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새 금토드라마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극본 박찬영·연출 김정권) 첫주 방송에서는 수백 년을 살아온 은호(김혜윤 분)는 인간의 감정을 불완전한 것으로 여기며 인간 사회를 관찰하듯 살아가는 현재가 그려졌다. 그러던 중 축구 선수 강시열(로몬 분), 과거 유망주였던 현우석(장동주 분), 재벌 4세 이윤(최승윤 분)의 사건들이 얽히며 은호의 능력과 선택이 이야기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시청률은 처참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회 시청률은 3.7%(전국 기준)로 집계됐다. 2회에서는 1%p 하락한 고작 2.7%에 그쳤다. 전작 '모범택시3' 마지막회 시청률(13.3%)의 수혜를 전혀 이어받지 못한 모양새이며, 경쟁작 MBC '판사 이한영'의 시청률(10~11%)과 비교해도 아찔한 수치다.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첫 번째 문제는 구미호 로맨스 자체가 더 이상 차별점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비인간 존재와 인간의 사랑, 인간이 될 것인가 말 것인가의 갈등은 이미 여러 작품에서 반복 소비된 서사다. 이 드라마는 '인간이 되기 싫은 구미호'라는 나름의 변주를 내세웠지만, 그 설정을 통해 새로운 질문이나 관점을 끝내 제시하지 못했다. 익숙한 장르 문법을 뒤집는 서사적 한 방이 없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남자 주인공의 약세다. 강시열은 로맨스의 중심축이어야 하지만, 선택하고 밀어붙이는 인물이 아니라 사건에 반응하는 인물로 그쳐 소모된다. 아직 캐릭터의 욕망과 결단이 보이지 않다 보니, 로맨스 역시 설렘보다는 상황 설명에 가까워진다. 연기력 이전에 대본이 남자 주인공을 인물이 아닌 장치로 사용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배우 로몬의 유명세 역시 지상파 황금시간대 미니시리즈 1번 남주로 내세우기엔 다소 부족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세 번째는 드라마가 사실상 김혜윤의 원맨쇼 구조로 흘렀다는 점이다. 은호를 연기한 김혜윤의 연기는 분명 돋보였다. 감정의 결, 리듬, 코믹과 멜로를 오가는 톤 조절까지 혼자서 극을 끌어갔다. 하지만 이는 작품의 장점이자 동시에 한계다. 상대 배우와 서사가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면서, 김혜윤의 열연은 극을 살리기보다 고립되는 '차력쇼'에 가까워졌다. 그간 다수 작품을 통해 글로벌 팬덤을 구축한 김혜윤은 브라운관 흥행이 보장된 여주다. 그나마 현재 시청층 중 다수는 김혜윤의 팬덤이 안간힘을 써 이룬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네 번째는 시각적 완성도, 특히 CG에 대한 거부감이다. 판타지 장르에서 CG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값이다. 그러나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은 어색한 CG로 혹평을 샀다. 감정에 집중해야 할 장면에서 기술적 완성도가 먼저 인식되면서, 판타지와 로맨스 모두 설득력을 잃은 셈이다.
편성 대진운을 탓할 테지만, 그럴 때가 아니다. 오히려 유리한 출발선에 섰다. 전작의 높은 시청률이 남긴 관성과 주말 황금시간대라는 조건은 분명한 이점이었다. 그럼에도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원인은 외부 환경보다 작품 안에서 찾는 것이 더 정확하다. 지금의 시청 환경에서 재미있는 작품은 결국 찾아본다.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의 시청률 부진은 접근성의 실패가 아니라, 신박하고 영리한 구성과 연출을 통해 연속성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에 가깝다.
다만 제작진이 말한 '어른들의 동화'라는 방향성은 아직 완전히 소진되지는 않았다. 동화적 여운은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대가로 분명히 무언가를 잃을 때 비로소 이야기는 깊어질 터다. 은호가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서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가 관계와 세계를 실제로 바꾸는 지점까지 나아간다면 지금과는 다른 성적으로 반영될 여지는 충분하다. 지금까지 감정을 설명하는 데 그쳤다면, 남은 회차에 필요한 것은 결정과 상실이다. 그 순간 익숙했던 구미호 로맨스는 비로소 차별성을 갖고, 시청률 반등의 여지도 생긴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출처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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