈등과 난장판 같던 삶에서 허우적대던 리디아는 글을 쓰며 새로운 숨,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되는데…
▶비포스크리닝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스펜서', '러브 라이즈 블리딩'으로 유명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리디아 유크나비치가 쓴 동명의 회고록을 원작으로 하는데, 스튜어트는 자신의 영화적 세계를 펼쳐나가기 위해 2017년에 해당 회고록의 판권을 직접 구매했다.
스튜어트는 '물의 연대기'에 빠지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책의 첫 40페이지를 읽고 이건 무조건 세상에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죽는 날까지 이 책을 읽을 것이며, 이 안에는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라고 답하며 작품을 향한 높은 애정을 드러냈었다.
'물의 연대기'는 이미 칸 영화제, 도빌 아메리칸 영화제, 오스틴 영화 비평가 협회, 아스트라 영화제, 뉴저지 영화 비평가 협회 등 걸출한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로 선정되며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중. 실제로 제51회 도빌 아메리칸 영화제에선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물의 연대기'가 원작부터 호불호가 많이 갈린 작품이라는 점. 원작가 리디아 유크나비치는 회고록을 통해 유년 시절 아버지로부터 당한 성폭력, 알코올 중독, 딸의 죽음,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 자신의 일생을 가감 없이 담아낸 바 있는데, 퀴어 요소와 함께 우울하고 선정적인 표현이 발목을 잡으며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진 못했다. 이에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얼마나 적절한 선을 유지하며 원작의 메시지를 담아냈는지가 흥행의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애프터스크리닝

첫 장편 연출작인만큼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애정이 장면 곳곳에 묻어나온다. 카메라를 비추는 각도와 색감, 프레임 안의 인물 배치와 사운드까지, 뭐 하나 허투루하지 않았다. 특히 인상 깊은 건 주인공 리디아의 내면을 표현하는 방식. 흔들리는 카메라와 뾰족한 사운드만으로 완벽히 묘사해내며 단숨에 관객들을 혼란으로 가득 찬 리디아의 머릿 속으로 초대한다.
'여백의 미'라는 표현이 따로 있을 정도로 컷 안에 존재하는 여백은 많은 역할을 담당한다. 보는 이에게 안정감을 주고, 또 표현 방법에 따라선 그림이 스스로 살아움직이는듯한 서사를 부여하기도 한다. 반면 '물의 연대기'는 과할 정도로 인물을 타이트하게 담아내며 컷 안의 공백을 최소화한다. 캐릭터의 미묘한 근육 떨림과 꾸겨지는 주름에만 초점을 맞출 뿐이다. 시선 돌릴 곳 없는 한정된 프레임은 보는 이들에 묘한 압박감을 선사하고, 관객의 도피처를 제약하며 리디아의 아픔에서 눈을 떼지 못하도록 강제한다. 자리에 묶어놓고 억지로 잔인한 영상을 시청하게 하는 고문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렇게 관객들은 오랜 폭력과 강압을 감내해오며 어질러진 리디아의 내면과 동화되어 간다.
여기에 뾰족한 사운드까지 더해지며 고통은 배가 된다. 바닥을 긁는 소리, 연필이 부러지는 소리, 뺨을 때리는 소리, 물 잔을 식탁 위에 내리치는 소리, 박수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 등 효과음을 일부러 과장해 들려주며 보는 이들까지 예민하게 만드는 것. 계속되는 날카로운 소리에 리디아와 함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수면 아래로 숨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촬영 스타일과 사운드에 대한 설명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물의 연대기'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팬들에겐 좋은 실사화일지 몰라도 일반 관객이라면 절로 시선을 돌리게 되는 장면도 다수 있다. 리디아의 주된 고민이 '성(性)'인 탓에 이와 관련된 비판이 주를 이루고, 고통을 표현하는 방식과 인물들의 대사가 적나라한 탓이다. 평범한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반감을 느낄 장면도 다수 있다.
노출 수위도 높다. 이모겐 푸츠는 '물의 연대기'에서 전라 연기에 도전하는데, 일부 장면은 과하다 느껴질 정도로 과한 노출을 담아내 눈을 질끈 감게 한다.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의미를 찾아볼 수 없는 성관계 신이 잇따르며 머릿속에 물음표가 그어지게 한다. 노출이 잦은 예술 영화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라면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하고 관람에 임하길 추천한다.
iMBC연예 김종은 | 사진출처 판씨네마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